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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교회의 변화
[327호 커버스토리]
[327호] 2018년 02월 01일 (목) 11:03:44 박세범 교회개혁실천연대 간사 goscon@goscon.co.kr

작년 11월 22일부터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시작되었다. 성별, 직분, 삶의 현장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내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세습 문제를 다루고 있는 총회 건물 앞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피켓을 들고 있으며, 이는 총회 판결이 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에서는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1인 시위의 취지는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함은 물론, 총회의 공의로운 판결을 정중히 요구하는 데 있다.

   
▲ '명성교회 세습반대' 1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 사진: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유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명성교회의 세습 시도가 철저히 불법적 행보로 진행되어 왔고, 이로 인해 한국교회의 법과 질서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회 권력을 대물림하고 사유화함으로써 하나님의 성전을 몇몇 이들의 사적인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4년 전, 예장 통합 교단은 개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이른바 ‘세습금지법’을 제정하였다. 명성교회로서는 세습 시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다. 이후 김삼환 목사는 ‘세습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전했고, 아들인 김하나 목사 역시 ‘총회 결의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하나님의 요구하심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김삼환·김하나 부자의 발언과 달리 세습을 위한 준비는 계속되었다.

결국 명성교회는 변칙 세습을 시도했다. 지교회를 세워 아들 목사에게 맡긴 뒤, 다시 그 지교회를 본교회와 합병하면서 아들 목사를 자연스럽게 청빙해오는 꼼수를 부렸다. 먼저 2014년 3월, 지교회인 새노래명성교회가 설립되고 담임목사로 김하나 목사가 부임한다. 시간이 흘러 여론의 이목이 수그러질 즈음, 명성교회는 새노래명성교회와의 교회 합병 및 김하나 목사 청빙 안건을 공동의회에 상정함으로써 본격적인 세습 행보에 착수한다. 두 안건 모두 투표인 수 70% 이상의 찬성률로 통과되었는데, 옆 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비좁게 앉은 상황에서 진행되어 비밀투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동의회를 통과하자 명성교회는 다음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노회 측에 당장 시급한 김하나 목사 청빙안부터 제출한다.

작년 10월,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에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다루어졌다. 세습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중대 안건을 두고, 노회는 명성교회 측과 비(非)명성교회 측으로 나뉘었다. 결국, 강압적으로 청빙안을 통과시키려는 명성교회 측의 행보에 비명성교회 측 노회원들이 퇴장하였다. 일부 노회원들의 퇴장으로 노회의 의사정족수는 미달되었고, 노회 임원 선거 진행과 더불어 청빙안 통과도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노회 임원 선거는 강행되었고, 명성교회 측 인사들이 노회 임원으로 대거 선출된다. 명성교회가 장악한 노회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은 순식간에 통과되었다. 20일 뒤, 김삼환 목사가 원로목사로 추대되고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부임함으로써 부자 세습은 완료된다.

이처럼 명성교회는 총회 헌법을 어기는 것은 물론이요, 노회의 공정한 절차조차 훼손하는 불법을 자행해왔다. 굳이 법적인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아도 교회 세습은 정당화될 수 없다. 명성교회는 재적 교인 수 1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교회다. 수많은 교인들에 대한 목회 권한과 천억 원대의 재정 운영권 또한 세습되는 것이다. 교회 권력의 중심이 목회자가 된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돈과 권력은 대를 이어 대물림된다.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목회자가 심령이 가난할 수 있는가. 애통함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의에 목마름으로 공의를 외칠 수 있는가. 돈과 권력으로 찌든 성전을 뒤엎으신 예수의 행동을 곱씹어 보더라도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명성교회 세습은 성경의 명확한 가르침조차 거스르는 행위다. 교회가 가진 것을 세상에 흘려보내기보다 목회자 개인의 것으로 사유화함으로써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1인 시위에서 만난 사람들
명성교회 세습이 이미 이루어진 상황에서 당장 기댈 수 있는 것은 세습방지법이었다. 세습방지법으로 통합 교단 총회가 명성교회를 얼마나 압박할지는 미지수지만, 세습방지법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었다. 총회의 결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피켓을 들기로 하였다. ‘세습방지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세습방지법을 지켜달라는 침묵의 외침으로 이젠 명성교회가 아닌 총회 앞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의 회복을 원하는 모든 이들이 이 운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1인 시위 참여를 열어놓았다. 내 역할은 이 1인 시위 참여가 온전히 이뤄지도록 중간에서 소통하고, 시위 진행을 돕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위에 참여한 동기와 마음, 한국교회를 향한 바람,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 처음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사뭇 진지하다.

