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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외교 공세와 한국의 대응
[317호 세상읽기]
[317호] 2017년 03월 28일 (화) 13:56:16 박문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대학 학장 goscon@goscon.co.kr
   
▲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도널드 트럼프. (사진: 백악관 페이스북/위키피디아)

트럼프 등장의 배경
미국에 극우 인종주의적 국가주의가 득세하리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측되었던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으로 이 예측은 들어맞았다. 단지 많은 지식인의 예측보다는 그 시기가 일렀고, 그 주인공이 천박하고 난폭한 자본가라는 것이 다소 특이할 뿐이다.

미국 극우정권의 탄생은 미국이 1960년대 후반부터 겪어온 경제적 쇠락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복지정책과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인해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 미국 국민들은 제조업 분야에서 신흥공업국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비품들이 중국 등 제3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미국의 무역수지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양의 달러화와 달러 표기 채권들을 제3세계의 국가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미국 정부는 엄청난 재정 적자에 처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비를 대폭 줄이거나 복지 예산을 깎아야 하는데 국제사회의 안정적 관리와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오죽하면 연방정부를 며칠 폐쇄해야 하는 일조차 벌어지겠는가?

그뿐 아니라 1981년에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빈부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고 중산층은 줄어들게 했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이제 저소득층에게는 공허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특히 백인 저소득층들은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것이 자유무역정책과 소모적인 군사·외교정책 그리고 기득권을 가진 무능한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차지함은 물론 그들의 근면성으로 인해 백인들이 원하는 직장까지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자, 미국 내에서는 반이민자운동, 반아시아운동, 반중국 정서가 확대되었다. 특히 저학력 백인 빈곤층에게 호소력을 지니고 번져가기 시작한 것이 트럼프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어려움을 처절하게 겪은 독일 국민이 히틀러의 나치즘을 지지했고 독일 민족 최우선 정책을 썼으며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음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 그리고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유사하다. 트럼프의 등장이 예삿일이 아니며, 그의 정책과 정치 행보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의 전략, 그 모순과 한계
트럼프는 경제정책에 있어 보호무역을 통한 미국 제조업 보호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국제 시장경제에 의존하고자 했던 신자유주의자들과 차이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석유화학제품과 철강제품에 이미 덤핑 판정을 내렸고, 여러 나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조약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신흥공업국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환율 재조정을 강요하겠다고 천명하였다. 한국도 그 대상국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국회연설에서 이미 행정명령을 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탈퇴를 확인함으로써, “자유무역을 믿지만 그것은 또 공정한 무역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미국 기업과 미국의 근로자들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트럼프의 외교·군사정책에서 아직 일관된 정책 방향을 발견하기 어렵다. 미국제일주의라는 기본적인 명제만이 구호로서 존재할 뿐이다. 단지 이미 존재하는 동맹들과의 군사외교조약들도 미국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재점검할 뿐이다. ‘공정한 무역’ 운운한 것은 ‘이제 동맹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손해를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속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사고 뒤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는 ‘많은 동맹국이 미국에 의존하여 무임승차함으로 미국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은 제3세계의 비용으로 미국이 원하는 국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가 항상 옳지는 않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한반도의 미군 주둔에 드는 비용의 절반을 한국이 부담할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미국의 무기를 수입하며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는 여러 나라가 주둔 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하고, 그 비용이 강요된다면 굳이 미국에 의존해야 할 필요도 없는 입장임을 트럼프는 간과한다.

한편, 트럼프는 유독 러시아에 대해서는 (아직은) 너그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미국 경제에 도움 되리라 판단하는 듯하다. 특히 트럼프는 러시아의 중동 진출을 허락하고 미국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동시에 중동에서의 러시아 헤게모니를 마냥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 러시아와 다른 의견을 나타냄으로 트럼프의 러시아 사랑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팽창을 견제함으로 경제적 손실의 폭을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 유럽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지를 위한 분담금을 더 내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든 중동이든 태평양이든 파트너들이 공정한 몫의 방위비를 부담하기를 바란다고 누차 말하고 있다.

트럼프 주변에 있는 외교·군사 보좌진들의 면모를 보면 공격성을 지닌 군사적 사고의 소유자들로 판단된다. 이들은 중국 등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들의 위협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믿는다. 평화를 말하더라도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평화만이 미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극단적 이슬람 세력인 IS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자극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거친 언어로 급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정책은 ‘힘의 외교’라는 기본 위에 중상주의적 요소를 더하여 ‘미국의 군사력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세워질 것이다.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와는 거리가 먼, 세계에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개입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세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대변하는 것임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미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추격해오는 정치·경제적 도전 국가를 견제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일본, 한국 등의 미국 의존적 산업국가에 대해서는 외교적 압력을 통해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떠안김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줄이고자 한다.

