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최종편집 : 2017.11.17 금 13:08
기사검색
   
> 뉴스 > 교회와세상 | 시사 잰걸음
       
지혜롭고 은혜롭게, 종교인 소득세 신고
[320호 시사 잰걸음]
[320호] 2017년 06월 28일 (수) 14:39:13 박제민 기독시민운동가 goscon@goscon.co.kr

지난 5월 26일,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의원이 돌연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고 나섰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이미 관련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20여 명의 의원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해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정치권은 오랜 논란 끝에 2015년 12월,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서 새로운 법의 시행 시기를 2018년 1월로 미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준비가 미흡하다며 또 유예하자고 하는 것이다.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뭘 했으며, 아직 6개월의 시간이 남았는데 왜 못하겠다는 걸까?

종교인 과세, 지루하고 지난한 역사
종교인 과세가 처음으로 이슈가 된 것은 무려 1968년,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낙선은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에 참여한 핵심 측근이었다. 쿠데타 당일 아침, 박정희가 두려움은 감추고 위압감을 주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뒷짐을 진 채 서 있고, 그 양 옆에 박종규와 차지철이 권총과 수류탄을 찬 채 눈을 부라리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뿔테 안경을 낀 사람이 이낙선이다. 그는 1966년 재무부로부터 독립해 국세청이 만들어지자 초대 청장으로 취임해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고 한다. 살벌했던 시기에 실세였던 사람이 추진했던 종교인 과세가 종교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종교인 과세가 다시금 조명받는 것으로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990년대 초반이었다. 언론을 통해 영락교회, 충현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등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때 논란을 일으킨 대형교회들이 갑종근로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내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초대 총무를 지낸 한명수 창훈대교회 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창립자인 손봉호 서울대 교수가 <월간목회>에 지상 논쟁을 벌이면서 공론화된다. 그러나 국세청이 “종교단체에 대한 징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자율적 납부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흐지부지됐다.

1994년에는 한국천주교의 가장 권위 있는 공식기구라 할 수 있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성직자의 소득세 납부를 결정하고 실제로 납부를 해버린다. 한국에서 이단 취급받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는 그보다 훨씬 앞서 소득세를 납부해오고 있었다. 2012년에 대한성공회도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결의했다. 초기에는 개신교와 함께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던 불교도 점차 입장을 바꿔 올해 초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적정한 과세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대로 대형교회들은 1990년대 초반을 전후로 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해오고 있고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나 교회재정건강성운동 같은 시민단체들도 소득세 납부를 지지하고 있다.

남은 곳은 개신교 한쪽의 보수적인 교단과 교회들뿐인데 문제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결코 ‘만만하지 않은 세력’이라는 것이었다. 2012년부터 다시 시작된 법제화 논의는 이들의 반대에 밀려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5년 12월에야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하지만 혼란을 막기 위해 시행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더 두기로 한 것인데 이번에 갑자기 김진표 의원이 돌발행동을 하는 바람에 그 시행 시기가 2년 더 늦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종교인 과세’가 아닌 ‘종교인 소득세 신고’
중학교 사회 시간에, 모든 문제를 다룰 때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개념과 용어의 명확화’를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때는 뭔 소리인지 모르고 그냥 외웠는데 갈수록 정말 맞는 말임을 절감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말들의 뜻은 무엇인지 합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딴소리만 실컷 하면서 싸움만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종교인 과세’라는 말은 틀렸다. 이 지루하고 지난한 논란이 어디 종교인에게만 특별히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인가? 개념과 용어를 명확히 하면 ‘종교인 소득세 신고’가 옳은 표현이다.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득이 있으면 그것을 정당하게 밝히면 된다. 만약 소득 수준이 높으면 기준에 맞춰 세금을 내야 한다. 그 세금은 공공선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아래부터는 덜 익숙하더라도 ‘소득세 신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일부 개신교인들은 끝까지 ‘종교인 과세’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가난한 종교인들이 세금까지 내면 큰일 난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가난한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신고하면 과세 기준 이하로 세금을 면제받고 오히려 그동안 받지 못했던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받아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요긴한지 알 것이다. 물론 소득세를 신고함으로써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교인으로 살면서도 왠지 모르게 많은 소득을 얻는 사람들이다.

지혜롭고 은혜롭게 방법을 찾자
나는 평소 교회에서 “지혜롭게 하자” “은혜롭게 하자”는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딱히 방법이 없을 때 지혜롭게 하자고 하더라. 힘센 분들이 어쩌다 한 번 불리해질 때 은혜롭게 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한 번 써볼까 한다. 종교인 소득세 신고, 유예하지 말고 지혜롭게, 은혜롭게 할 수는 없을까?

우리 국민 대다수는 종교인의 소득세 신고를 찬성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3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종교인 소득세에 대해 찬반을 물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개신교를 종교로 둔 사람들도 71.8%가 찬성했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3년 성인남녀 1,000명으르 대상으로 종교인 소득세에 대해 찬반을 물었다.


김진표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에서는 조율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신임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내년도 종교인 소득세 신고 실행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자 민망해진 김진표 의원은 철저히 준비하자는 것이었다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그의 설레발이 오히려 종교인 소득세 신고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6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유예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었다. 김진표 의원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라고 했던 바로 그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국세청과 종단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은혜롭게 과세 기준을 만들면 될 일이다.

우리의 사랑 타령을 누가 들을까
‘종교인 과세’라는 용어를 고집하며 큰일 날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신앙의 모범이신 예수께서도 세금과 관련된 논쟁에 몇 번 휘말리신 적이 있다.

한 번은 성전세를 걷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너희 선생은 왜 세금은 안 내느냐고 따졌다. 베드로는 욱해서 낸다고, 낼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예수께로 간다. 조율되지 않은 말이었다. 예수는 원래 안 내도 되지만 저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신다. 그리고 한다는 말씀이 “물고기를 잡아 그 뱃속을 뒤적거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 성실납부를 하셨나 보다.(마 17:24-27)

또 한 번은 예수의 반대자들이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세금을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세금을 내라고 하면 그동안 예수가 쌓아온 도덕적 이미지는 물거품이 되고 매국노로 몰릴 상황이었고, 세금을 내지 말라고 하면 제국의 반역자로 몰려 목숨을 잃을 지경이었다. 이때 예수께서 하신 그 유명한 말씀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가 아니던가. 이후 사람들이 더 이상 트집을 잡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고 성서는 적고 있다.(마 22:21~22; 막 12:17; 눅 20:25~26)

남들도 다 하는 소득세 신고도 안 하면서 우리가 말하는 사랑 타령이 씨알이나 먹히겠는가. 오늘날 교회가 죽을 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트집을 잡히지 않으면서 오히려 할 말을 없게 만들던 예수의 지혜와, 사람들 마음이 다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자던 예수의 은혜를 본받아야 하겠다. 적어도 우리가 500년 전에 개혁하는 교회를 자처하며 종교적 특권을 내려놓았던 전통 위에 있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다면 말이다.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련기사
· 촛불 들고 잰걸음· 아무도 모른다, 왜 개신교가 1위인지
· 이재용과 봄· 당신에게 대통령을 권합니다
· 병원에서 만난 세상· 표를 던지고 싶은 사람들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복음과상황 기사제보 광고문의 제휴안내 오시는길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06-10 산성빌딩 104호 우)120-836 | 전화 : 02-744-3010 | 팩스 : 02-744-3013
발행인 : 김병년 | 이사장 : 박종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년
Copyright 2008 복음과상황.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con@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