명성교회를 진짜 사랑하는 방식
교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자정능력으로 교회가 변화되는 것이다. 외부에서 아무리 외쳐도 내부에서 반응하지 않는다면 교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변해야 한다는 내부의 각성만으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변화다. 그러하기에 지금의 세습반대운동은 단순히 명성교회를 압박한다기보다, 이 운동을 통해 명성교회 교인들의 각성을 유도하려는 면도 없지 않다.
다행히 명성교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 명성교회가 운영하는 교육 단체 ‘명성다윗아카데미’ 출신 졸업생들이 세습 철회를 호소하는 고백문을 발표했고, 뒤이어 대학부·청년부 출신 교인들 또한 세습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었다. 명성교회를 사랑했던 사람들, 이들이 내놓은 글은 신랄한 비판이라기보다 스스로의 회개와 배신감에서 비롯된 분노로 채워져 있었다. 자성의 움직임은 1인 시위로도 이어졌다.

명성교회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어서, 명성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서 나왔습니다.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교회다운 교회로,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공동체로, 우리 교회가 바로 서기를 소망합니다. - 명성교회 대학부 김◯◯ 교우

명성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교인으로서 1인 시위에 참여한다는 것이 자칫 이 청년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혹여나 1인 시위 참여로 교회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정말 괜찮으신가요?” 물어보았다. 청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답변과 함께, 도리어 자신이 명성교회 교인임을 꼭 밝혀달라고 한다. 만일 교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그 상황은 또 다른 사건이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냉정히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기서 비롯된 반성은 또 얼마나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일인가. 한때는 명성교회를 사랑했던 이들의 고백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들이 그 고통 가운데서도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명성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교인들이 아닌가 싶다. 이들을 보면서,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듯했던 명성교회에 아직 작은 기대를 걸어보고픈 마음이 든다.

다르지만 같은 싸움
성탄절을 앞두고 1인 시위 현장에 한 쌍의 남녀 집사님이 함께해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직업을 물으니 ‘이마트 노조원’이라 하였다. 보통은 근무지나 업무를 말할 법한데 노조원이라는 답변이 사뭇 달리 느껴졌다. 지나가듯이 들은 답변이지만 이들의 정체성이 단순히 노동자를 넘어서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노조원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받았다. 어쩌면 이마트라는 거대 기업과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 이들의 정체성을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마트 쪽 상황도 여의치가 않네요.”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직장에서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가 충분히 전해졌다. 그런 상황임에도 또 다른 현장으로 달려와 기꺼이 1인 시위 피켓을 들어준 이들, 감탄과 감사의 마음이 교차했다.

명성교회의 세습은 개인 사유화입니다. 이익집단화입니다. 하나님의 자리에 김삼환 목사가 서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교회의 모습이고 나의 모습은 아닌지?! 회개합니다. - 신◯◯ 집사

사람의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입니다. - 이◯◯ 집사

세속적 잣대가 주된 기준이 된 한국교회는 지난 몇 십년간, 영적 성장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성장만 추구해왔다. 성장주의에 사로잡힌 한국교회가 더 많은 교인과 헌금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혈안이 되어 왔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교회의 모습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벌이 자식들에게 기업을 무리하게 물려주듯, 교회도 물려준다. 명성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들로부터 하나님을 발견하기보다 맘몬을 발견하기가 훨씬 쉽다.

