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십자가 / 박철수 지음 / 대장간 펴냄

 

10,000원

책 제목이 말하는 ‘두 개의 십자가’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나의 십자가”이다. 제목만 보고도 ‘예수의 십자가 지심을 제대로 깨닫고, 용기 내어 나의 십자가를 지자’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기독교 서적을 많이 읽은 이들에게는 다소 진부한 주제가 아닌가 했으나 책을 읽어가며 쓸데없는 걱정임을 알았다. 내용에 있어 최근의 사회문제와 최신 연구를 대거 반영하고 있으며, 그것이 ‘십자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저명한 사상가의 말들을 적지 않게 인용, 그와 대화하며 자신의 주장을 거듭 검증한다. 그렇게 벼리고 벼려 더 날카로워진 칼끝은 어느덧 십자가를 지지 않는 나 자신의 허를 찌른다. 

책의 구성(1장 죄, 2장 율법, 3장 예수님의 십자가, 4장 용서, 5장 나의 십자가)상, 두 십자가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용서’(제4장)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내가 하나님께 용서받은 것처럼, 다른 이를 용서하지 않으면 십자가에 이를 수 없다는 말씀이 현실적으로 읽혀서다. 저자는 이 장에서 한나 아렌트, 미로슬라브 볼프, 자크 데리다,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강남순 등과 소통하며 용서의 불가결성을 논한다. 그들에 따르면,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할 때에라야 진정한 의미의 용서’다. 

“상대방이 뉘우치지 않아도 우리는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는 무조건 적인 것이기 대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원수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여전히 원수로 있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 저는 어떤 사람이 진정 구원을 받았다면 그가 용서를 하는지, 못하는지 따라 알 수 있다고 봅니다.”(162쪽)

용서라는 ‘징검다리’ 없이는 두 개의 십자가를 이해할 수 없다. 구원도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새해를 용서하(받)지 못한 채 맞이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찔한가. 그걸 알면서도 결단하지 못하는 나는 얼마나 완악한가. 그저 저자의 기도를 따라 읽을 뿐이다.

“우리는 온 마음과 정성으로 주님을 사랑하지 않았으며,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지 않았고, 용서받은 것처럼 남을 용서하지 못했나이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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