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수 / 김근수 지음 / 동녘 펴냄

 

“예수를 만난 것이 내 일생 최대의 기쁨”이라고 고백하는 신학자가 예수의 생애를 담은 4복음서의 해설서를 쓰는 일은 자연스런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독일에서 신약성서를 전공하고 남미 엘살바도르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한 가톨릭 신학자가 쓴 누가복음 해설서다. 지은이는 이미 마태복음 해설서 《행동하는 예수》(메디치미디어)와 마가복음 해설서 《슬픈 예수》(21세기북스)를 썼으며, 앞으로 요한복음 해설서 “기쁜 예수”를 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가톨릭 신학자인 그가 누가복음 해설서를 쓰면서 정작 가장 많이 도움 받은 건, 하버드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쳤던 개신교 성서학자 프랑수아 보폰이다. 40년 넘게 누가복음 주석에 몰두한 보폰은 ‘개신교-가톨릭 신약성서 주석 시리즈’ 중 총4권 2000쪽에 달하는 누가복음 주석서를 썼다. 

“<루가>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사람의 복음이다.”(7쪽)

“무엇보다 루가는 불평등에 고뇌한 인간이다. 루가는 죄보다 불평등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루가 공동체에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이것이 루가의 현안이다. … 오늘날 한국 교회와 성당에서 설교자들이 부닥치는 고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6쪽)

“신학에서 가장 쓸모 없는 단어가 ‘중립’”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가난한 사람의 관점,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품고 이 책을 써내려갔다. 그리하여 누가복음에 나타난 “무주택자” 예수의 관심이 가난한 사람, 가난한 교회에 있었음을 일관되게 풀어나간다.  

672쪽의 두께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은이가 “사랑하는 어머니”께도 읽어드릴 마음으로 써서인지 속도감 있게 술술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109꼭지로 구성된 이 책을 하루 한 꼭지씩 읽고 묵상하는 ‘누가복음 묵상집’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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