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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와 갑질
[332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332호] 2018년 06월 26일 (화) 14:10:26 이범진 기자 poemgene@hanmail.net
   
 

표지 사진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퇴진을 외치는 직원들의 집회 장면입니다. 모두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했지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하면서도, 신상 노출이 두려워 가면을 써야만 하는 현실. 심하게 뒤틀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누군가 스치듯 말한 ‘적폐’(積弊)의 정의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한 수 접어주던 것들이 다 적폐이죠.”

오랫동안 쌓인 부패와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개인의 의식 개혁이 함께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동시에 지금 드러난 적폐들은 그동안 우리가 ‘한 수 접어주던 것들’의 반격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한 수 접어주던 것들? ‘가족이니까’ ‘직장 상사이니까’ ‘유명한 사람이니까’ … 이런저런 이유로 스리슬쩍 넘어간 여러 ‘잘못들’이겠지요. 그렇게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 아닐까요.
이번 커버스토리는 그러한 잘못들이 쌓여, 어떻게 폭력과 갑질로 격발되는지를 살폈습니다. 많은 이들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양쪽 다 잘못이 있겠지’ ‘사건을 크게 키우는 것은 전도에 도움이 안 되지’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 여러 이유를 대며 ‘한 수 접어준 것들’은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 자양분이자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우아한 얼굴과 거룩한 말로 포장된 교회 권력자의 갖가지 위력 행사는 어떤가요? 성범죄나 횡령 같은 범법은 아니지만,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황폐케 하고 그의 자유의지를 조종한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입니다. 이런 ‘숨은 갑질러’는 누구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거나 혹은 컵을 던지지도 않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도움을 요청하기 모호하고 대항해 싸우기에도 무척 까다롭습니다. 한 교회에서 30년을 일한 어느 관리집사는 “교회는 아주 젠틀하게 갑질을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더욱 예민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 숨은 갑질을 찾아 드러내야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만큼 도려내야겠지요. 이런 과정을 밟을 때 한 수 접어주는 자가 있다면, 그가 곧 공범이자 부역자이자 적폐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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