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3장 다시 읽기 / 권연경 (뉴스앤조이)

‘그리스도인이 통치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 이 질문이 다시 주목을 끄는 이즈음, 때맞춰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 권연경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쓴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다. “촛불의 시대, 성경이 말하는 권세와 복종 그리고 저항”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격동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

그간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바울의 권면(롬 13:1-7)은, 통치 권력은 옹호하면서 저항의 몸짓은 억누르는 ‘신학적 몽둥이’로 줄곧 기능해왔다. 이는 어쩌면 한국교회 여론을 주도하는 대형교회 목회자 다수가 권위와 순종(복종)은 열렬히 강조하면서 공평과 정의는 쉽사리 외면해왔기 때문 아닐까.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설교자들(“옥한흠·이재철·조용기·하용조 목사”)을 중심으로 ‘로마서 13장을 다룬 대중 설교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이들은 “공권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익을 무시하는 “정권의 오만함과 사악함”에 대해서는 거의 비판하지 않는다. ‘종교적 박해 상황에서는 저항이 인정된다’는 이들의 말은 공허한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저항의 원인 대부분은 정권에 의한 종교적 박해가 아니라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권의 도덕적 타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명 대형교회 목회자들 다수가 권력과 기득권층에 친화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공의의 관점에서 통치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희귀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촛불의 시대’와 로마서 13장의 시대를 막힘없이 오가게 하는 흥미롭고도 매력적인 ‘해석학적 다리’라 할 만하다. 아울러 바울의 메시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쉽고도 명료하다.

“하나님이 주신 권력이라고 해서 어떤 반대나 저항도 허용되지 않는 절대 권력은 아니다. 반대로 하나님이 권력을 세우셨다는 것은 그 권력 자체가 하나님의 뜻에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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