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호 반디마을 한몸살이 13]

   
▲ 환대와 공유 공간을 통한 만남을 꿈꾸는, 반디마을 공동체의 작은 사업체 '카페 잇다' (사진: 정동철 제공)

악마의 유혹, 커피에 빠진 사연
2005년 봄학기, 신대원에서 교회사 수업을 감명 깊게 듣고 나오는 길에 교수님과 좀 더 대화를 하고 싶은 욕심에 몇몇 학생이 교수님께 말을 걸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열의에 기꺼이 응해 주시며 “우리 커피나 한 잔 하죠” 하셨다. 교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려는데 교수님은 커피를 주문하셨고 나는 차나 주스를 마시려고 고민 중이었다. 그런 내게 교수님이 물으셨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나 봐요?”

“아뇨, 너무 좋아해서 문제죠. 한창 땐 믹스 커피를 하루에 열 잔도 넘게 마셨어요. 지금은 건강이 나빠져서 절제하고 있는 중 입니다.”

나는 ‘재발성다발연골염’이라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희귀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먹는 것을 강도 높게 조절하고 있었다. 언감생심 커피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아니 왜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하세요? 인스턴트 커피는 문제가 많지만 좋은 원두커피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죠. 제가 다음에 정말 좋은 커피를 한번 대접할게요”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리고 좋은 커피, 나쁜 커피를 구별하는 것도 신기했다. 이후의 대화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직 커피 얘기만 뇌리에 남아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교수님은 독일 유학 시절 커피에 심취하여 커피를 볶는 로스터가 되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작은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면서 교수직을 겸임하시고, 국립대 평생교육원에서 커피 강좌도 하고 계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일행은 정말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카페를 방문했고, 커피 볶는 기계와 생두와 다양한 커피 메뉴를 경험했다. 돌아오는 길에 난생 처음 본 생두를 한 줌 얻었고, 이것을 궁중팬에 직접 볶으면서 원두커피의 세계로 처음 들어섰다. 이후 나는 커피가 주는 여러 가지 매력 때문에 지속적으로 커피를 볶고 나누는 전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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