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호 잠깐 독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치는 무엇인가?”

에스더서로 고찰하는 하나님과 정치
요람 하조니 지음 / 김구원 옮김
홍성사 펴냄 / 32,000원

유대인의 정치학 교과서 역할을 한 에스더서 연구서. 저자는 페르시아의 압제 아래 살았던 유대인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나아가 번성할 수 있었는지를 고찰한다. 그들은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력했다. 에스라서가 성서에 포함된 이유가 여기서 발견된다.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의 구체적 노력 없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독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기독교인들은 독재적 정부 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인간의 정치와 하나님의 역사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모르드개와 에스더는 디아스포라라는 엄한 현실에서도 인간이 악을 무찌르기 위해 솔선하여 행동하면 아무리 무서운 악이라도 넉넉히 무찌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여전히 사람들은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답이 하늘에서 뚝 하고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이 그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일에 부름받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이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261-262쪽)

 

 

고통에 잇대어 사는 사회를 위하여

사랑은 패배하지 않는다
윤호·주은 지음
아토포스 펴냄 / 13,800원
건강 관련 서적은 많이 나오지만, 질병에 따른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치료(치유)해 나갈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책은 많지 않다. 암에 걸린 남자, 그와 연애하다 결혼한 여자. 그 치열한 삶과 사랑의 과정에서 길어올린 남녀의 사유가 번갈아 담겼다. 고통과 구원이 무한 순환하고, 그 원운동이 우리를 ‘고통의 공동체’로 이끈다.

그들의 고통 이야기에 나의 고통이, 그들의 치유 이야기에 나의 치유가 공명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의 고통이 나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본다. 나의 이야기에는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조각들이 어지럽게 기워져 있다. 어쨌든 이것은 내가 새로 지은 나의 이야기이며, 주은의 고통으로 함께 직조한 우리의 이야기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도 누군가의 치유 이야기에 덧댈 작은 조각이 될지도 모른다. (266쪽)

 

 

 

 

깨어진 세상에서 하나님을 보는 법

눈뜬 자들의 영성
크리스토퍼 휴어츠 지음 / 양혜원 옮김
IVP 펴냄 / 11,000원

지극히 가난한 이들 곁에서 그리스도를 섬긴 선교사이자 활동가인 저자가 정직하고 뜨겁고 유쾌하게 풀어낸 살아 있는 영성 이야기. 우리 마음의 눈을 가리고 영적 시야를 가로막는 이 시대의 ‘거인’들을 물리칠 단순한 영성의 핵심 가치 5가지-겸손, 공동체, 단순함, 순종, 깨어짐-를 제시한다. 따뜻한 격려를 담아,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과 함께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깨어짐은 상처받음(woundedness)과 다르다. 상처받음은 인류가 공유하는 불가피한 고통이 내면화되어 자기 이해와 관계과 인간 교류에 미치는 영향이다. 깨어짐은 이와 다르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 아래 우리 뜻을 자발적으로 순복하는 것이다. 상처받음은 수동적이고, 대체로 우리가 힘들고 괴로운 일에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깨어짐은 고통 속에 있는 은혜에도 열려 있다. 깨어짐은 능동적이다. (170쪽)

 

 

 

 


 

풍자의 옷을 입은 거침없는 정치 에세이

B급 정치
서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 15,000원

‘기생충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목표라는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기생충학과)가 쓴 정치 풍자 에세이. 폭넓고 오랜 독서와 자기만의 글쓰기 훈련을 거쳐 빚어낸 그의 글은 무척 재미있다! ‘나쁜’ 정치인과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반어법을 통해 묵직한 풍자로 바뀌는 독서 경험은 낯설면서도 즐겁다. “다시는 이런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바람”으로 정리한 박근혜 정부 4년의 기록이다.

“국민 여러분, 저는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진 자들이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 믿고 살아왔습니다. 이 땅의 모든 젊은이가 학교 졸업 후 비정규직이 될 수 있게 돕고, 우리 후손들이 아이 낳기가 두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과감하게 빨갱이로 몰고,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혹시 탄핵이 기각되어 제가 대통령을 더 하게 된다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하면서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20-21쪽, 박근혜 대통령을 주어로 쓴 가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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