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신국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엮음 / 돌베개 펴냄 / 22,000원

보수적 한국 사회 형성에 개신교가 기여해온 다양한 경로를 추적하는 책이 나왔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한국 보수 개신교는 1980년대 말 이후로 우파 정치와 결합하면서 ‘개신교 우파’ ‘기독교 뉴라이트’를 형성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특별히 세 가지 범주로 다뤘다.

첫 번째,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1980년대 말 이후로 우파 정치와 결합한 형태를 분석한다. 보수 우파의 정치적 의제들이 보수 개신교의 여러 영역인 목회, 교육, 선교, 신학 활동에서 작동해온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교회 복지’가 한국 보수주의 형성에 기여한 과정을 드러낸다. 박정희 시대 방식의 복지 정책이나 그 체제의 실패로 인해 부글대는 복지 욕구를 교회 조직이 “사적·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상당 부분 해소했다. 그런데 이것이 온당하고 권리적인 차원에서가 아닌 시혜적이고 온정주의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복지 국가로 가는 길을 막는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범주에서는 보수 개신교가 (이단을 포함한 타종교를 타자화하면서) 우파 정치와 결합해 법 개념 해석과 담론 투쟁류의 싸움을 통해 더욱 정치화되어간 현상을 보여준다.

오늘의 사회 상황에서 ‘태극성조기’ 부대로 곧장 연상되는 보수 개신교는 그 앞선 맥락에서 이어져 변형·진화된 결과다. ‘그들의 무지’를 막연히 욕할 수만은 없고, 교회가 이런 일탈에 깊숙이 빠져온 사회적 교회적 조건들과 과정을 돌아보는 것은 필요하다. “더 이상 문제의 원인을 심리적인 요소나 신학적인 요소로 환원시킬 수 없게 만”드는 작업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과제가 남아 있다. “민중적 삶의 조건의 일부로서 개신교 우파의 담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해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민중의 삶의 실상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삶 안에서 새로운 인간 정체 혹은 주체를 향한 희망을 찾고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시대의 민중들이 자신의 삶의 선택을 위해서 어떤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고 있는지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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