래디컬:급진주의자여 일어나라 / 사울 D. 알린스키 지음 / 정인경 옮김 / 생각의힘 펴냄 / 15,000원

나온 지 70년이 지난 책이 여전히 동시대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면, 그 책을 소홀히 지나쳐선 안 될 일이다. 《래디컬:급진주의자여 일어나라》이 그렇다. 1946년에 첫 출간된 책이 여전히 울림을 주고 심지어 아직도 급진적으로 읽히는 건, 세상이 여전히 70년 전의 젊은 사상가가 품은 꿈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일 터다.

“전설적인 사회운동가”이자 “미국 참여민주주의의 사상적 뿌리”로 일컬어지는 사울 알린스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가 정치사상적 세례를 받은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알린스키에게 급진주의자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모든 비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인 기득권 지배체제에 맞서 싸우는 ‘불경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스스로 통치할 인간의 권리, 왕 앞에서 엎드리지 않고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똑바로 서서 걸을 인간의 권리, 권리장전, 노예제 폐지, 공교육, 그 밖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고귀한 것을 위해 싸웠다. … 이들에게 이웃의 비참은 곧 자신의 비참이었다.”

이들은 공동선을 최고의 가치로 삼으면서, “철저하게 자신을 인류와 동일시한 나머지 모든 동료 인간의 고통, 불의, 고난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알린스키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 첫 구절이 급진주의자들의 소망과 바람, 꿈과 철학을 매우 잘 담고 있다고 말한다. 급진주의자들의 희망이 “고귀하고 영적인 성격”을 띠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다음과 같은 알린스키의 예언적인 말은 트럼프 같은 인물을 지도자로 뽑은 미국 민주주의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느 국가도 ‘차별’과 같이 이 가치들(평등·정의·자유, 인간 삶의 소중함, 기독교 및 민주주의 전통이 말하는 모든 권리와 가치)에 위배되는 것들을 투표로 정할 권리가 없다 … 만일 민주적 과정이 자유를 전복하는 데 활용된다면 열린사회를 향한 과정이 목적을 팔아먹은 것이니 민주주의는 사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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