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려는 사람들 / 존 레녹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두란노 펴냄 / 20,000원

과학은 전적으로 무신론을 지지하고 뒷받침하는가? 과학과 무신론은 늘 함께 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한 쌍”인가? 유신론이 과학과 더 잘 어울리는가, 무신론이 더 잘 어울리는가? 과학은 신을 매장했는가, 하지 못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논쟁의 최전선에 있는 대표적인 과학자들과 사상가들의 글을 적극 인용하면서 명쾌한 설명과 재치 있는 비유를 활용한다. 저자는 진리 따위는 없다고 주장하는 무신론자들이 정작 그들 자신에게는 그 명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진리가 없다면서도 대중이 자신들의 주장이 진리라고 믿기를 기대하는 그들도 결국 진리를 믿는 셈이다. “과학의 이름으로 신에 맞선 무신론자들의 편견과 오류”를 진지하게 파헤쳐나가는 저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형이상학적 입장”(세계관)을 뒷받침하는 ‘건전한 증거’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지적 설계’나 ‘창조론’이라는 용어 자체의 문제점을 언급한다. 지적 설계는 ‘설계’ 혹은 ‘지적 원인 작용’으로 대체하는 게 좋은데, 설계 자체가 지성의 결과이기에 ‘지적’이라는 수식어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창조론’은 본디 “세상의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리켰는데, 이제는 “지구의 나이가 수천 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특정한 창세기 해석”을 뜻하게 되면서 무신론자들이 “공격하기 쉬운 표적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인다.

《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은 질문과 회의, 반문을 반길 뿐 아니라, 나아가 성실하고 알차게 그에 응답하려는 책이다. “우주는 그냥 존재할 뿐이요, 그것이 전부다.” 20세기 대표적 지성인이자 무신론자인 버트런드 러셀의 이 말은 참일까? 무신론자 과학자들의 주장대로, 인간 생명은 물질과 에너지의 무작위적 산물이며 “원자들의 우연적인 배열”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 이 시대 대표적 신무신론자들과의 공개 토론 과정에서 벼려진 논증과 통찰이 담긴 예리한 답변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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