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 교회 언니, '종교와 여성'을 말하다]

내가 이화여대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던 때 전공 분야는 크게 이론, 방법론, 성(sexuality), 노동, 가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에서 이론과 방법론은 필수였고, 성, 노동, 가족은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세 과목을 모두 들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성을 듣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결국 듣기 시작했는데, 그 학기에 임신을 하는 바람에 입덧으로 고생하다 결국 모든 과목을 취소하고 한 과목만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가 남긴 한 과목은 부담이 제일 적은 과목이었다. (성은 부담이 크기로 유명한 과목이었다.)

내가 성을 계속 피한 이유는 그것이 이성애의 규범, 그러니까 내가 유지하고 있는 결혼과 가족의 틀을 정면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노동이나 가족 연구는 어느 정도 그 규범 안에서 할 수 있는 연구지만, 성은 사회제도 중에서 젠더/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고 이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분석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이성애자에게는 다소 불편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래서 오히려 아주 신선하기도 하다.) 이성애자인 나에게 이것은 단지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정상성의 규범을 해체한다거나, 동성애 결혼도 인권의 한 영역으로 합법화해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남자를 사랑하는, 또는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가 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방식 혹은 한계를 묻는 문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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