아마 두 집사님도 계속해서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꼬집고 비판해왔을 것이다. 우리의 운동이 대형교회의 민낯을 꼬집는 것처럼 말이다. 대상은 다르나 상식을 벗어난 행위에 대항하는 것은 같았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방향성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자가 되어주었다. 1인 시위 참가자라는 타이틀보다 ‘동역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은 분들이었다.

촛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광장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 같던 9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마주선 것은 전경과 버스로 둘러싸인 철옹성이었다. 촛불을 들어도 한국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지난 9년의 세월은 가슴 한 켠 패배감을 드리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촛불도 금세 꺼지지 않을까…’ 광장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도 중얼거렸다.

우리의 작은 수고가 명성교회의 세습을 막고 한국교회의 복음에 입각한 제자리를 찾아가는 작은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 최◯◯ 장로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깨어 있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하고 이 땅의 모든 교회에서는 세습이 근절되길 소망합니다. - 박◯◯ 교우

내 안의 패배감을 반성하게 된 것이 비로소 작년의 일이다. 얕보았던 촛불이 제자리를 찾아주고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나의 촛불이 모여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었음을 왜 진작 알지 못했는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승리의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교회개혁을 향한 계속된 행보 속에서 패배감 혹은 회의감으로 방황했을지 모르겠다. 물론, 촛불 혁명의 결과가 직접적으로 세습반대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때의 경험과 감정들이 이 운동을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 적잖은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1인 시위에 참여한 몇몇 분들도 지난 겨울을 떠올리며 말한다. 한국교회를 향해 성토를 쏟아내다가도 촛불에 빗대어 아직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공감을 넘어서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된다. 그 깊은 유대감 속에서 이번 1인 시위는 한 사람의 운동이 아닌, 우리들의 운동임을 느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의 주체
몇몇 교단이 세습방지법을 제정하였지만, 그 후로도 교회 세습은 버젓이 이루어져 왔다. 법을 요리조리 피해가기 위해 세습의 방식도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법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냉정히 얘기해 지금의 세습방지법은 완벽한 대안이 아닌 셈이다. 때문에 세습방지법이 제대로 작동된다 한들, 앞으로의 교회 세습을 얼마만큼 제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당장에 명성교회 상황도 가늠하기 힘들다. 진정 세습을 방지하기 위해선,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 법적 제재는 물론이고 독단적 목회를 견제하는 시스템, 그리고 목회자의 도덕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작업도 요구된다. 더불어 맹목적인 신앙생활을 벗어나 교회 문제를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도록 교인들의 각성도 매우 중요하다. 변화를 위해선 많은 수고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1인 시위가 그 변화의 시발점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교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1인 시위는 평범한 교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여 ‘세습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정인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 교인들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는 장이다. 그러한 교인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변화의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적 운동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1인 시위가 총회 재판국의 합당한 판결을 촉구하는 데 일차적 취지가 있다지만, 더 나아가 교계 전반의 변화 및 각성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인 시위는 분명 어려운 싸움이다. 명성교회는 손에 꼽히는 대형교회이고, 통합 총회 역시 한국기독교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들은 사람도 많고 돈도 많다. 그 막강한 철옹성 앞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서 있는 것이 부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여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한다. 피켓을 든 누구나 쉽지 않은 싸움임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계란은 깨지더라도 바위에 그 흔적을 남길 수 있으니…, 얼마나 치열했는지 그 흔적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음이다.

구약의 선지서는 선지자들의 처절한 실패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의 회개를 외쳤으나, 끝내 이스라엘은 회개하지 못했다. 단편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을 향한 회개 운동은 실패였다. 그럼에도 실패의 흔적을 기록한 것은 후대에 보여주기 위한 교훈의 차원이며, 다가올 예수의 초림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부터 당장 공의의 답안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이번 1인 시위를 실패한 기획이라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실패의 역사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치 옛 선지자들의 흔적처럼 말이다. 그러하기에 피켓을 든 한 사람 한 사람은 또다시 오실 예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박세범
하나님 나라와 교회개혁을 꿈꾸는 신출내기 활동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야구 ‘덕후’로 기아타이거즈 ‘광팬’이다. 공동체로 사는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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