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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란, 일상이란 무엇인가?
[324호 쪽방동네 이야기]
[324호] 2017년 10월 27일 (금) 15:10:56 이재안 부산 동구쪽방 활동가, 풀꽃강물교회 전도사 goscon@goscon.co.kr
   
▲ 맛나게 드시면 좋겠다. 소주 안주로만 드시지 말고. (사진: 이재안 제공)

부산 사시는 날개 없는 천사 ‘부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기부로 반찬을 구입해서 쪽방 식구들에게 전해드렸다. 박형 왈, “고맙습니다. 이 선생님,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미역줄기무침, 계란말이, 무채나물,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맛나게 드시면 좋겠다. 소주 안주로만 드시지 말고.

지난 10월 15일 주일엔 작은 시장 골목 김밥집 2층 다락에 사시는 대만 화교분께 쌀 10kg을 전달했다. 신실한 관계를 쌓아가며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 화정 목사의 나눔에 감사드린다. 나머지 한 포대는 형제복지원 국토 대장정에 하루 참여하면서, 식사용 쌀로 전달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에는 기독교를 거부하는 분이 대다수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많이 당했기 때문이다. 예비 교우 중 한 분도 그런 분이다. 당시 예배 때 들었던 찬송가만 들으면, 온몸이 떨린다고 하신다. 예배란 과연 무엇인가?

예배란 무엇인가?
개척한 지 9개월 된 아이교회 예배에 함께했다. 함께한 시간, 행복해 보였던 이기척 목사의 페북 글을 나눈다.


오늘 I Church는 풀꽃강물교회 이재안 전도사와 함께 예배했습니다. 젊은 날 보수적인 모교회에서 찬양팀으로 잘 섬기다가, 문득 ‘이것만이 다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그가 서 있는 자리가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생각이 넓어지면서 이천여 년 전 예수는 걸인이나 병자와 함께할 때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외모와 향기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답니다. 그후로 주민분들을 뵙고, 같이 밥 먹고, 그 집에 머물며 대화하는 것을 예수를 만나는 시간으로 여겼답니다. 그분들을 만나러 갈 때 ‘나는 예수를 만나러 간다’ 생각한 것이죠. (중략) 그들의 상태가 괜찮아진다면 더없이 좋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그저 그들과 머물러 있는 것이 그들을 위한 전부입니다.

부산에 ‘고독사’ 뉴스가 최근 계속 나옵니다. 그래도 힘 있는 이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이들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라면? 정작 누구에게 관심이 더 많았을까요? 예수님은 누구의 친구가 되었을까요?
 
그는 우리와 함께 예배를 드리며, 예배에 대한 깊은 묵상을 한 듯하다. 조금 길지만, 나누고 싶다.
화려한 예배당에서 멋진 슈트를 입고 드리는 예배, 감동스러운 찬양과 눈물 나오는 예배… 좋지요. 그런데 거기에 예수님이 계신지…, 성경을 보며 우리는 이제 정말 질문할 때가 된 듯합니다.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예배가 하나님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Worship Service… ‘예배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은지 말이죠. (중략)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예배, 형식적 예배의 잔치는 이제 정말 거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용기를 내 전도사님께 실질적으로 질문했습니다. “좋아요. 역겨운 냄새나는 그들 집에 오래 머물고 싶은데… 거 혹시 비결이 있나요? 다른 게 힘든 게 아니라 사실 그 냄새가 제일 힘들거든요.” 뭐라 답했을까요?

