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표지]

지난 10월호에서 ‘희망의 교회’를 일구어가려는 땀과 눈물과 기도의 이야기를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다른 달에 견주어 빠르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접했는데요. 커버스토리 “‘희망의 교회’를 향한 분투”를 반기고 고마워하는 목소리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 누구에게나 자기 삶에서 일터 못잖게 중요한 공동체가 교회여서 여느 주제보다 더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늘상 ‘위기의 교회’나 교회 타락상에 관한 이야기만 넘치게 들어오다, 이 땅 곳곳에서 작으나마 희망의 싹을 틔우고 소금맛을 내는 교회 이야기가 그만큼 더 달갑고 기뻤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11월호는 ‘희망 사회’를 화두 삼아 우리가 속한 일상과 주변, 이웃과 사회를 다시 짚어보려 합니다. (지난 5월호 커버스토리 “촛불시민혁명 이후:희망 사회를 위한 과제들”의 후속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를 가리키던 “헬조선” “이게 나라냐”라는, 울분 깃든 수식어가 여전히 귀에 쟁쟁한데 ‘희망’ 사회가 웬말이냐 타박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이 넘는 1,110만 명이 비정규직이고,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하며(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가 5.63배),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지경(상위 10%가 하위 10%의 72배)이라는데 말이지요.(“불평등의 근원 해결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_54쪽)

그럼에도 헬조선만 부르대면서 ‘위기의 한국 사회’ 실상만 주야장천 읊조릴 수는 없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하여 우리가 속한 일상의 영역에서, 보냄 받은 일터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움직이고 행동하는 작은 ‘한 걸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 담아낸 글은 다양한 직업인들(마을신문 기자, 공유공간 컨설턴트, 지방법원 부장판사, 노동운동가이자 작가, 가수)이 저마다 자기 삶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씨름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교회 안’의 희망 이야기가 아쉬운 판에 굳이 세상 속 희망 이야기까지 담으려 한다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의 일이, 사회의 문제가 교회와 무관한 바깥세계 일이라 여겨 제쳐둔다면 그리해도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믿는 야훼 하나님이 어디 교회 공동체와 신자들만 사랑하시는 분이던가요? 그분이 온 세상과 우주의 주관자시며 온 인류와 모든 생명의 주 되시기에, 이 세상과 사회의 문제를 요나가 니느웨 바라보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롬 8:24, 공동번역)

그래서입니다. 여전히 아득하고 눈에 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나로부터 시작하는 작은 ‘한 걸음’이 희망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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