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호 커버스토리]

서론: ‘그날’ 이후
12년 동안 20대 청년들을 만나고 섬겼다. 나를 늘 따라다닌 호칭 중 하나는 ‘청년사역 전문가’였다. 내 나이 서른아홉이 되었을 때, 20대 청년들을 섬기는 데 한계를 느꼈다. 청년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뭔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다가왔고, 그들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 하나님께서 나를 다른 사역으로 부르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담임목사 청빙 제안을 받게 되었다. 지난 12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사역을 해왔기 때문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시점이었다.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렸고, 아내와도 마음을 나눈 후였다. 연락을 해오신 장로님을 만나러 간 건, 아직 담임목회에 마음이 없다는 말씀을 정중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만난 장로님은 적잖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카페에서 교회 상황을 말씀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목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로님을 뵙고 단호하게 ‘아직 담임목회에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기도해 보겠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 헤어졌다. 그날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청빙에 관해 주변의 목회 선배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말리셨다. 현재 그 교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현실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고, 청년사역과 장년사역은 너무 다르고 넌 너무 경험이 없고 어리다고, 수개월이나 담임목회자가 세워지지 않는 데는 숨겨진 이유들이 있는 거라고, 그런 식으로 목회지에 갔다가 1년도 되지 않아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많은 부정적인 조언을 들으며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이런 게 이 땅의 숱한 작은 지역교회들의 현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결정의 순간, 당시 섬기던 교회 담임목사님이자 목회 멘토이신 이찬수 목사님과 긴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강하게 반대하셨다.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던 내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대답은 이랬다. “그런데 목사님, 제 심장이 그 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하면 두근거립니다.” 목사님은 내 얼굴을 말없이 보시더니 설득을 포기하시는 표정으로 얘기하셨다. “그래, 그렇지…. 심장이 뛰면 가야 하는 거지. 목사가 심장이 뛴다면 말리면 안 되는 거지….” 그렇게 억지 허락을 받고 11월 31일 분당우리교회를 사임하고, 하루가 지난 12월 2일 나는 나눔교회에 부임해서 사역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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