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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국가
[316호 표지]
[316호] 2017년 02월 22일 (수) 11:03:29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이 난국과 위기를 극복하려면 거짓과 불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지난 1월 하순, 전국 40개 지교회를 거느린 초대형 교회의 조 아무개 담임목사가 주일예배 설교에서 집회 참여를 촉구했습니다.(<뉴스앤조이>, 2017.1.24.) ‘촛불 집회’ 독려로 읽히지만, ‘애국하는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일어나 외치는 일에 그리스도인이 앞장 서고 본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데서 실체가 드러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종교인들의 가세로 혼탁해지고 있다.”

2월 초순 <중앙일보>에 올라온 “탄핵반대에 ‘십자군’까지…” 제하의 기사 첫 줄입니다. 기사는, 친박 연대조직인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여는 이 집회에 “극우 성향의 개신교 성직자들과 교인들이 집단으로 가세”하여 ‘대각성 구국기도회’를 열었으며, 대형 나무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거나 촛불 집회 시민을 ‘사탄의 무리’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합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든 태극기는 ‘애국심’을 상징합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참가자 모두가 “계엄령 선포가 답이다” “군대여 일어나라” “촛불 반란군을 죽여라” 같은 현장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진심으로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나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국가와 통치권력을 동일시하거나, 신앙인들이 국가를 절대시하는 모습은 톺아볼 필요가 있다 여깁니다.

“그들은 국가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어요. 국기우상주의, 국가우상주의입니다. 사실 지금 한국교회의 국가우상주의는 ‘정권우상주의’ 같아 보입니다.”(홍인식, ‘커버스토리’ 24쪽)

“많은 경우 애국주의는 다른 이익을 챙기기 위한 구호로 쓰일 뿐이다. 애국주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게 되면, 애국의 간판 아래 이기적인 동기와 윤리적 결함을 숨기기 용이하게 된다. 오죽하면 새뮤얼 존슨이 ‘애국주의는 악인들의 최후의 피난처’라고까지 했겠는가?”(박영호, ‘커버스토리’ 34쪽)

C. S. 루이스는 《네 가지 사랑》(홍성사)에서 “국민의 애국심이 악마적이라면 통치자가 악한 행동을 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면서, “악한 통치자들은 자신의 악을 묵인받기 위해 여러 선전을 통해 악마적 상태의 애국심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음식이나 식탐보다는 국가나 애국심이 우상이 될 가능성이 비할 바 없이 큽니다. 정신적으로 숭고하면서 절대가치를 띠기 쉬운 것일수록 신(神)이 되기를 꾀하며, 그 순간 악마적이 됩니다.

루이스를 패러디하자면, 국가는 스스로 어떤 신적 권위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국가를 위해’ 한 일이면 무엇이든 다 합법적이고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를 공들여 읽고 함께 나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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