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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사장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김삼환 퇴진’ 외치는 숭실대 학생 정민호 씨
[326호] 2018년 01월 04일 (목) 11:46:35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 언론홍보학과 정민호(26, 13학번) 씨 ⓒ복음과상황 이범진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이 확정되자, 숭실대 학생들이 ‘이사장 퇴진 운동’을 시작했다. 이 대학 이사장은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다. 학생들은 ‘숭실이사장퇴진행동’을 구성해 수백억 원 ‘비자금’ 조성과 세월호 망언 등을 일삼은 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사장 퇴진 영상’을 만들고, 관련 취재를 바삐 다니는 언론홍보학과 정민호(26, 13학번) 씨를 만났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재학 중입니다. 스물여섯 살이고요. 현재는 영상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뉴스 현장을 찾아가 취재해 영상으로 제작합니다. 요즘에는 이사장 퇴진과 관련한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 안 그래도 SNS에 돌고 있는 그 영상을 보고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숭실대 이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밌게 만들었던데요.
저도 그분이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안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김삼환 목사의 ‘비자금’ 조성, 세월호 망언, 박근혜 찬양, 교회 세습 등을 알게 되면서 이런 사람이 우리 학교 이사장 자리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대다수 학생은 김삼환 목사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알더라도 그가 학교의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학교 측에선 학교의 손익을 따져 조용히 넘어가자는 태도를 보였죠.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자는 건가 싶어 화가 났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입장을 가질 기회마저 박탈하겠다는 말로 들렸거든요. 저는 먼저 김삼환 목사의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와 그가 우리 학교 이사장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되었어요.

― 어떻게 보면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엮여 있기 때문에, 비기독교인 학생들에게 이사장 퇴진 운동을 설명하기가 더 어려웠겠어요. 
그게 퇴진 운동 초기에 일부 학생들만 함께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김삼환 목사의 여러 치명적인 문제들이 교회나 교계에는 악하게 작용할지 몰라도, 학교나 학생들에게는 직접적인 악영향이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이 어떤 존재인지, 그 이사장 자리는 어떤 의미인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 앞서 학교 입장을 언급했는데, 이사장 퇴진 운동을 말리는 학교의 ‘어른’들에게 실망하지는 않았나요? 
퇴진 운동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당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학교 교수나 직원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이해는 해요. 그러나 ‘학생들이 이 일들에 대해 모르는 게 낫다’라거나 ‘옳고 그름은 나중에 따져야 한다’는 의견은 동의할 수 없어요. 학생들도 학교가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성찰하고 고민하며 입장을 가져야 하잖아요. 만약, 눈앞의 이익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유보하거나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죠.

― 퇴진 운동 영상 중에는 120만 원 장학금 거절한 학생 이야기도 있던데요. 눈앞의 이익을 물리친 사례일 텐데….
120만 원 장학금을 거절한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왜 그랬을지 궁금했죠. 알아보니 장학증서에 장학금 기부자로 ‘김삼환 이사장’ 이름이 쓰여 있어서 그랬다는 거예요. 더 궁금해져서 그 학생을 찾아가서 인터뷰했어요.(보기) 동문장학회에서 반납 절차가 까다롭다며 만류해서 장학금을 반납하진 못했지만 인터뷰하면서 그분이 장학금을 거부할 때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눈앞의 이익을 초월한 사람의 기운을 느꼈어요. 김삼환 목사에게 많은 기부금을 받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많이 주는 게 좋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장학금을 거부한 그 학생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인터뷰 이후,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봐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 숭실대 학생들이 김삼환 이사장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전공이 ‘언론홍보학’이라고 했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이 과를 선택한 건 제가 불의한 권력에 정의롭게 맞서는 언론인이 되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을 파헤치는 것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지금은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도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무작정 가는 성격이라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있던 목포신항에도 가고, 일본에 있는 군함도에도 직접 가보고요. 지금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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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신항까지 직접 간 이유가 있나요?
그때는 정말로 무슨 일이 있으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갔거든요. 당시에 1인 미디어인 〈미디어몽구〉님이 가시는 곳을 곧잘 따라다녔어요. 그날은 미수습자였던 세월호 가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도 났고, 미디어몽구 님이 목포로 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어요.

― 어땠나요? 
목포신항에 가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조금의 위로나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곳에 두 발을 디뎠을 때,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위로를 드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냥 유족들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죠. 당일 밤에 성호 아버님과 함께 밤을 보냈는데요. 아직도 밤에 술이 없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술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술을 안 마셨는데, 그날은 성호 아버님 옆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없이 술을 나눠 마셨습니다. 그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만큼 힘겨운 생활을 오랫동안 하신 거죠.

― 군함도 가게 된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해외로 나가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큰 기대를 안고 영화 〈군함도〉를 봤어요. 민감한 소재이면서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역사적 고증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빠져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아서 대학생의 눈으로 진짜 군함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명감에 불타올라 돈을 모았어요. 집에 있는 물건들까지 막 팔았는데요. 친척에게 선물로 받은 골프채, 아버지 축구화 등을 팔았습니다.(웃음) 군함도에 가서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일본인들은 노동자 강제 동원 사실에 대해서 전혀 들어보지 못했더라고요. 군함도 다녀온 취재기는 한 잡지사에 실리기도 했고, 그때의 영상은 보도보도 페이스북(@BODOBODO2017)에서 볼 수 있어요.

   
▲ 이사장 퇴진 전단지를 나눠주는 정민호 씨 ⓒ복음과상황 이범진

― 이사장 퇴진 운동을 하면서 신앙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나요?
그럼요. 저는 비자금 조성이나 명성교회 세습 등이 잘못이라고 외치는 입장이지만, 계속 큰소리로 외치다 보면 그 외침이 메아리로 제게 들려요. 세습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습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속물근성이 제 안에서도 발견되니까요. 신앙인으로서 눈앞의 이익을 초월하며 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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