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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재벌은 왜 세습의 늪에 빠지는가
종교권력과 교회 세습 톺아보기(3) - 교회 세습, 재벌과의 유사성
[0호] 2017년 09월 07일 (목) 13:01:19 설훈 hoondosa@paran.com

지난 6월호 '사람과 상황'에서 소개한 설훈 목사의 박사 논문 <한국 개신교회의 종교권력과 교회 세습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필자가 편집하여 4~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주로 대형교회 위주로 이뤄졌던 교회세습이 이제는 중소형교회까지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은 개신교의 성장 둔화와 그로 인한 신자수의 감소이다. 교회 구성원의 노령화와 맞물려 젊은 세대의 이탈이 갈수록 증가되었고, 교회세습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한국 개신교회의 성장 둔화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기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고 그 외 교회세습이 개신교 전반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 몇 가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더불어 한국사회 전반에 뿌리 내려진 ‘권력 이양을 통한 기득권 유지’를 살펴보고, 재벌기업의 세습 구조와 한국교회의 그것이 어떻게, 얼마나 유사한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1) 목회자 수급의 불균형

한국에서 목회 지원자 수가 불어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이 시기는 한국교회의 급성장 시기와 맞물려있다. 그 이전까지 목회자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군이었으며,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자리였지만 교회가 성장하면서 목사는 인기 직업군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실제로 80년대에는 남편감 직업 10위 안에 목사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명예와 존경은 물론 경제적 윤택함까지 누릴 수 있는 안정적인 자리였기 때문이다.

목회자 지망생들이 늘어나자 신학교는 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신학교들은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 정원을 늘렸다. 한 학년에 수백 명의 신학생을 선발하고 그것도 모자라 야간반과 통신반까지 개설하여 ‘장사’를 하였다. 이런 현상은 8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일부 대형교단 산하의 신학대학원들은 한 해에 보통 수백 명에서 천여 명 가까이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는 교육부에서 허가한 정원 이상을 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은 성적순으로 차등을 두어 일부는 교육부 정식학위를 수여하고 일부는 교단인정 학위를 주는 식이다. 또는 목회연구원(목연과정)이나 목회지도자과정이라는 명칭으로 추가인원을 선발하는 편법으로 학교 재정을 충당한다. 이러한 편법은 교단과의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으로 교단 지도자들과의 당리당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겉으로는 목사 수급이 문제가 있다며 신학교 정원감축이나 교단신학교 통합을 제기하지만 학교와 교수, 동문들의 반발로 매번 총회 안건으로만 머무를 뿐이다.

교회의 분열도 목회자 증가에 한몫을 담당했다. 장로교의 분열은 수많은 신학교를 난립시켰고, ‘한 교회 안에 한 교단, 한 신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미니 교단과 군소신학교를 양산했다. 이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무인가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고 신학의 질은 물론이고 목사에 대한 신뢰도 추락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1999년 김영삼 정부시절 교육부에 의하여 무인가 신학교에 대한 대학원 대학교 양성화 방침이 실시되면서 수많은 신학대학원들이 생겨났다. 그동안 교단 신학교로 운영되던 학교들도 대학원대학으로 정식학위를 발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7년 현재 비인가 군소교단의 신학교를 제외하고 교육부에 정식인가를 받은 신학대학은 총 57곳이다. 그중에 15개가 대학원대학교 형태이고, 나머지는 종합대학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불교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정식인가 대학이 동국대를 포함하여 2개교이고, 천주교는 서강대를 포함하여 6개교에 불과하다.

이처럼 신학교의 무분별한 난립은 목회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켰으며 신학교를 목사 자격증 발급기관으로 전락시켰다.

