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3인 3책] 《재편》 / 이진오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017년

2013년 겨울, 인천 더함공동체교회 이진오 목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목회자들 몇 사람이 모임을 갖고 있는데 참석해서 내가 최근에 낸 책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그 모임 후로 이목사와 교제를 이어갔다. 매스컴을 통해 접한 이 목사는 교회 개혁을 위해 초대형 교회 목사들과 맞서 싸우는 강인한 투사였다. 그러나 실제로 교제하며 알게 된 그는 평범한 동네 목사를 꿈꾸는 매우 보수적인 신자였다. 나는 그를 통해 보수적인 신앙이 얼마나 개혁적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듬해 이 목사가 출판용 원고 하나를 보내며 의견을 물었다. 원고에는 그동안 대화 과정에서 들었던 건강한 작은 교회에 대한 그의 비전이 담겨 있었다. 나는 전직 편집자 입장에서 몇 마디 기계적인 조언을 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이 흘렀고, 지난달 말에 그가 “홀로 빛나는 대형 교회에서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작은교회’로”라는 멋진 부제가 달린 그의 책 《재편》을 보내주었다.

책에서 이진오 목사는 부정과 부패의 대명사가 된 대형 교회 중심의 한국교회의 판도를 건강한 작은 교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목사가 말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는 크지 못해서 작은 교회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작음을 지향하는 교회다. 그에게 작음은 결핍이 아니라 소중한 가치다. 물론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할 사명을 맡은 교회는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성장은 하나의 지역 교회가 무한정 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교회들이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이들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애써 노력하면 대형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목사는 그런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사람은 크다고 해도 3미터가 넘지 않고, 작다고 해도 1미터 이하는 아니다. 너무 크거나 비대하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존재할 수 없거나 오래 살지 못한다.” 이 목사는 작은 교회의 크기를 50명에서 200명 사이로 규정한다. 흔히 목회자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300명으로 여기는데, 이 목사에게는 그것조차 목회자 중심적 사고의 결론일 뿐 교인들이 서로 교제하며 믿음의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가 작음을 교회의 핵심적 가치로 여기는 이유는 교회관 때문이다. 그에게 교회는 가르치는 모임(敎會)이 아니라 교제하는 모임(交會)이다.

그렇다면 작은 교회는 무조건 건강할까? 물론 아니다. 작은 교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목사는 작음이라는 전제 위에서 건강함을 추구한다. 사실 《재편》의 많은 부분은 그런 건강함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너무 상세해서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 부분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건강한 작은 교회”라는 원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서 실패한다. 사실 이 목사 자신도 일정 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하게 정리했다. 알면서도 연약하기에 실패하는 것과 아예 몰라서 실패하는 것은 다르다. 다시 시작하는 이 목사가, 그리고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 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들의 성공을 통해 병들어 있는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재편되기를 바란다. 

 

김광남
숭실대에서 영문학을, 같은 학교 기독교학대학원에서 성서학을 공부했고, 책을 쓰고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 《아담의 역사성 논쟁》등 다수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한국 교회, 예레미야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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