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호 무브먼트 투게더] ‘종교개혁 500주년 연합기도회’ 참가 후기

   
▲ 사진: '500주년 기도회' 준비위원회 제공

교회사적으로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이다. ‘500’이라는 숫자의 무게에 걸맞게 이미 1년 전부터 각 교단, 단체별로 기념행사 준비에 분주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행사의 대부분은 포럼과 세미나와 선언문 등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두 가지가 아쉬웠다. 첫째, 500년 전 ‘종교적 이성’과 ‘교리’에 의해 질식당한 중세 그리스도교에 ‘종교적 의지’와 ‘성서’를 통해 생기를 불어넣었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데, 과연 포럼과 세미나 형식으로밖에는 담지 못하는가? 다시 말해, 종교개혁이 극복하고자 했던 바로 그 종교적 이성과 교리의 언어를 가지고 다시 종교개혁을 기념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대한 아쉬움이다. 둘째, 만인사제설을 통해 중세 성직주의를 깨뜨린 종교개혁을 기념하는데 정작 평신도들의 목소리와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몇몇 분들이 종교개혁 500주년에 무엇보다 새로운 기도운동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특별히 이만열 장로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마음에 여러 목회자들과 활동가들을 직접 찾아다니시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회와 사회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며 제일 먼저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종교개혁 500주년 연합기도회’(이하 ‘500주년 기도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일에 마음을 같이하여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는 단체와 교회들이 모였다. 기도회에 대한 각자의 기대를 나누고, 그 기대를 모아서 기도회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내용과 형식을 채워나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리한 ‘500주년 기도회’의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기도회의 세 가지 방향성
첫째, 이 기도회는 기도 자체에 집중한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이제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이들도 교회 밖 기도회, 특히 거리기도회에 자주 참여하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세월호 참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도회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갖는 갈증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기도회에 기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의도치 않은 결과이다. 시간, 장소, 사안의 특수성, 종교 전통의 차이 등등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어, ‘기도회’임에도 기도보다는 특정 사안을 외치고 연대하는 데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깊은 기도로 고난받는 이웃들과 연대하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이 부분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설령 기도를 위한 자리라 하더라도 거리와 광장으로 나오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하여 이번 기도회는 종래 그런 기도의 갈증이 있었던 이들이 교회와 사회를 위해 각자의 전통과 언어를 가지고 충분히 기도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둘째, 이 기도회는 ‘정의’의 가치를 지향하는 기도회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기도회라고 하면 식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국교회 전통에서 기도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만큼 기도를 많이 하는 교회가 또 어디 있던가? 지금도 기도는 넘쳐난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내용이다. 그 많은 기도가 성공, 축복, 성장, 부흥으로만 채워졌다. 물론 회개와 회복을 위한 기도도 있지만, 이때의 회개와 회복도 결국엔 성공, 축복, 성장, 부흥을 위한 회개와 회복인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으로 채워진 그 많은 기도가 맹목적인 개인의 종교성은 더 심화시켜줬는지 모르겠으나 교회와 사회적으로 보자면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이 산적한 죄악들의 영적인 주범이다. 하여 이번 기도회는 그간 한국교회에 누적된 기복적 기도를 넘어 우리 교회와 사회에 다시 세워져야 할 ‘정의’에 집중하는 기도회로 준비하고자 한다.

셋째, 이 기도회를 통해 한국교회에 새로운 기도의 언어와 형식을 소개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간 한국교회에서 드린 기도의 8할은 기복 기도였다. 또한 그 8할 중 7할은 아마도 내 자식, 내 부모, 내 가정, 내 사업을 위한 기복 기도였을 것이다. 나머지 1할은 아마도 내가 다니는 우리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위한 기도이지 않았을까 싶다. 교회에서는 기도의 모델로 ‘주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말하지만, 그 주의 기도는 예배 마침용 기도의 하나일 뿐, 정작 우리가 실제로 드리는 기도에서는 ‘주의 기도’의 흔적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세월호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뭔가 기도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나와 우리 교회 이외의 문제에 대해 기도했던 경험이 없으니, 기도하면서 의도치 않은 실수와 실언들이 나오는 것이다. 예수님의 기도는 하늘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땅의 아픔을 품고,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크고 웅장한 영적인 기백이 서린 기도였는데, 오늘 우리의 기도는 너무도 작고 초라하고 빈약해졌다. 하여 이번 기도회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통해 보여주신 원형적 기도의 언어와 영적 기백을 되살려 내는 새로운 기도의 언어와 형식들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이 이번 연합기도회를 준비하는 단체와 교회들이 모여서 느슨하게나마 정리한 500주년 기도회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총 10번의 연합기도회를 갖고, 달마다 주제가 있는 기도회로 진행한다. 