그렇다면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함에도 왜 이렇게 신학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일까? 먼저 소명 의식의 왜곡을 짚고 넘어가자. 모든 직업이 다 거룩하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의 자리임에도 무조건 은혜 받으면 목사나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왜곡된 소명 의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소명 의식은 목회자가 귀하던 시절 부흥집회를 통해 서원하게 했던 것에서 유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혜받은 것의 표증이 반드시 목사일 필요는 없음에도 대부분의 교회들은 하나님의 일을 목회로 규정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목사에 대한 그릇된 동경도 있다. 현재 신학교에 진학하는 20∼30대 청장년들은 교회 부흥기를 경험한 이들이다. 목사가 존경받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러므로 목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부러움이 자연스럽게 습득되어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한국교회 특성상 위계질서가 강한 수직적 구조에서 목사는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고, 신자들의 지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기에 그 위상에 매료되기 쉽다.

목사는 넘쳐나고 교회는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목사들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시골의 작은 교회 담임목사 청빙에도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리고, 중대형교회 부목사 구인 역시 이력서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자가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미자립교회도 경쟁이 치열해 쉽게 부임할 수 없는 지경이다.

목사 과잉공급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런 때, 치열한 경쟁은 따라 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의 공정성’이 중요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교회 담임목사들은 그 자리를 순순히 내어주지 않고 지키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쓴다. 자신의 영향력과 이익을 지키는 최고의 방안은 바로 교회를 세습하는 것이다. 세습은 경쟁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그들의 권력지향성은 교회의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붕괴시킨다. 가족주의에 근거해 후임 목사를 선발하고, 인맥에 의해 영향 받는다. “조폭문화”와 흡사하다. 그들은 세습을 통해 권력의 견고한 성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회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 교단 차원의 은퇴 준비 미흡

요즘 한국사회에서 대두되는 사회문제가 ‘고령화 사회’이다.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노인층의 증가는 국가의 생산성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을 주고 있다.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전쟁이 감소하고 의학의 발달로 인해 갈수록 수명은 연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문제는 교회를 빗겨가지 않는다. 목회자의 은퇴 준비도 생존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국가는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여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가입 유도를 권하며, 직장인들에게는 의무적으로 납입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들은 특정 소득을 책정할 수 없기에, 국민연금은 목회자들에게는 선택적 대안일 뿐이다.

   
▲ 2012년 이후 OECD 회원국 노인 빈곤률(한국 1위). 2016년 OECD 자료집.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목사들이 ‘은퇴 준비’라는 용어부터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내일을 염려하지 말고 하루하루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그때마다 공급받아 살아가는 것이 목사의 길”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에 은퇴 이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는 것을 불경하게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

은퇴 이후의 문제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 연금제도를 마련하여 대처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단들은 연금 자산이 부실하고 지급 능력이나 투명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결국 은퇴 후에 거처할 주택과 경제적 비용은 고스란히 교회의 몫이다. 담임목사의 은퇴 문제로 어려움에 처하는 교회의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담임자와 은퇴 비용을 걱정하는 교회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담임자는 자신이 피땀 흘려 헌신한 교회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교회 입장에서는 새로운 담임목사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중의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행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교회와 담임목사 간의 거래다. 거래의 주 내용은 교회의 부담은 최소로 하되 담임목사에게 후임자 선택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회는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담임목사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담임목사는 몇 가지 계획(plan)을 세우게 된다.

첫째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자녀나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영향력을 교회 안에 지속 시킬 수 있고 경제적 지원도 자녀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목사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담임목사의 영향력이 강해야만 가능하다. 자신이 개척을 했거나 성장을 시켜 교회 내에 많은 지지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이다.

둘째로, 후임자에게 부족한 부분의 퇴직금을 받는 방법이다. 담임목사가 원하는 만큼의 비용을 교회가 부담할 수 없을 때 그 부족한 부분을 새로 부임하는 후임자가 감당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대형교회보다는 중소형교회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교회 임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담임 자리를 원하는 부목사나 무임목사들이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여러 가지 후유증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먼저 은퇴목사는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되어 분열을 야기 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후임목사는 자신이 비용을 지불하고 담임목사가 되었기에 은퇴목사에게 충분한 대가를 했다고 여기고 지불한 비용을 신속히 회수하기위해 교회에 재정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비용을 지불하고 담임목사로 취임한 것을 아는 교회 임원들은 자신들이 아닌 전임목사가 선택한 담임목사를 향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만약 전임목사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후임목사에게 이전된다. 실력이 아니라 돈으로 담임자리를 사서 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목사와 신자 간의 관계를 시작부터 꼬이게 하는 것이다.

