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 김용규 지음 / IVP 펴냄 / 42,000원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개념을 통해 2천 년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는 책이다. 앞뒤가 바뀌어도 좋다. 서양문명의 심층을 이해함으로써 하나님을 알아가는 책이다.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2011)을 대폭 확장한 개정증보판이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서양문명을 이끌어 왔고 또 앞으로도 이끌어 갈-급수펌프이자 정수원인-기독교 고유의 가치들과 특유의 사유방식을 배우고 익히려 한다. 그것이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타고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보편화된 서양문명이 우리에게 떠넘긴 심각한 문제들, 예컨대 가치의 몰락, 의미의 상실, 물질주의, 냉소주의, 허무주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치닫는 문명의 충돌 등에 대한 진중한 해법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16쪽)

저자는 2천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신과 인간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정교한 설계도를 그리듯 900여 쪽의 책에 담아냈다. 줄곧 신을 이야기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벼랑을 향해 질주하는 설국열차를 멈출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하라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내 생각에는 희망의 불씨가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 이 열차의 조종간을 컴퓨터 알고리즘에게 통째로 내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 로마에서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랬듯이 ― 시대를 파멸로 몰아가는 우리의 이성을 신앙 앞에 무릎 꿇려야 하지 않을까요?” (248쪽)

이성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인간이 지닌 ‘이성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라고 기도했던 예수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신에 대해 알아가는 방법은 크게 ‘신앙’과 ‘이성’을 통해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신을 오해할 수밖에 없다. 내 경우는 나름 균형 잡힌 접근을 해왔다고 자부했으나, 책을 읽으면서 두 방법 모두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오해된 신’은 내 삶에 침투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해된 신’을 탐색하고 가려내는 작업은 이성적이고도 신앙적이어야 한다. 그 작업의 하나로, 이 두꺼운 책을 완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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