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호 표지]

“잠잠할 수 없어서 나왔습니다.”

작년 11월 22일 정오, 명망 있는 목회자 한 분이 손팻말(picket)을 들고 섰습니다. 김동호 전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그날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그가 시작한 ‘명성교회 불법세습’ 반대 1인 시위는 오늘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김 목사가 1인 시위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란 기억이 납니다. 청년 시절, 그분이 목회하던 교회에서 수년간 신앙생활을 했던 제게는 ‘의외의 사건’처럼 다가온 탓입니다. 김 목사의 그날 페이스북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염려와 분노와 걱정과 탄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헌신이 있어야만 합니다. 여러분 이 정의로운 싸움에 헌신해 주십시오.”

“법을 어기고 세습을 힘으로 강행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보고도 소리 지르지 않고 잠잠히 있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큰 문제입니다. 하나님은 틀림없이 훗날 우리들에게 그때 너희들은 왜 소리지르지 않았느냐고 질책하실 겁니다.”

“아니라 해 주십시오. 옳지 않다 말해 주십시오. 하나님의 편에 서 주십시오. 하나님 편을 들어 주십시오. 교단과 개신교가 단체로 바보 되는 것을 막아주십시오. … 제발 막아주십시오.”

문장 한 줄 한 줄 절박함과 절실함, 간절함이 깊고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렇게 김 목사로부터 시작된 명성교회 세습반대 릴레이 1인 시위는 그 날 이후 두 달째 계속되었고, 여전히 참여신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표지이야기로 “1인 시위, 한 사람의 힘”을 꾸려낸 이유는 달리 있지 않습니다. 이른 바 ‘덕’스럽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세습에 반대하여 김 목사가 난생 처음 1인 시위에 나섰듯, 불의와 불법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싸움에 나서는 한 사람이 되는 일은 어리석지도, 헛되지도 않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또한 그 일이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에 부합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청와대 분수대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 땅 곳곳에서 ‘잠잠할 수 없어서’ 1인 시위에 나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한국교회 개혁을 소망하며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26면), 대학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위해 10년째 싸워온 어느 부부(46면),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단체(62면), 세월호 1인 시위를 통해 각성한 후 상처 입은 이에게 한 사람의 이웃으로 다가가는 한 청년(36면)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잠시 귀 기울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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