   
▲ 사진: '500주년 기도회' 준비위원회 제공

기도의 열정과 눈물로 채운 기도회
첫 기도회인 2월 기도회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있는 나눔교회에서 가졌다. 첫 기도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약 130여 명 가량이 모였다. 기도회는 이번 기도회를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찬양팀 루터밴드의 찬양으로 시작되었다. 특별히 루터밴드는 ‘정의의 숨결로 영원한 숨을 향하여’라는 곡을 만들어서 이번 기도회의 주제곡으로 함께 나누었다. 첫날 기도회에서는 이만열 장로님과 김회권 목사님이 설교자로 나섰다. 이만열 장로님은 종교개혁이 일어날 당시의 중세 기독교와 오늘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과연 우리 시대에 필요한 종교개혁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찾자고 말씀하였다. 김회권 목사님은 그리스도인들이 단순히 ‘회개하라’라는 관념적인 말만 해서는 안 되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던 예수님처럼 더 급진적인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런 그리스도인들의 급진적인 메시지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들과 늘 함께했던 예수님의 급진적인 삶에서 나왔듯, 오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말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바로 그런 급진적인 삶을 살아내는 실천이 원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 이후에는 청년, 평신도, 목회자 각각 한 분씩 나와서 기도회를 이어갔다. 한국교회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외된 여성, 가난한 자, 장애인, 소수자들을 위해 함께 통성으로 기도했다. 이런 기도제목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우리가 언제 이렇게 뜨겁게 한마음으로 기도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차에, 이날 기도회는 한국교회와 사회의 공적 영역에 대한 기도의 열정과 눈물로 뜨거웠던 시간이었다.

‘세월호’를 위한 기도회
두 번째 3월 기도회는 3월 27일 저녁에 동일한 장소, 상암동 나눔교회에서 열렸다. 첫 기도회에 참여했던 이들이 주로 교회 소속의 성도들이었던 데에 비해, 두 번째 기도회에는 청년들이 늘어 고무적이었다. 약 100여 명 가량이 함께했다. 이미 기도회 초기 기획 과정에서 두 번째 기도회의 주제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세월호’로 정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3월에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이날 기도회의 주제가 시기적으로 더 적확해졌다.

이날 메신저로는 40일 단식으로 세월호 참사와 함께했던 방인성 목사님과 세월호 유가족이신 예은엄마 박은희 전도사님이 섰다. 방인성 목사님은 우리가 이 땅의 고통과 불의에 대해 하늘에서 하나님이 풀어주시기만 바라고 있지 말고, 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먼저 이 땅에서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주의 말씀에 따라 세월호 인양 이후에 남은 세월호의 철저한 진상규명의 열쇠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님은 “여전히 저는 하나님과 씨름 중이고, 듣지 못한 답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메시지를 시작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이 계속 연장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수요 정기 성경 읽기 모임 시간에 읽은 말씀이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 말씀은 이사야 35장 4절 말씀 “겁내는 자들에게 이르기를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너희 하나님이 오사 보복하시며 갚아 주실 것이라 하나님이 오사 너희를 구하시리라 하라”였다. 이어서 박 전도사님은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선하신 하나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아직까지 답을 얻고 있지 못하지만, 1년에 약 80여 교회에서 찾아와 주는 예배와 기도회를 통해 큰 위로와 힘을 얻고 있다고 나눠주셨다.  

메시지 이후 참석자들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특별히 전 세월호특조위 상임 부위원장이었던 박종운 변호사님은 기도 인도자로 올라와 그간의 어려움을 다 토해내는 듯한 통곡으로 기도를 인도했고, 참석한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기도에 동참했다.

기도회 이후 한 참석자는 필자에게 “이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한국교회가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소감을 나눠주었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실은 그간 다들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규모와 성도 수와 상관없이 내외적으로 몰락해가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의 불의에 눈 감고 귀 닫아 갈수록 자폐화되는 교회를 보면서, 고통받는 이웃들에 대해 무감각해진 교회의 냉랭한 가슴을 보면서, 사실은 그간 다들 절망스러웠던 것이다. 그 절망 속에서도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기도해야 하는지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500주년 기도회’에서 그 기도의 동역자들을 보았고, 가슴 안에서 절망의 탄식으로만 맴돌고 있었던 기도의 언어가 토해져 나왔고, ‘나’와 ‘우리 교회’를 뛰어넘어 한국교회와 우리의 이웃과 사회를 위한 눈물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치 엘리야가 3년 6개월 가뭄이 끝날 무렵에 보았던 멀리서 일어나는 손바닥만 한 구름과 같은 그 희망의 한 조각을 본 것이다.

기도회는 시작되었고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이어진다. 하나님께서 이 작은 몸부림을 통해 어떤 일들을 만들어 가실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1년을 이어갈 것이다.

※ 4월 기도회는  4월 24일(월) 저녁 7시 30분에 서울영동교회(7호선 학동역)에서 열렸다.

 

■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통일기도회 2017 안내

일시/장소: 6월 3일(토) 오후 6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분단 72년, 여전히 분단 국가라는 현실에서 
화해와 평화의 기도를 심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홈페이지: http://peacetogether.kr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eacetogether2017

 

임왕성
새벽이슬교회 목사. 복음적 사회선교를 실천하는 기독NGO ‘새벽이슬’ 간사이며,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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