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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 인간만을 위해 점령해서는 안 된다”
[320호 커버스토리] 낙동강 유역, 강정고령보 방류 현장 취재기
[320호] 2017년 06월 22일 (목) 15:35:39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 방류 중인 강정고령보 ⓒ복음과상황 이범진

지난 6월 1일, 갇혀 있던 강물이 조금이나마 흐르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총 16개 보 중에 6개 보가 이날 오후 두 시부터 수문을 열어 방류를 시작했다. 각 보의 방류 수위는 강정고령보 1.25m, 달성보 0.5m 합천창령보 1m, 창녕함안보 0.2m, 금강 공주보 0.2m, 영산강 죽산보 1m다. 개방 수위에 따른 방류 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5월 22일 문재인 정부가 지시한 대로 수문 상시 개방을 수자원공사 측에서 지속적으로 이행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고여 있던 물이 다시 흐르는 첫 단계는 시작되었다.

본지 취재팀이 금강 유역의 큰빗이끼벌레, 낙동강 유역의 ‘녹조라테’를 눈으로 확인한 지 2년 만이다. 강물은 그간 더 오염되어 2급수 지표종인 이끼벌레마저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16개 보 중에 4급수 비율이 60%를 넘는 보가 13개다. 한강을 제외한 모든 강의 보가 이에 해당한다.

수문 개방 현장 “정치 보복” vs “속이 시원”
1일 방류량이 제일 많은 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는 수문 개방 10분 전부터 보 일대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취재진과 지나가던 시민들은 방류를 보기 위해 보 주변에 모여들어 방류 순간을 기다렸고, 보 개방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다. 환경단체가 수문 개방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하자 똑같은 모자를 쓰고 나타난 남성 세 명이 수문 개방에 반대하며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등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도 활동가들에게 “멀쩡한 회사에 취직하라”며 인신공격 발언을 하는 등 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중 자신을 낙동강 근처에서 평생 산 농민이라고 소개한 60대 남성은 “4대강 사업 이전엔 강물이 더러워 똥냄새가 나 주변에 오지도 못했다”며 “수문 개방은 정치 보복이다”라고 소리쳤다. 마침 농번기 철의 한낮이었다.

이를 지켜본 대구시 대곡동 주민 박철민(56) 씨는 “저 사람들은 누군지 모르겠다. 여기 주민도 아닌 것 같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근처를 지나가다 안내 방송을 듣고 잠시 수문 개방을 구경하러 왔다”며 방류되는 강물을 보면서 “수문아 열려라 열려라” 하고 말했다. 또한 수문 개방에 대해서는 “수문을 더 열지 너무 조금 연다. 나는 보 설치 때부터 반대했고, 그동안 물을 가둬놔서 답답했다”라며 “이제 기분이 좋다. 속이 시원하다”라고도 했다.

4대강 사업 이전부터 강이 더러웠는지를 묻자 “이전부터 쓰레기도 많고 물이 더러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물이 더러우면 (정화) 시설을 설치해서 수질 관리를 해야지 물을 왜 가두냐”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환영하지만, 더 강력한 조치 있어야”
환경단체는 이날 수문 개방을 반기면서도, 적은 방류량으로 인해 효과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 국장은 “지난 5년간 4대강 현장에서 낙동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다만 수문을 완전히 열어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국장은 “과거 낙동강은 모래가 절반에 얕은 물길이 형성되어 아름다운 모래강이었다. 지금은 수심이 10m 이상 되는 깊은 강이 되어 들어가면 죽는다. 게다가 심각한 녹조가 여름에서 가을까지 계속되는 끔찍한 현실이다. 인간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이 깊어진 강을 건널 수 없어서 삶의 터전이 절반으로 줄었다. 엄청난 생태계 변화다. 아름다운 경관도 사라졌다. 4대강 재자연화, 모래강인 낙동강을 되돌려줄 것을 천명한다”라고 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낙동강이 본래 갖고 있던 과거의 자정작용을 설명했다. 그는 “낙동강의 수질은 상류에서 깨끗하다가 구미에서 오염되고, 모래 물길을 흐르는 과정을 통해 대구 사람이 물을 마실 지점에 오면 다시 깨끗해진다”며 “대구에서 다시 오염됐다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부산에서 다시 깨끗해지는 수질 그래프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정작용이 마비된 상태다. 염 총장은 “지금은 구미부터 부산까지 모두 다 여름철이면 녹조로 뒤덮인 똥물이 되어 식수로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5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78.8%로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정책결정과정 감사 지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염 총장은 “22조 규모 사업을 국가재정법에 의한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환경영향조사,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문화재 조사를 생략하거나 졸속 처리했다”며 “공청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상시 개방을 약속한 것과 이날 실제 이루어진 수문 개방을 놓고서는 “대통령의 결정이 타당하지만 현재 미흡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녹조 해결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통령이 지시한 것을 관료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더 적극적인 수문 개방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롭게 강이 흘러 옛 낙동강이 주던 혜택이 고루 퍼지도록 함께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수문 개방으로 농사 망친다’는 가짜뉴스