셋째로, 아예 교회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법이다. 주로 교회 재산이 교단 유지재단에 편입되지 않는 군소교단이나 본인이 개척한 작은 교회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본인 명의로 된 교회를 신자 수를 포함한 가격을 매겨 가장 높게 입찰을 한 목사에게 매매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명 ‘브로커’라고 불리는 중개인이 이러한 일들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병폐를 꼭 교회권력을 유지하려는 욕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교단에서 제공하는 은퇴 이후 대책이 너무 열악하고 목사들의 은퇴 후를 책임질 수 있는 교회도 적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은퇴 이후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교회세습과 원로목사제의 상관관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교회세습의 가장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장기간 목회했던 목사들이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회에 영향을 끼치고 자신들이 성취한 물질적, 사회적 특권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은 영속적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욕망을 부추기고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원로목사제도이다. 김광식은 “퇴임한 원로목사는 마땅히 해당 교회를 떠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교회세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원로목사제도부터 철폐해야 한다. 원로목사와의 마찰로 분쟁이 일어나는 교회들이 많다는 것만 봐도 원로목사제도의 재정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형, 미자립교회의 은퇴 목사들이다.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은퇴 후 빈곤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안이 시급하다.

3) 보상주의 만연

교회에서 흔히 말하는 축복의 개념인 ‘현세적 응보’와 사후 구원의 개념인 ‘내세적 응보’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이지만 전혀 이질감 없이 “교회에 순종하면 이 땅에서도 잘되고 저 천국에서도 잘 된다”는 만사형통 신앙관을 가르친다. 한마디로 교회 다니면 무조건 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복적 신앙을 흔히 ‘번영신학’이라고 하는데 번영신학은 교회성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개인의 번영도 하나님의 축복이며 동시에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예수를 잘 믿으면 돈, 권력, 명성 등의 세속적인 것들도 축복으로 주신다고 생각했다. 정직하고 공정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순종할 때보다 기도하고 헌금을 많이 하면 그런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현세적 보상주의는 신자들보다 목회자에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목사들이 자주 언급하는 것이 “주의 종으로 하나님께 충성하였더니 하나님께서 이것도 주시고, 저것도 주시고, 다 주셨다”고 한다. 목사로서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셨다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 앞에 항상 단서가 붙는데 ‘주의 종’이라는 것이다. 주의 종이라는 단어 속에는 함축적 의미가 있는데 말 그대로 노예나 하인이라는 낮춤의 의미가 아닌 ‘특별히 구별된 자’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복 받는 것은 목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위계적 힘이 내재되어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복의 가장 큰 수혜자는 목사여야 한다는 것이고. 신자들 역시 복을 받기 위해서는 목사에게 잘해서 목사가 큰 복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상주의는 목사들에게 특권의식을 주입시켰다. 신자를 동역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복종해야 할 하위의 개체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목사의 위계사상은 서양의 선교사들로부터 습득된 잘못된 산물이지만, 이를 고치려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여 마치 이것이 기독교의 중요한 교리인양 왜곡하여 왔다.

보상주의의 정점은 교회세습이다. 특히 자신이 개척하거나 교회를 성장시킨 목사는 더욱 심각하게 보상주의에 젖어 있으며, 이것은 ‘교회사유화’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그들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업적을 설교나 임직회의에서 계속해서 주지시키며 은퇴 후 자신의 공로만큼의 보상을 받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흔한 예로 은퇴를 앞둔 목사들이 많이 하는 것이 ‘은퇴기념 교회 화보집’인데 그 내용은 본인이 지금까지 교회를 위해 이룬 교회 성장과 건축, 선교활동 등의 주 내용이다. 이러한 공로적 보상주의는 교회에게는 큰 부담이다.

