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호 반디마을 한몸살이 13]

   
▲ 사진: 정동철 제공

착공
삭풍으로 옷깃을 여미던 지난 12월 12일은 ‘올인 멤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날이다. 1년여간 끌어왔던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끝내고 네 가정 모두 이주를 완료한 날이기 때문이다. 집을 짓고 나면 10년은 늙는다는 어르신들 말씀처럼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도 노화가 가속된 느낌이다. 대부분 건축이 그렇듯 우리 일에도 변수가 많았다.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탓에 자매들은 애가 탔을 터이고 형제들은 민망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형제들의 손으로 시작하여 끝내려던 의지는 지켜졌고, 이른 노화와 지친 마음 중에도 감사함이 있다.

시간을 거슬러 1년 전, 공동체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해오던 카페의 임대인이 카페를 포함한 일대의 땅을 매매로 내놓았다. 턱없이 부족했던 재정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올인 멤버 4가정이 아파트 네 채를 팔아 이 땅을 매입하면서 모험은 시작되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아서 소작농이 이것을 알게 되면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팔아 밭을 사려고 할 것이라던 예수님의 비유처럼 우리도 남들이 보기엔 별로 투자가치가 없어 보이는 땅을 사려고 우리의 모든 것을 팔아야 했다.

우리가 얻으려던 보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방금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인 가치 기준에서 볼 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조롱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얻으려는 그것은 땅과 집만이 아니라 그것에 담기는 무형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인생이라 땅과 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하나님 나라의 정신이 실현되는 가정, 그 가정들의 연합과 그로 인한 주변의 변화를 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린 만족할 만한 변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세상의 조롱 혹은 우리가 원치 않는 부러움을 사고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수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의 손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열심에 동참하는 자들이다. 어느 시절 어느 만큼 이 노역에 동참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부르실 때 주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지난 5년간 인테리어 시공일을 하면서도 그랬다. 처음엔 괜찮은 돈벌이에 재밌는 일이라 공동체 기반사업으로 인테리어를 꿈꾸었다. 그런데 초기엔 일거리가 드물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을 종횡무진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공동체의 형제들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과연 이 일이 좋은 일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나라의 최소 단위라고 생각하는 가정이 어려우면, 그 이상의 연대가 행복할 리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한때는 시공을 그만두고 설계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일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지속된 탓에 새터를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었다. 첫 삽을 뜰 때 그동안의 노역이 주마등처럼 스쳤고 나는 속으로 ‘아 이 모든 것이 이때를 위함이었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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