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곳간들을 헐어 내리라·부자에 관한 강해·기근과 가뭄 때 행한 강해·고리대금업자 반박 / 대 바실리우스 지음 / 노성기 역주 / 분도출판사 펴냄 / 16,000원

분도출판사의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시리즈 첫 책. 출판사는 1987년부터 한국교부학연구회와 ‘교부들의 성경 주해’(총29권)를 출간해왔다. 이번 시리즈는 그 후속작업으로 교부 문헌 ‘대중판’이다. 쉬운 우리말로 번역해, 고대 교부들이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중 이 책은 대(大) 바실리우스(330경-379)의 ‘사회적’ 강해 네 편을 모은 것으로, 재난과 기근이 극에 달했을 때 신자들을 믿음의 길로 이끌고자 쓴 것이다. 바실리우스는 로마제국 최상위 귀족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가난한 이들을 더 참혹하게 만드는 부자들의 탐욕을 꿰뚫고 가난의 길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부자를 향한 날선 그의 비판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덜 가난한 이들’을 향한 호소에는 아픈 찔림이 있었다. 

“그대는 가난합니까? 그대는 그대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대에게는 열흘 치 식량이 있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단 하루 치 식량밖에 없습니다. … 그대의 그 작은 것을 망설이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말고 공공의 재난부터 해결하려 노력하십시오.”(96쪽, 기근과 가뭄 때 행한 강해)

그는 고리대금업자를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돈을 빌리는 이들을 꾸짖고 설득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물고기가 미끼 달린 낚싯바늘을 삼키는 것처럼, 우리는 돈 때문에 이자라는 낚싯바늘에 걸려듭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부채의 치욕을 덮어씌웁니까? 아무도 더 큰 상처로 작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고, 더 큰 악으로 작은 악을 없앨 수 없으며, 고리대금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117-118쪽, 고리대금업자 반박)

초기 교회 인물의 가르침이 이토록 ‘현실 조언’처럼 들리는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의 본성이 같기 때문이다. 그 심연을 통찰한 교부의 가르침이 1,700년 뒤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것은 분명 큰 은혜다. 같은 시리즈 《어떤 부자가 구원 받는가》(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선행과 자선/안내의 유익/시기와 질투》(키프리아누스)도 동시 출간됐다(매해 5권씩 총50권 출간 예정). 책장에 꽂아놓는 것만으로도 거룩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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