결국 교회 제직들과 담임목사는 보상에 대한 교환가치를 따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목사가 생각하는 가치와 교회에서 주고자 하는 가치에는 차이가 있다. 주로 목사는 퇴직금과는 별도로 주택을 보상받기를 원하고, 교회는 적정한 퇴직금으로 보상을 해결하고자 한다. 심하면 자녀의 교회 세습까지 교환 아이템이 된다. 이때 목사의 입장에서 보상가치를 높게 책정해줄 제직이나 임원이 필요하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장로를 선출하는 것이 그러한 셈법이 작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의 부담금을 책정하는 교회들도 많기 때문에 담임목사의 은퇴를 준비하는 데 여러모로 용이하다. 담임목사의 측근들을 다수 제직에 배치하게 되면 담임목사의 수고와 헌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온정주의가 작동하게 되어 담임목사의 의도대로 보상에 대한 대가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전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측근들의 개입이 오히려 기존 제직들과 다수의 신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담임목사의 보상주의는 교회를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4) 한국 재벌과 교회세습의 유사성

재벌(財閥)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한두 가족이 경영을 장악한 채로 여러 사업 분야를 독점하고 있는 특유의 기업 조직을 말한다. 산업화 초기 단계의 후진국에서는 한 혈족 집단이 창업하여 기업 경영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지만, 산업 규모가 커지고 경영이 복잡해지면 보다 뛰어난 전문 경영자들에게 기업 운영을 넘겨주고, 창업자 가족은 재단 등을 만들어 뒤로 물러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기업 경영은 거대 모기업이 여러 개의 자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이러한 경영이 가능한 이유는 ‘재벌’이라는 경영권 세습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벌기업의 특성은 다른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세워 소위 ‘나와바리’를 치는 능력이다.

‘경영권 세습’과 ‘경영권 승계’는 선대로부터 후대로의 부와 경영권한의 대물림이라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의미는 사뭇 다르다. ‘경영권 세습’은 부정적 의미로 오직 혈연 등에 따른 맹목적 대물림이라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방식이고 ‘경영권 승계’는 합리적인 근거와 절차에 따라 정당성을 확보한 방식이다. 그래서 한기총이나 예장합동에서 교회세습에 대한 언급을 할 때 ‘세습’이라는 용어대신 ‘계승’이라는 말로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부와 경영권의 대물림을 위해 그간 우리나라 재벌들은 온갖 불법과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재벌의 대물림은 부정적인 의미인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 기업전문가 집단에게 ‘자녀에 대한 경영권 세습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 가?’라는 물음에 ‘경쟁 없는 승계 19.17%’, ‘경영능력 미검증 36.67%’, ‘불투 명성 13.33%’, ‘불법, 편법적인 부의 상속 30.83%’이라 대답했다. 결국 불법적인 특혜와 부의 상속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세습이 결정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나이 5.89%’, ‘경영 수업연수 3.59%’, ‘경영능력 4.58%’, ‘총수의 판단 92.73%’이라고 대답했다. (설문조사는 50명의 전문가집단(대학교수 18명, 민간 연구소 12명, 펀드매니저 11명, 증권분석가 9명)을 대상으로 이루졌고, 평가 대상은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한진, 두산, 신세계, 효성, 현대, 금호, 대림, OCI 등 세습기업 11개로 한정했다. - 박형준의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과 위평량의 「재벌총수일가의 경영권세습과 2015년 전문가인식도 분석」 등 참고.)

