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지난 가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리는 책들이 쏟아졌다. 루터의 생애와 신학, 그의 시대를 다룬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종교개혁을 뜻 깊게 기리는 일이겠다.

국내 저자가 쓴 책으로는 《처음 만나는 루터》(IVP)와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이 눈에 띈다. 소장 조직신학자 우병훈 고신대 교수가 쓴 《처음 만나는 루터》는 루터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으로 ‘루터와 종교개혁’ 입문서로 제격이다. 루터의 생애와 신학을 성실하게 파고들면서 그가 가진 한계도 함께 다루는 이 책은 지은이의 성실한 공부와 글쓰기가 잘 어우러진 결실이다. 《루터의 재발견》은 주목받는 루터 신학자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담임목사의 노작(勞作)으로, 학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루터 신학을 연구해온 루터교 소속 신학자가 쓴 연구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질문, 저항, 새로운 공동체 등의 열쇳말을 통해 루터의 생애를 접근하는데, 루터 신학을 크게 세 갈래(십자가 신학·성만찬 신학·직업 소명론)로 정리한 8장 “루터의 신학”이 눈길을 끈다.

번역서 중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시대》(홍성사)는 2012년판 《누구나 아는 루터, 아무도 모르는 루터》의 재번역 개정판으로, 개정판 번역은 중세서양사 권위자인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 책은 루터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독일 사회를 다루면서 종교개혁가로서 루터를 평가하는데, 다양한 컬러 도판과 시각적 인용문 처리가 주목도를 높인다.

‘루터의 유산’(Luthers Erbe)이 원제인 《루터의 두 얼굴》(평사리)은 “문화혁명적인 대사건”인 종교개혁에 대한 비판적인 재평가로 가득하다.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복음주의 개신교도인 지은이는 루터의 유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을 거쳐 ‘독일 프로테스탄트를 다시 개혁하라’고 일갈한다.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을 부제로 삼은 《루터》(제3의공간)는 르네상스 시대 교황제도 연구의 권위자가 쓴 연구서로, 바티칸 문서고에서 찾아낸 기록을 바탕 삼아 루터와 교황청 양측의 의견과 보고를 나란히 제시한다. 이 책은 거대한 교황 체제에 맞서 자기 주장을 신속히 글로 쓰고 인쇄·배포하는 데 주력했던 루터의 ‘미디어 활용’에 주목한다.

자, 이제 한 권의 책을 펼쳐 읽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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