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시장 / 하비 콕스 지음 / 유강은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 18,000원

세속화된 종교 대신 우리 시대를 점점 더 강력하게 지배하는 시장을 파헤친 책이 나왔다. 저자 하비 콕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2013)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저술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신학자로 평가받는 저자는 이미 새로운 ‘신으로서 시장’(The Market as God)을 파헤친다.

하비는 ‘시장 신’ 탐구를 시작하자마자 그 ‘종합성’에 놀랐다고 밝히는데, 종교사와 경제사의 맥락에서 이를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시장은 종교에서 다양한 아우라를 차용했다. ‘시장의 작용에 대한 믿음’은 사제, 의례, 교의, 신학, 성자와 예언자, 복음 전파와 확장 등의 종교 형태를 띠며, “망자에게 구원의 힘을 전하는 성례전, 교회력, 기업가 성인 달력 심지어 신학자들이 말하는 ‘종말론’(‘역사의 종말’에 관한 가르침)도 있다.”

시장 신은 평범한 것도 ‘축복’을 통해 거룩성을 지닌 무언가로 변하게 하는 가톨릭 종교와는 정반대로 작동한다. 신성시해온 물질들을 포함해 무엇이라도 ‘판매 품목’으로 바뀌며, 여기에는 한계가 없다. “인간의 몸이 상품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최후의 신성한 그릇이 되었다. 이 과정은 혈액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신장, 피부, 골수, 정자, 심장 등 모든 신체 기관이 기적과도 같이 구매 가능한 품목으로 바뀔 수 있으며, 아직 예외인 기관도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다.”

시장 신은 이미 우리 모두를 포섭했다. 거리에서 ‘자유경제체체=시장’을 호위하는 시위대뿐 아니라 (내심 짐작하듯) 우리 모두의 사고까지도 지배한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무신론자, 자칭 교조 살해자들도 시장 신에게 만큼은 ‘온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시장신학을 해부하여 종교적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 본래의 역할로 되돌려놓기 위함이다. 시장은 ‘탈신격화’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종교성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시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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