“그냥 익숙해지는 겁니다. 코는 금방 둔해집니다.” 쿨한 대답입니다. 자주 접촉하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신학이 있고, 신앙이 있고, 예배가 있다는 것이지요. 재안 전도사, 이런 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데… 저도 교회 성장시키고 싶고, 잘나가고 싶은 욕망의 목사인데… 어떻게 한 개척인데… 인생 꼬였습니다. 이 인간 안 친하고 싶은데 자주 볼 거 같습니다. 에라이…
#머뭄이사랑이다 #사백구십번_애통해하는삶 #갈길이꼬인_개척교회_목사

엊그제, 아이교회에서 함께 나누었던 말씀이 가슴 깊이 다시 스며든다. 칠칠이사십구, 일곱 번씩 일흔 번, 사백구십 번, 나를 용서하고 계신 그분께 송구스러운 마음 가득하다.(마 18:22) 이 포옹은 완전한 포용이다. 영원한 포용이다. 엄마의 가슴 품이다. 그렇기에 나를 지켜보는 이들이 훈련하고 수련하는 준비 과정을 반드시 돌파하도록 마지막 기회로 알고 최선을 다해야겠다.

사백구십 번의 포옹을 이루려 오늘 밤에도, 한 형님을 집에 데려다주니 밤 12시 어간이다. 차창 밖 바람이 귓전에 스치운다. 어느 청년은 두 시간이 넘었던 알코올 금주 상담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뒤 다시 술을 먹고야 말았다. 다시 그의 방에 가보니 없다. 벌써 새벽 2시 목전이다. 일단 자야겠다.
먹던 소주병 버리고 잠자리로

2년 넘게, 월 1회 노상이나 화단, 길 어귀 한구석에 노숙하시는 주민분들을 뵙고 안전조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 직원분의 친절한 ‘밀착 사례관리’에 한 젊은 아저씨는 병나발 불던 소주 한 병을 콸콸콸 버리고, 자연스레 내 손 잡으며 가로수 옆자리 응급 숙소로 가신단다. 직원들의 따스하고 소박한 관심이 이런 자연스러운 설득을 가능케 한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좋아진다. 정에 굶주린 분들이다. 신뢰를 주고받으면서 거리 노숙 생활이 다른 대안으로 대체되기를 기원한다.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직원들께 진심으로 기도해드리고 싶다. 교인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쩌나.

일을 하다 보면 일정이 자주 꼬인다. 오늘도 급한 일로 박종철합창단 연습을 못 가게 됐다. 1년 6개월여 전 하늘나라로 먼저 간 동갑내기 집사(예전 교회 베이시스트)의 부모님을 이제야 만났다. 눈물 어린 어머니의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듣고 다음에 추모의 자리를 준비하기로 했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전하니 ‘오히려 고맙다’ 하신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무덤덤하다. 왜 그런가 보니 돈 때문이다 싶다. 하나 더 있다면 욕심이다.

이어서, 밤 10시 즈음 양산에 혼자 사시는 교우 형님을 뵙고 집까지 바래다준다. 앞으로 더욱 깊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영도다리로 가겠다” “유서를 쓰겠다” 한다. 그따위 짓은 하지 말라며, 손을 잡으니 고개를 숙이시며 고맙단다. 잘 우는 형님이다. 그렇게 집으로 향한다. 11시 11분이다.

추석 연휴 윤씨 아저씨
다음날 다시 만났다. 영도다리 난간 위 올라가셨던 50대 중반 교우 형님, 입원하던 병원서 간호사와 다툼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만 원에 합의하시는 바람에 생활비가 없어 우리 공동체가 잠자리 눈물만큼의 나눔을 하니 “고맙다”며 눈시울 적시며 가신다. 뒷모습이 아련하다. 마음 가니 몸 가고, 몸 가니 당연히 돈이 간다. 예수의 얼굴은 지극히 가까운 데 있다.

   
▲ 추석 맞이 예배 때 함께 나눌 음식을 만들었다. 맨 우측이 필자. (사진: 이재안 제공)

추석 연휴가 곧 시작이다. 퇴근 전에 박형 방에 잠시 들렀다. 추석 연휴에도 소주와 함께한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주 모임 때 보기로 했다. 잘 계셔야 할 텐데 조금은 걱정이 된다.