한국 사람들은 재벌을 장악한 특정 가족을 재벌 기업 자체와 동일시하고, “재벌기업이 곧 국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담임목사가 곧 교회”라는 인식과도 상통한다. 한국은 정부, 국회, 미디어, 언론이 퍼트리는 친(親)재벌 논리의 포로가 되었다. 이러한 정서는 한국교회의 세습과도 그 기원과 정서가 닿아 있다. 적산배분, 정권과의 공조,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장기집권 등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재벌총수의 자리를 세습한 이는 전근대 시절의 황제와 같은 초법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세습은 권력을 절대화하기 때문에 그 조직이 큰 실패를 해도 그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황제가 있는 곳에는 노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재벌 기업들이 국가경제를 좌우하고 있으니, 온 국민이 세습 권력에 운명을 맡긴 셈이다. 이들 세습 권력은 법도 국회도 행정부도 그 아래에 두고, 재벌 기업의 광고비로 먹고사는 언론사, 재벌의 소송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 재벌의 연구비를 받는 교수들, 그리고 그들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라 생각하는 국민 일반을 노예화시킨다. 2016년 통계를 보면 미국, 중국, 일본 모두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형 부호는 30%미만이지만, 한국의 상속형 부호의 비율은 63%에 달한다.

재벌의 독점체제는 건강한 시장경제체제를 무너뜨리고 담합과 패거리문화를 양산시킨다. 그로인해 계열사 간 밀어주기, 대기업들의 가격담합, 주가조작, 세금탈루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장시킨다.

재벌의 독점시장은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취업문제도 유발시킨다. 중소기업 간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그에 따른 임금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대다수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만을 선호하게 되고 중소기업은 구인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마치 대형교회에는 사람이 줄을 서지만 개척교회에는 한 사람이 귀한 것처럼, 기업이나 교회 모두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불합리한 기업의 기형적 현상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회계 투명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여전히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회계가 불투명하면 기업의 건전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여지도 많다. 이 같은 모습은 한국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흐름이며 교회 역시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불투명한 재정처리와 회계보고가 교회의 가장 큰 약점이다.

한국 기업들의 이윤 배분 현황을 보면, 이들 30대 그룹과 주요 은행들이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마치 주요 대형교회에 한국 신자들의 반 이상이 출석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나라 30대그룹 총수직계자손 가운데 세습을 했거나 진행 중인 자녀는 모두 44명이고, 이들은 평균 28세 입사하여 3년 만인 31세에 임원직에 오름으로써 일반 직원이 입사하여 최소 21년 소요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며, 이들 44명 중 33명이 해외 유수대학에서 다닌 경험이 있다.

교회세습도 거의 흡사하다. 대부분의 대형교회 자녀들은 해외 신학교로 유학하는 것이 코스처럼 되어 있다. 물론 유학비용은 거의 교회에서 지원을 하며 유학중에도 꾸준히 교회에 얼굴을 드러낸다. 유학을 마치면 다시 교회로 돌아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교역자로 세워지고 권력이양 수순을 밟는다.

재벌그룹의 경영권 세습 실체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선대에 축적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 것으로 부의 대물림이다. 둘째, 경영권 세습은 부의 이전과 함께 그룹계열사 전반에 대해서 막강한 경영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지분을 상속받음으로써 실체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재벌기업의 세습과 교회세습의 관계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재벌기업의 경영권세습은 대형교회의 담임세습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대형교회와 재벌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목적은 권력의 독점과 유지다. 가족주의적 사고의 틀 안에서 권력을 세습하고 그로인한 부당한 자본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습이라는 방식 자체보다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상이 더 심각하다. 겉으로 드러난 방식 자체가 아니라, 결국에는 부와 권력이 대물림 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편케 하는 것이고, 이는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불편한 이유와 같다.

교회 세습이 지탄받는 이유는 사유화할 수 없는 것을 사유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은 선거를 통해 교체할 수 있지만, 재벌 및 그들과 혼맥으로 얽혀 있는 언론사 사주들은 대대손손 세습한다.

현재 남북한의 두 체제 모두 국가 내의 최고 힘 있는 조직은 세습에 의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세습은 근대 이전부터 내려온 한국식 가족주의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한국전쟁, 분단, 남북 대결이라는 만성적인 전쟁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키워온 목표 지상주의, 강자와 대세에 추종하려는 마음, 불안감 등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질적 패악인 세습의 한 축을 교회가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기독교인들을 슬프게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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