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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회담 성공을 위한 길
[329호 민통선 평화 특강]
[329호] 2018년 03월 26일 (월) 16:56:29 정지석 goscon@goscon.co.kr
   
▲ 지난 3월 9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갈등의 전환
최근 한반도에는 평화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쟁이 일어날 듯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금년에 들어오면서 전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남북간 특사가 오가고 4월말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북미 정상회담이 5월 중에 열리게 될 전망입니다. 이런 변화는 예상치 못한 급격한 반전입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호간에 비방과 욕설을 주고받던 양국 정상들이 평화회담을 약속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다시 정리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평화연구(Peace Studies)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로 ‘갈등해결론’(Conflict Resolution)이 있습니다. 갈등하는 당사자들이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갈등해결론의 목표입니다. 이 갈등해결론의 관점에서 이번 한반도를 둘러싼 급격한 평화적 변화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갈등해결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협상’과 ‘중재’입니다.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협상이요 중재입니다. 이번에 남북과 북미 관계가 평화적 방향으로 변화를 한 데에는 협상과 중재가 잘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상은 당사자들끼리 직접 하는 것이라면 중재는 제3자가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남북 관계는 직접 협상의 결실이라면, 북미 관계는 남한이 중재역할을 한 것입니다.

평창 ‘평화’올림픽
단절되어 있던 남북이 다시 이어지게 된 데는 평창올림픽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등 여러 통로의 중재자들이 남북을 이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즉,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중재자들은 남북과 동시에 소통하면서 중재 활동을 했고, 그런 노력을 통해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올림픽 참가는 단절 상태였던 남북관계가 다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한의 대통령과 평창올림픽 준비위원회, 강원도지사 등이 당사자로서 북한의 참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서신과 언론,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의 만남 등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참가를 요청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협력도 구했습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단절된 대화를 잇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가정이 됐지만, 만약 이런 반전의 계기가 없이 작년에 이은 군사적 충돌 국면이 계속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봄은 전쟁의 긴장과 공포의 봄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새해 신년사에서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북한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은 꽉 막혔던 남북한 관계를 일시에 만남과 대화의 국면으로 만들었습니다. 남북한 고위급 사람들이 판문점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시민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남북한이 만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8년 동안의 단절은 끝나고 다시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창올림픽이 매개가 되었습니다.

남북 평화협상
대화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갈등과 대결을 해결하려는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협상의 목표는 갈등해결과 평화입니다. 이 일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에서 실현되는 것입니다. 남북은 협상을 잘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가 평창올림픽에 선수단뿐 아니라 응원단과 예술단이 함께 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북간 협상이 얼마나 잘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남한을 방문한 것입니다. 김여정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특사로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입니다.

대개 갈등 국면에서 진행되는 협상은 고조됐던 갈등의 감정을 식히고(de-escalation) 협상의 내용들을 점검하는 협상 이전단계(pre-negotiation)를 거치면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뤄집니다. 인내심과 긴 호흡이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이번 남북 협상은 초고속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만큼 갈등해결이 남북 상호간에 시급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해석으로는 갈등해결 당사자의 성격, 즉 김정은의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성격 때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후자는 김정은은 동생 김여정을 통해 단도직입적으로 남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는 점과, 남한 대통령의 특사단을 맞이하면서 솔직하고 호탕한 모습을 보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중하고 솔직한 성격이지만 남북한 관계 회복에서만큼은 좌고우면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신속하게 협상이 일사천리 진행된 것은 남북이 서로 만나야겠다는 필요성이 절박했다는 것이 주요인이라 하겠습니다. 그 결과 남북한 불과 한 달여 만에 6개 조항의 합의를 했습니다. 

① 4월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② 남북 군사긴장 완화 위해 정상간 핫라인 설치
③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고, 군사위협 해소되고 체제안전 보장되면 핵보유 이유 없음
④ 비핵화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 위해 미국과 대화 용의
⑤ 대화 지속되는 동안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 하지 않고 핵무기, 재래식무기 등 남측 향해 사용 안함
⑥ 남측 태권도시범단·예술단 평양 방문 초청

이 합의 내용은 거의 평화협상에 준하는 것들입니다. 평화학 갈등해결론에서는 폭력적 갈등을 끝내고 평화의 국면으로 들어가는 갈등해결 과정을 갈등의 감소, 협상 이전단계, 중재, 협상과 평화회담(Peace Talks)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번 남북한 협상은 모든 과정이 생략된 채 협상과 평화회담으로 직행한 형국입니다.

