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

얼굴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 / 이상엽 사진
후마니타스 펴냄 / 20,000원

                                                     
‘헬조선’이란 단어에 점점 무뎌지듯 이 현실 사회에 (적응되진 않지만)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비정규노동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반수를 넘긴 1100만여 명에 이른다.” 작년부턴 정말로 노동자 과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밑바닥을 치고 올라야 한다 싶었는데, 자꾸만 더 아래로 향하는 밑바닥의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얼마나 더 벼랑으로 내몰려야 하나.

‘아차…’ 정신이 번뜩 깼다. 투박하지만 뇌리를 깊이 쑤시는 책장을 넘기며 오늘 하루도 내가 숱하게 스쳤을, 우리 곁에 무수히 머무는 존재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사진가 이상엽과 활동가 변정윤, 기록노동자 이혜정·희정이 2014년부터 3년간 만난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진과 구술을 엮은 책 속에서 N분의 1로 목소리를 내는 57명의 얼굴들은 곧 N포세대인 나와 친구의 현실이자 미래이고, 우리들의 엄마 아빠의 초상이다.

“끝까지 노조에 남은 엄마들한테 소장이 ‘에이 더러운 년들’이라고 욕하는 거 다 들어가면서 여기까지 왔어요.”(윤화자, 대학 청소노동자)

“우리는 ‘인간의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며 끝없이 당신에게 말 걸 것이고, 어떤 사회적 존재의 잊히지 않는 이름으로,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얼굴로,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나는 최고운이며, ‘9-4’이며, 최종범이며, 이제 막 인천공항에 도착한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이다.”(190쪽)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지 벌써 반백 년이 되어 가는 2017년에도,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당연’하지 않고, 노동조합 가입률은 10%에 머문다. (나도 노조 가입자가 아니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는 세상이 언제나 올까?


“다행히 2016년 겨울, 거대한 1700만 촛불이 일어나 ‘박근혜’라는 특권의 사유화와 재벌과의 공모를 단죄해 냈다. 이제 누구나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으며, 일의 과정을 누구에게도 착취당하지 않으며, 노동 현장에서 부당하게 차별받거나 배제당하지 않으며, 더불어 평등한 세상을 이뤄내기를 응원한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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