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호 잠깐 독서]

평화운동가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평화 소통

강정평화서신
송강호·박정경수 지음
짓다 펴냄 / 16,000원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에 맞서 치열하게 평화 투쟁을 벌인 평화운동가 송강호와 양심적 병역거부로 1년 6개월의 수감생활을 한 박정경수가 본지 지면을 통해 ‘평화’에 관해 소통한 서신이 책으로 나왔다. 평화를 꿈꾸는 삶의 여정에서 고단함을 겪는 둘의 교감이 각별하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지금도, 강정 평화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강정의 싸움은 … 이제 시작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었죠. … 평화의 섬, 평화로운 나라, 평화로운 국제관계 이것을 함께 희망할 수 있는 내면적인 힘을 기르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 강정의 활동가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거공간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5년 동안 그 공간을 활용하는 활동가들에게 그 집을 제공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요. 활동가들이 정착해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데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해주기 원합니다. (349-350쪽)

 

‘세계적 신학자 요더의 성범죄’
연구 조사 보고서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존 D. 로스 편집 / 김복기 옮김
대장간 펴냄 / 15,000원

세계적인 기독교 평화학자요 메노나이트 신학자 존 H. 요더의 성범죄에 대한 연구 조사 보고서. ‘성에 관한 실험’이라면서 저지른 범죄 과정에서 요더의 권력남용과 이에 대한 메노나이트교회의 대응을 연구한 내용이 담겼으며, 교단 차원에서 진행된 회복의 과정을 기록했다. 오늘 한국교회 안에도 여전히 진행형인 공통의 문제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생존자)의 회복과 피해 예방 및 대책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요더는 교회에 의해 급진적 기독교 지성이 되도록 권위를 부여받았으며, 그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러한 권위를 폭력적인 성의 정치학을 합법화하는 데 사용하였다. … 나는 요더의 상징적 폭력의 실행이 세 세트 혹은 세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져 시행되었다고 본다. 이 세 덩어리는 그의 지위와 개인적 권위와 관련된 상징들, 성서해석자이자 신학자이자 역사가로서 그가 소유했던 권위적인 전문성과 관련된 상징들, 그리고 “급진적”이라고 규정된 그의 정체성과 관련된 상징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48쪽)

 

진지하고 유쾌한
페이스북 ‘철학 개그’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김희림 지음 / 길다래 그림
자음과 모음 펴냄 / 15,000원

본지 연재중인 ‘스무 살의 인문학’ 필자 김희림의 첫 책으로, ‘철학하는’ 20대 청년의 물음표가 담긴 철학 풍자 에세이집이 나왔다. 소위 ‘문송’, 즉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회자되는 이 시대에, 우리 삶의 모습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린다. 실소로 넘길 가벼운 농담부터 정치 풍자, 또는 일상과 엮은 철학적인 내용을 함축한 다소 긴 글까지 다양하게 실렸다. 듬성듬성 지나치던 현상들을 재고하게 만드는 글과 위트 넘치는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소통을 줄였어.” 정말 그럴까요? 누구나 자기 방을 갖고 싶어 하듯, 사람들은 소통만큼 고립을 원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없는, 고립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이 있죠. 인간은 늘 고독을 뜯습니다. 기술이 있든, 없든 말입니다.” (78쪽)

 

 

인간됨, 인간다운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강남순 김민섭 외 6인 지음
낮은산 펴냄 / 12,000원
“국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당한 백남기 어르신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하는 의사, 세월호가 침몰하던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대통령, 무엇보다 유가족 앞에서 이들의 죽음을 한껏 조롱하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던”(8쪽) 우리 사회의 상식 있는 구성원이라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란 질문 앞에 말문이 막힐 터다. 도처에서 비인간성이 출몰하는 시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사회는 어떻게 이루어갈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씨름하자고 손내민다.

“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정치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고유한 활동’이라 정의한다. … 아렌트 식으로 보면, 정치를 포기하면서 인간은 점점 동물에 가까워진다. 인류의 미래를 다루는 영화들이 대부분 좀비 영화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식욕만 남은 존재들인 좀비.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 가급적이면 혼자 말고 같이.”(136-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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