올 추석은 남동생의 두 아이와 시민공원 잔디에서 원반던지기를 했다. 밤 11시 넘어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놀았다. 큰아들과 추억의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낙동강 삼락공원에 자전거 타러 온 가족들, 연인들이 많다. 둘째아들은 집에서 혼자 놀고, 아내와 함께 4인용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연휴 4일째 10월 6일, 58년생 윤씨 아저씨가 간경화 말기로 입원하셨다가, 추석에 적적하셔서 집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 주 다시 입원하신다기에 급히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서 소고기죽 하나 사서 말씀 나누니 눈물 꿀꺽 삼키신다. 간경화 말기 소식을 이제야 들어 죄송하다는 어투로 전하니, 아니라며 “이제 갈 준비를 해야지” 하신다.

같은 날, 당직 일정을 마치고 공간 ‘달품’에서 싱어송라이터 김제성과 함께 쪽방주민들과 나누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당연히 개런티는 없다. 스스로 봉사한다고 하셔서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 12명 정도 단란하게 모였다. 흘러간 옛 노래, 김광석의 통기타 선율, 직접 작곡하신 여러 곡들, 처음에는 딱딱했던 얼굴들이 서서히 밝아지고 엇박자이지만 박수는 끝까지 치신다. 박치가 많다. 그럼에도 모두 노래에 흠뻑 젖은 모습들이다.

10월 7일 토요일, 20년 만에 온몸놀이를 하러 강원도 홍천까지 경차를 몰고 큰아들과 함께 갔다. 지난 밤, 작은 음악회를 마치고 밤 10시 30분에 부산에서 출발하여 새벽 4시경에 도착했다. 추석한마당 잔치다. 적어도 아이들 포함해서 200명은 될듯했다. 옛적에 사역하던 교회 제자도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휴가를 내고 함께 참석한다. 풋살은 수련이고 장작 패기는 일상의 노동이다. 탁구, 팔씨름, 과녁 맞히기 등 다양한 놀잇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전체가 참여하는 이어달리기에서는 곡선주로를 달리게 되었다. 헉헉 고작 70미터 뛰는 데도 힘들다. 운동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도 힘차게 뛰어 본다. 밝은누리 삼일학림도 탐방하고 생활관, 강당, 생태 뒷간 등 마을을 쭉 들러보았다. 밝은누리 조윤하 선생님의 안내도 감사하다. 풀꽃강물교회도 한 걸음씩 잘 배우며 함께하길 원한다.

다시 일상으로
오후 내내 위 시술 준비하시는 조씨 누님. 병원 입원 동행하고 나오는 길에 같은 병원 간경화 윤씨 아저씨가 복수를 4리터 빼고 집에 가면서 밥 한 그릇 하자 하신다. 라면 한 그릇 맛나게 먹는다. 추석 연휴 때는 눈물 꿀꺽 삼키시더니 오늘은 좀 활기차다. 오전에 옛 모교회 권 선배님, 멀리 하동서 부산까지 주민분들 사용하라고 안마기 주고 가면서 보쌈정식까지 대접해주신다. 곳곳에 공동체를 사모하는 분들이 있다. 고맙다. 그래서 걷는다. 한 걸음씩.

다음날, 어머니 요양병원 모시느라 고생하는 하씨 친구와 오랜만에 돼지국밥 한 그릇 뚝딱 한다. 껍데기뿐이고 진정성과 애틋함이 없는 회색 종교를 멀리함이 참 신앙이란 생각이 다시 든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러하다는 거다. 예배란 무엇이고, 일상이란 무엇인가? 곱씹어 물어본다.
가을이 깊어진다. 쪽방동네에도 가을이 여문다. 꽤 추운 날들이 오고 있다.


이재안
잠자리 눈물만큼의 정(情)이라도 찔끔찔끔 나누며 살아가는 작디작은 풀꽃강물교회 식구이며, 부산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혼살이’ 아저씨 아줌마 할매 할배들과 찌지고 뽁고 욕먹고 욕하며 살아가는 40대 유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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