북미 정상 평화회담
남북 합의 내용에서 중요한 대목은 비핵화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북한 지도자가 밝혔다는 점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그동안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두 차례씩 하면서 평화 정착에 이르지 못한 데는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해서 입니다. 이번 4월 말에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 합의문을 내더라도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그 실효성이 매우 한정됩니다. 작년 연말까지 한반도에 몰아쳤던 전쟁위기는 남북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충돌이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할 수 없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천명이 전쟁 위기를 줄인 측면이 있지만, 북미간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은 그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5월중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기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던 대통령 특사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의 만남 의지를 전했고, 그 자리에서 트럼프의 5월 정상회담 선언을 받아냈습니다. 이 또한 예상치 못했던 전격적인 선언이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그동안 서로 격하게 비난하면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평창올림픽에 온 미국 부통령은 김여정을 바로 옆에 두고도 외면했고, 폐회식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고문은 북한 대표로 온 김영철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북미간의 과도한 냉전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5월 정상회담 선언을 더욱 전격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성공적인 평화회담의 길
갈등해결론에서는 갈등을 다루는 협상 결과를 세 가지 형태로 말합니다. 갈등하는 두 집단에서 한 쪽이 이기고 다른 쪽이 굴복하는 형태(win-lose), 서로 망하는 형태(lose-lose), 그리고 서로 만족하는 형태(win-win)입니다. 첫 번째 경우 ‘win-lose’는 갈등하는 당사자들이 서로간에 목표가 정반대된다고 할 때 일어납니다. 둘의 이해관계가 도저히 합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느 한쪽이 굴복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두 번째 경우 ‘lose-lose’는 주로 폭력적 갈등에서 나오는 형태입니다. 갈등 당사자들이 어떤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타협할 의향도 없는 경우인데, 이때 갈등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막대한 비용을 입히고 가장 나쁜 상태로 빠져듭니다. 세 번째 경우 ‘win-win’이 갈등해결의 타협이 목표로 삼은 것인데, 서로 망하는 경우를 교훈 삼아서 자신의 목표(이익)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목표(이익)도 실현되어야 한다는 이해를 갖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런 세 가지 관점에서 그동안 북미간의 갈등해결을 돌아보면, 지금까지는 첫 번째 경우의 반복이었습니다. 북한은 체제 안전을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증강해 왔고, 미국은 핵무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왔습니다. 즉 서로 자기 목표만을 향해 달려온 결과, 두 번째 형태인 서로 망하는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입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해도 자신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남북한은 모두 망합니다.

그러므로 남북·북미간 협상은 세 번째 형태, 즉 서로 만족할 만한 목표를 이루는 길로 가야 합니다. 남북한이 합의한 6개 조항에서 북한은 미국에게 서로 이기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을 목표로 합니다. 그 길은 북미 수교, 즉 북미 관계 정상화인 것입니다. 이로써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정상적인 국가로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북한은 비핵화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 중에 서로 어떤 것을 누가 먼저 실행할지를 두고 씨름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북미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할 때, 회담장에서 두 정상이 동시 서명을 하면 됩니다. 그러면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정상회담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세력들을 극복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평화의식으로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한국교회가 평화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기를 소망합니다. 평화기도회와 평화교육 활동이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이번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는 역사적인 평화회담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지석
휴전 상태인 한반도를 비롯, 전 세계 분쟁지역을 섬길 ‘평화 일꾼’(peacemaker)을 키워내는 국경선평화학교 설립자이자 대표. 한신대 신대원에서 신학(M.Div.)을 공부했고, 아일랜드 평화에큐메니칼대학원에서 에큐메니칼 평화학 석사(M.Phil in Trinity College), 영국 버밍험 우드브룩 퀘이커대학원에서 평화학 박사(Ph.D in Sunderland Univ.)를 마쳤다. 이후 한신대 신대원과 성공회 대학원에서 평화신학을 강의하고 새길교회 등에서 사역했다. 2010년 새로운 소명의 삶을 찾고자 미국 퀘이커 영성평화학교 펜들힐(Pendle Hill)로 갔고, 기도 가운데 ‘철원으로 가서 남북한 평화를 일구라’는 소명을 받고 2011년 9월 무작정 철원으로 들어와 2013년 3월 1일 국경선평화학교를 열었다. 본지 315호(2017년 2월호)에 인터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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