이로써 미국은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경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조금씩 줄여가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의 경제적 부담은 급격히 줄이고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국가주의적 극우정권은 군사적 팽창주의를 지향하기에 트럼프가 말하는 대이슬람, 대북한 강경책이 놀랄 일은 아니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이미 초증폭 국방예산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꿈꾸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방비는 줄이겠다는 인식은 환상에 가깝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등 보수정권 시기에 미국의 재정 적자가 극에 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외교정책은 모순과 한계를 끌어안고 있음이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 타격론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은 북한,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의 대량살상무기 소유는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김정은이 ‘대륙간탄도 로켓 시험 발사 준비 작업이 마감에 이르렀다’고 말하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그 후에 ‘선제 타격론’ ‘예방 타격론’ ‘정권 교체론’ ‘김정은 암살론’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한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선제공격’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한다.

트럼프의 외교·군사 보좌진 대다수는 선제공격을 해서라도 미국의 국익은 지켜야 한다고 믿는 초강경 매파(hawks)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도에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이미 북한 핵 원자로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surgical strike)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이 선제타격 정책을 채택하기 힘든 요소들도 분명히 있다. 동북아 중심에 놓여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미·중·러·일 4강의 국가 이익 교차지역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익을 손상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두 나라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건 자명하다. 여기에 치러야 할 미국의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최소한 제2타격 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제사회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은 고농축우라늄을 소유한 핵무장국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남한과 남한 내 미군기지, 일본과 일본 내 미군기지 그리고 괌 등 남태평양의 미국 영토를 공격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대북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핵물질이 폭발하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는 방사능에 오염된다.

이미 1994년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선제공격을 계획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도 선제공격에 뒤따르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고백한 적이 있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큰 인명과 경제 손실을 부담해야 할 것이 틀림없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아예 선제공격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트럼프는 가능하면 북한의 핵 문제를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을 통해 해결하고 싶겠지만, 그 정책도 많은 정권이 시도했다가 실패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한민국이 할 일
북한의 일차적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국제사회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전면전을 벌여 국토가 초토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한민국도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다. 그러므로 한국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선제공격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미국에 알리는 것이다. 선제공격 시 한국은 미국에 협조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미국도 한국의 협조 없이 선제공격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은 동맹국을 보호해줄 경제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철저히 챙겨야겠다는 전략을 지니고 있다. 우선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을 올리라는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군사 주권을 포기하고서라도 그만한 비용을 치러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는지 여러모로 검토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반덤핑 관세 및 FTA 개정과 환율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숙고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한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외교·군사적 주권의 확립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북한과 힘의 균형을 따질 때 미국의 군사력을 우리의 군사력으로 착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이 곧 붕괴하리라는 근거 없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설사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더라도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또 붕괴되더라도 통일이 될 가능성은 적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현실체로 받아들여 대치할 때는 대치하되 협상할 때는 협상할 태세를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 핵을 갖고 미사일을 계속 쏘아댄다고 하더라도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열어놓아야 한다. 한반도에서 안정적으로 평화를 관리하는 일은 남북 화해 외에는 아무 다른 해법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핵무기를 포기시킬 것인가 하는 비현실적인 문제를 의논하기 전에 어떻게 화해를 이룰 것인가를 놓고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미국,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우선 중국에게는 ‘현재로서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납득시켜야 하고, 미국에게는 ‘우리가 중국과 대치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아울러 미국-일본과의 동맹에 대한민국이 종속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사드(THAAD) 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좋은 선택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도록 미국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차라리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중·러와 한국이 4자회담을 통해 합의점에 이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이 이해하는 선까지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대중국 방어망의 일부로 한국을 편입하는 사안임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쓴 아래의 관련기사를 참고할 것-편집자 주) 한국은 하루바삐 이 새로운 냉전 전선에서 빠져나와야 함에도, 많은 구조적 장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대치할 때, 국력이 크지 않은 남한이 설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미국 우선주의이고 힘의 외교인 동시에 중상주의적이라는 것 외에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때때로 불확실하고 일관성이 없고 감정적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원칙이란 국가의 외교력을 키워 자주국방, 자주외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추구해나가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도 군사주권의 확립이라는 큰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일본 위안부 문제도 결국 외교적 자주권의 회복이라는 원칙을 향해 방향타를 틀어야 한다.

 

박문규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 아이다호주립대학에서 공부한 정치학자다. 오랫동안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가르쳐 왔고 지금은 학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한의 현대 정치를 논한 《뜻으로 본 한국정치》가 있으며, 최근엔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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