“보 다 부시면 될 텐데,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물 뺀다니까 놀라가지고….”

칠곡보 인근 덕산리 덕산들에서 밀, 콩 등을 재배하는 전수보(68) 농민의 말이다.

   
▲ 농민 전수보 씨. "수문만 열면 될 걸 엉뚱한 공사를 하고…." ⓒ복음과상황 이범진

칠곡보는 낙동강 중류에 있는 보로 이번 수문 개방에서 제외된 곳 중 하나다. 이 일대 농민들은 칠곡보가 세워지고 나서 침수 피해로 2년 농사를 망쳤다. 칠곡보에 가둔 물의 관리수위는 해발 25.5m인데 이 마을의 농경지의 해발 높이도 같거나 심지어는 더 낮기 때문이다. 강물이 제방으로 들어가서 지하수위가 상승하여 농경지 바닥에 물이 찬다. 이곳은 농지 리모델링이 필요한 지역임에도 방치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꽃집 한 곳을 제외하면, 농민들은 침수 피해로 인한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곳에서 재배해온 농작물은 다양하다. 밀, 콩은 물론 과일 농사도 있고 특수작물도 꽤 있다. 당장 저수지 건너편은 참외밭이었다. 2년간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지속적인 항의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농경지 한가운데 저수지를 만들었다. 대략 깊이 9m, 4천 평 정도 규모의 ‘덕산들 저류조’다. 농경지 지하수위가 차오르면 펌프질을 해서 저수지로 물을 빼 보관하다가 다시 강으로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칠곡보로 인해 강물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지하수위 상승이 근본 원인이다. 저류지에 모인 강 물을 다시 강으로 되돌려보내는 셈이다. 61억 원 규모의 공사였다. 저류지에 있는 물이 어느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작동이 멈추고, 꽉 차면 다시 가동한다. 

“안 재봤지만 1년 중 200일은 모터가 돌아갑니다. 물 가둬놓고 저수지에 담아놨다가 그 물을 다시 강에 보내니 이중으로 돈이 드는 거지요. 군청에서 관리하다가 농어촌공사로 넘어갔습니다. 농사철엔 농수로로 펌핑을 하는데 저수지 물은 쓸 사람이 없어요. 농수로에 항상 물이 차 있어서 자연배수가 안 됩니다. 소용도 없는 물이 저렇게 있는 거지요. 저수지 만들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았는데, 비가 많이 왔으면 저수지가 있어도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30mm만 와도 저수지로 감당하기 어려울 걸요.”

‘농사철에 보의 물을 빼면 가뭄으로 농사를 망친다’는 뉴스는, 한평생 낙동강 유역에서 농사만 지낸 농민이 보기엔 터무니없는 소리다. 지역에 지하수 관정이 있고 농사 용수로 펌핑해놓은 물이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가뭄이 심할 때도 농사짓는 데는 무리가 없다. 지금의 농업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보가 있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농사철에 물 빼면 가뭄 때문에 농사 망친다는 소리는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가물면 강에 물이 하나도 없지요. 그래도 농사지을 물 정도는 펌핑해놓은 게 다 있습니다. 저 상태에서 칠곡보 관리수위를 2m, 아니 5m를 낮춰도 여긴 물 걱정 있는 지역 아닙니다. 내가 볼 땐 다른 강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도 좋은데 뭐 하려고 많은 물을 가두고 물 다 썩히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 공무원들 정말 너무합니다. 4대강 보 연간 관리비가 5천억 원 들어간다는데, 보 파괴하는 데는 2천2백억 원 들어간다더만요. 그럼 다 부숴버리면 될 텐데. 부시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어찌 될지 모르니까…. 170억 원 들여 또 뚫는다는 배수로 공사를 막을 수도 없고 참….”

