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 박혜정 지음 / 윤미미 사진 / 옐로브릭 펴냄 / 16,000원

유행마냥 ‘행복’ 권하는 말에 질린 차에 ‘뻔하겠다’ 싶어 내심 ‘펼칠까 말까’ 하다 책장을 넘겼다.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가 잠시, ‘제목이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망하지 않았을까》였다면?’ 생각했다. 책의 주인공은 바로, 9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몰렸던 ‘그 아이슬란드!’니까.

당시 아이슬란드는 공격적 해외투자로 대외채무가 쌓인 3대 은행이 수십억 달러 빚을 남긴 채 파산하고, 화폐 가치는 반토막 났었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도 망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위기 이후 ‘헬조선’으로 변모한 한국과 달리 아이슬란드는? 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행복하단다. 왜일까?

제2의 고향인 아이슬란드에서 가족을 꾸려 사는 저자여서인지, 책은 편안하고도 자연스럽게 아이슬란드 자체인 그네들 삶의 모습을 그린다. 그들 일상의 모습에서, 그 일상에 밴 사회의 정신 속에서, 헬조선도 행복하게 만들 다양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겠다 싶다.

“아이슬란드가 7년 만에 금융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대외적 평가를 받는 비결을 물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 시스템이 효과를 잘 발휘했고, 긴축을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IMF식을 따르지 않고 병원 등 현장을 방문하고 토론을 거쳐 긴축 재정 의견을 수렴한 다음 진행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많은 이들이 ‘세따 렛다스트’와 확장된 가족애를 핵심 비결로 들었다.”(87쪽)

물론 아이슬란드와 한국이 처한 환경과 여러 가지 상황은 첨예하게 다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역시 ‘척박함’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겨울철엔 좀체 빛을 볼 수 없는 흑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우울증 약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지난 1천 년간 화산이 200개 정도 폭발했으며, 국토 37%가 해발 600미터 이상이고 국토 76%가 해발 200미터 이상인데다가, 물을 품지 못하는 화산암 지형인 토양 특성으로 관목식물이 살 수 없고, 경작이 불가능한 땅이 바로 아이슬란드다.

그들에게 없는 많은 것이 우리 땅엔 분명 풍족하다. 행복해지는 방향은 이미 놓였으니, 의지와 성실로 디테일을 채워가는 것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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