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사막에서 연어낚시〉(2011)

이 일은 돈이 아주 많은 한 사람의 비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멘 어느 부족의 왕자 무하메드 이븐 자이디 바니 티하마(아미르 웨이키드)가 부동산 투자컨설팅회사인 피츠해리스 프라이스의 해리엇 쳇우드 탈보트(에밀리 블런트)에게 한 사업을 의뢰합니다. 자신의 조국 예멘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가능성을 타진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할 전문가로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이완 맥그리거)가 지명되었습니다. 〈길버트 그레이프〉(1993)와 〈쵸콜렛〉(2000)으로 유명한 스웨덴 감독 라세 할스트롬의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영국의 작가 폴 토데이의 소설 《Salmon Fishing in the Yemen》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에서처럼, 영화는 해리엇이 알프레드에게 보내는 의뢰 메일로 시작합니다.

왜 하필 ‘낚시’였을까?
학자의 지식과 양심으로, 알프레드는 이 황당한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없었습니다. 회유성 어류인 연어의 산란과 서식에는 산소가 풍부하고 차가운 물이 필요한데, 홍해와 아라비아해에 인접한 예멘은 열사(熱沙)의 땅이니까요. 직장상사 서그든(콘리스 힐)이 두 배의 연봉으로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해대지 않았다면 끝까지 거부했을 텐데요.

국립해양원의 서그든은 외무성과 총리의 국정홍보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마침 아프가니스탄에서 모스크 폭발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동 관련 훈훈한 기사가 필요하던 참에 국정홍보실장 맥스웰(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이 예멘 왕자의 연어 프로젝트를 ‘낚게’ 된 겁니다. 게다가 영국의 낚시 인구가 2백만이나 된다고 하니, 낚싯대를 든 총리 사진이라도 띄우면 지지율 상승은 물론 다음 선거 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의류나 낚시도구, 캠핑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중동 수출도 활발해지겠지요. 이 모든 혜택을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게(이 점이 정말 중요합니다! 알프레드의 임금까지 피츠해리스 프라이스가 제공하니까요) 자비를 들여 제공하겠다는 ‘기름 왕자’가 나타났으니, 영국 정부로서는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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