근본 대책 없이 의미 없는 공사만…
이곳 농민들의 당장 시급한 요구는 칠곡보 관리수위를 2m만이라도 낮춰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문 개방 계획에서 칠곡보는 제외됐다. 수자원공사(수공)는 마을 배수장이 있는 곳에서 칠곡보 아래쪽으로 물을 빼는 배수로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170억 원 규모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칠곡보 관리수위를 2m만 낮춰달라는 겁니다. 그럼 저수지도 필요 없고, 170억 원 들이는 추가 배수로 공사도 할 필요 없지요. 수문만 열면 될 걸 엉뚱한 공사를 하고…. 보 보수공사도 얼마 전에 또 하던데. 이번에 안 여는 게 못 여는 건 아닌가 싶어요. 보가 자꾸만 고장이 나서. 시공한 건설업체들도 떨고 있다고 하던데….”

   
▲ 칠곡보 낙동강 수위는 해발 25.2m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칠곡보가 세워지기 이전, 이 마을에 흐르는 낙동강의 모습은 어땠을까?

“예전엔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서 경관이 아주 좋았지요. 모래가 많고 수심은 여름이라고 해봐야 가물 땐 1-2m 정도? 아무리 가물어도 강물이 그치진 않거든요. 자연 그대로 흐르면 그 물을 마실 정도로 깨끗하고, 고기도 잡아서 바로 초장에 찍어 먹고 그랬어요. 지금은 여기서 고기 잡아먹지도 못해요. 녹조에다가 물이 썩어서 시컴한데요. 생전 보지도 못한 고기가 있고. 작은 것들은 다 먹히고 아가씨만 한 잉어만 막 있어요.”

칠곡보 가까운 곳에는 레저타운 공사가 7월 완공 예정이다. 수영장을 포함한 수변레저공원 조성 사업이다. 전 씨는 “주변에 나무도 없고 그 뜨거운 데를 누가 올까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 담소우너 조성 당시(위)와 현재 모습 ⓒ복음과상황 이범진

강 주변 방치된 ‘생태공원’의 역설
4대강 공사와 함께 진행된 강 주변 생태공원 조성 사업의 현황은 어떨까. 지난 2012년 ‘낙동강 살리기 사업’ 취소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수공측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우수 사례로 재판부에 사업현장 검증을 신청했던 담소원으로 직접 가 보았다. 담소원은 대구 달성군 낙동강변에 조성되어 있다. 원래 하우스 농가였던 곳을 생태공원으로 바꾼 곳이다.

담소원 공원 안내를 해놓은 안내판에 담긴 초기 모습은, 그 흔적도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의 모습이야말로 진짜 생태공원의 풍경 같았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것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사진에는 형형색색의 조경용 꽃이 심겨 있었으나 가끔 한두 개씩 보일 뿐, 산책길로 이용하기 위해 보도블록 공사를 해놓은 곳마저 풀이 자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생태공원 관리비는 연간 10억여 원이 소모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반씩 부담하게 되어 막대한 지출이 든다. 4대강으로 조성된 생태공원은 234개에 이른다.

동행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 국장에게 애초 심은 꽃의 종을 물어보니 황화코스모스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 국장은 “수공이 스스로 재판 때 (생태공원 조성 우수 사례로) 현장 검증을 신청했던 이곳마저 이렇게 엉망으로 방치했으니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관리가 안 될 것 같으면 차라리 이대로 두는 것이 생태적으로는 건강하다. 다른 강 주변에 조성된 생태공원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래야 동물도 숨을 곳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떠나갔던 종들이 되돌아와 자리 잡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담소원. 산책 길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 ⓒ복음과상황 이범진

생태계가 복원되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 국장에게서 다소 긴 답변이 돌아왔다.

“원래 강이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보다는 생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 물이 있으니 주변으로 오지 않나. 둔치는 야생 동물들에겐 최적의 서식지다. 피하고 숨을 곳이라서 지내기가 좋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곳을 경작하거나 공원을 만들거나 하면서 옮겨가야 하고, 그렇게 들락날락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낙동강의 원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일까.

“생명의 강이다. 늘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고 굴릴 생각을 하는데, 자연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강은 인간뿐 아니라 야생 동식물에도 필요한 공간이고, 그렇기에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오직 우리만을 위해서 강과 자연을 점령해서는 안 된다. 동식물을 배려해야 한다.”

방치된 후에야 진짜 생태공원의 모습을 한 담소원에는 삵이나 고라니의 변으로 보이는 흔적이 군데군데 있었다. 떠났던 생물이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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