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적 설교 / 월터 브루그만 (성서유니온)

《예언자적 상상력》(복있는사람 역간) 출간 약 40년 만에 나온 월터 브루그만의 후속 저작이다. ‘예언자적 설교’라는 제목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원제는 “The Practice of Prophetic Imagination”이다. 직역하면 “예언자적 상상력의 적용”이다. 설교자뿐 아니라 예언자의 메시지를 듣고 싶은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쓴 책인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그 적용을 ‘설교’(메시지 선포)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에 한국어판 제목이 《예언자적 설교》가 된 듯하다.

평생 성경 텍스트를 붙들고 씨름해온 저자는 ‘예언자적 상상력’을 제공하며 어떻게 그것이 ‘설교’로 발화되고, 어떻게 ‘삶’으로 이어지는지 세세하게 파고든다. 그렇다면 ‘예언자적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주변에서 당연시되는 세계와 상충되는 메시지를 내놓는 일이다.” (19쪽)

국가주의, 전체주의, 소비주의 등 ‘우리 주변에서 당연시되는 세계’를 향해 용기 내어 몰락을 선포하고, 그 빈틈없이 축조된 세계에 균열을 내는 상상력의 발휘가 ‘예언자적 설교’인 것이다. 옛 예언자들의 설교는 오히려 노래에 가깝다. 시(詩)의 파괴력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세계를 뒤흔든다. 시인들은 자신의 백성 때문에 ‘곤경’에 빠진 하나님의 내부 사정(internal life)에 다가가고 그 몸부림을 포착한다. 시인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곤경(내부 사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곳에서 간과되는 ‘과부’ ‘고아’ ‘나그네’를 주목하고, 그들을 향한 공의가 시내산 약속의 결정적 조건이라고 보았다.

한편, 예언자적 상상력이 솟아나고 선포되는 ‘장소’는 따로 있다. “야웨를 이 세상 속의 실제 등장인물이요 유능한 행위자로 상상하는 곳.” 그곳의 예언자들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변두리에 서식하지만, 주류문화가 무시하는 소외된 이들과 함께 상실과 슬픔에 흠뻑 빠지고 마침내 그 너머의 세계를 살아낸다. 

책은 실용적인 동시에 전복적이다. 특별히 상상력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부교역자들에게 추천하는 ‘탈출 매뉴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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