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본질 / 칼 하임 지음 / 정선희·김회권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14,000원

독일 경건주의 신학자 칼 하임은 지금까지 10여 권의 저서가 번역되어 나온 데 비해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주로 1980년대에 번역 출간된 그의 저서를 온라인서점에서 검색하면 최대 3종이 나온다. 2012년에 나온 《카를 하임의 성경의 세계상》(홍성사)과 이 책의 예전 번역도서(절판), 그리고 《개신교의 본질》이다.

칼 하임은 17세기 독일 경건주의의 아버지 헤르만 프랑케를 사숙하면서 일평생 경건주의 신앙으로 살아가려 애쓴 인물로, 자연과학과 기독교 신앙을 연결한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경건주의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죄 사함과 중생의 확신을, 신앙과 신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오랜 기간 튀빙엔 대학교에서 가르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자연과학을 내세워 신앙을 부인하던 현실을 지켜보면서 이 책을 썼다.

당시 패전 이후 심신이 황폐해진 독일 개신교도들이 자신들의 영적 정신적 상태가 ‘사제 중심의 거대한 가톨릭교회로부터 분리’된 결과가 아닌지 의문을 품었고, 이는 ‘절대주의에 대한 복고주의적 향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가톨릭 부흥운동을 낳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칼 하임은 종교개혁을 통해 탄생한 프로테스탄티즘의 본질과 알짬을 깊이 성찰하고 파헤친다.

1920년대 말에 나온 원서의 한국어판을 읽을 독자를 위한 충실한 ‘해설’과 ‘옮긴이 주’가 눈에 띄는데, 둘다 공역자인 김회권 교수가 맡았다. 특히 ‘해설’은 칼 하임의 생애와 신학적 위상, 그가 이 책을 저술한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각장의 주요 내용 이해 및 지은이의 변증신학적 논리 전개를 따라가는 데 도움을 준다.

오늘 한국 개신교회는 프로테스탄티즘의 본질을 따르는 교회인가? 개신교의 본질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중이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나온 건 아닌가?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은, 종교개혁의 핵심 교리-이신칭의와 만인제사장설-가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이해되거나 오남용되는 한국 개신교회 현실을 내리치는 죽비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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