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호 스무 살의 인문학]

광기는 규정적입니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광기는 판단 그 자체에 간섭하기에 미(美)처럼 재귀적일 수가 없지요. 내가 얼마나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정의해줍니다. 광기는, 광기에 대한 규정에 의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 광기의 성격 또한 광기에 대한 규정을 내리는 존재들에 의해 서술되고요. 광기에 대한 분석이 다른 개념어의 분석과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것은, 오직 광기의 주체만이 광기의 규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철학자는 자신의 철학을,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서술하지만, 광기에 대한 논쟁에서는 오직 단 한 사람, 광인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