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최종편집 : 2018.7.17 화 17:13
기사검색
   
> 뉴스 > 교회와세상 | 믿는 \'페미\'들의 직설
       
교회 안에서 ‘자유로운 월경’을 꿈꾸며
[332호 믿는 '페미'들의 직설]
[332호] 2018년 06월 26일 (화) 15:18:42 새말 goscon@goscon.co.kr
   
사진: 새말 제공

교회에서 월경에 대한 설교를 들어본 경험이 있는가? 놀랍게도 나는 한 번도 없다.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 다녔고, 선교단체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정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성경을 읽을 때 스쳐지나가듯 읽은 기억만 있을 뿐 설교에서 심지어 소모임에서도 한 번도 월경에 대해 듣거나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많은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28일마다 5-7일 간 월경을 한다. 교회에서는 언제나 일상을, 삶을 어떻게 성경적으로 살 것인가 생각하고 해석한다. 그런데 여성에게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월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나온 적 없다. 정말 당혹스러웠다.

월경에 대해 교회에서 아무것도 듣거나 말한 적 없는 경험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인가 궁금해져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생리 교회’를 검색해보았다. ‘생리’라는 단어가 월경의 의미를 가진 글은 거의 없었고, ‘교회의 생리’ 같은 글이 대부분이었다. 레위기 관련 글을 두어 개 찾을 수 있었고, 그나마 ‘교회 수련회인데 생리하면 어떻게 하죠?’ 같은 질문 글이 몇 개 검색되었다. 명확한 단어로 검색하면 글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이번에는 ‘월경 교회’를 검색해보았다. 마리아의 월경 여부에 대한, 전혀 궁금하지 않은 논쟁인 ‘월경 잉태설’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정보가 파도치는 인터넷에도 교회와 월경에 대한 여성 당사자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없었다. 월경은 교회에서 이야기되지 않았다.

나의 월경 경험과 월경 용품의 발전사(?)
나의 월경 경험은 어떠했는지 기억을 되새겨본다. 12살 때 초경을 했다. 월경에 대해 수업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처음에 팬티에 피가 묻었을 때 까맣고 더러워 보여서 내가 대변을 봤다고 생각했다. 너무 부끄러워서 혼자 빨래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었는데 또 피가 묻어서 어머니께 이상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고 나서야 내가 생리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케이크를 먹었다. 축하 선물로 생리대 파우치를 선물 받기도 했다. 참으로 귀찮음의 시작이었다. 처음 1년간 월경 주기는 불규칙했고 언제 어디에서 생리가 터질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생리 양이 많아서 생리대 중형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고, 양이 가장 많은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낮에도 오버나이트(가장 큰 사이즈로, 길이가 32㎝ 까지도 나온다-편집자)를 사용했다. 일주일을 꽉 채운 생리 기간 동안 가장 고역인 건 밤이었다. 생리대를 두 개 나란히 붙여보기도 하고, 엉덩이 사이에 휴지를 끼워보기도 하고, 기저귀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주기마다 한 번씩은 이불에 피가 묻었다. 샐까 봐 옆으로 돌아눕지도 못하고 똑바로 누운 자세로 잠을 자야 했다.

   
▲ 사진: 새말 제공

월경 용품은 당연히 일회용 생리대로 시작했다. 다른 월경 용품이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고등학생 때 바닷가를 갔는데 어머니께서 탐폰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나에게 사다주셨다. 시도해봤는데 질에 무언가를 넣는다는 것이 무서워서 실패했다. 일회용 생리대는 축축하고 불쾌했다. 생리 기간에는 항상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 무더운 여름이면 불편함이 더욱 심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순응했다.

그러던 중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사용하던 생리대 제품이 일본산 흡수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 사용하던 제품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는 건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내 몸에 맞는 새로운 제품에 정착했다. 그리고 또 2017년,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되었고 내가 사용하는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식약처에서는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믿을 수 없었다. 화가 났다. 이번에는 대체 또 무엇으로 바꿔야 한단 말인가!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를 찾을 수는 있는 건가? 결국 해외직구를 하기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귀찮아 미뤄두었던 생리컵을 구매했다.

다양한 영상을 보고 사용 방법을 찾아본 후 시도해보았다. 생각보다 삽입은 쉬웠다. 확실히 일회용 생리대의 축축함에서 벗어난 것과 밤에 마음껏 뒹굴 거려도 된다는 점은 편했다. 내 월경혈의 양과 색을 확인할 수 있고, 나의 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집 밖에서 생리컵을 세척하는 것은 번거로웠고, 단단한 생리컵을 사용했을 때에는 꼬리뼈 쪽에 통증이 생기기도 했다. 아마 일회용 생리대 유해 물질 발견이 아니라면 이렇게 간절하게 생리컵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어찌되었건 지금은 생리컵에 정착했다. 요즘은 면 생리대도 같이 사용해볼까 생각 중이다. 최근에는 영화 〈피의 연대기〉를 보고 ‘해면탐폰’ ‘면탐폰’이라는 존재도 알게 되어 조만간 시도해보고 싶다. 여러 종류의 월경 용품을 알게 되어서 나의 선택지는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교회에서의 월경 경험
기독교인으로서 나의 월경 경험은 어떠했는가? 나는 대학에 다니며 선교단체 활동을 했다. 여름과 겨울마다 5박 6일 학생수련회가 있었고, 나는 빠짐없이 전 기간 참석했기 때문에 당연히 월경 기간과 겹친 적이 많았다. 종일 조별로 생활했는데, 조별 모임 중에 생리대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 참 부끄러웠다. 생리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생리 중에 공동샤워장을 사용해야 할 때였다. 일주일 간 샤워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불쾌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피가 나오면 빠르게 물을 뿌리며 샤워를 했다.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는데,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하고 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선교지에서 생리를 하게 되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생리가 겹쳤던 적은 없지만 항상 조마조마했다. 생리 기간이 겹칠 것 같다며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교회에서 주일마다 봉사를 맡은 어떤 친구는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봉사를 할 수가 없었지만 생리통 때문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 매번 ‘배가 아프다’ ‘몸이 안 좋다’고 말해야 했다.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월경 경험은 개인적인 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로 여겨진다. 나는 궁금하다. 과연 교회에서 주로 결정권과 주도권을 가진 남성들은 이러한 월경의 불편함에 대해 알고 있을까? 행사를 기획할 때, 다양한 교회 활동을 함께할 때 고려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성경은 월경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어떤 여인이 유출을 하되 그의 몸에 그의 유출이 피이면 이레 동안 불결하니 그를 만지는 자마다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요 그가 불결할 동안에는 그가 누웠던 자리도 다 부정하며 그가 앉았던 자리도 다 부정한즉 그의 침상을 만지는 자는 다 그의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을 것이요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며 그가 앉은 자리를 만지는 자도 다 그들의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을 것이요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며 그의 침상 위에나 그가 앉은 자리 위에 있는 것을 만지는 모든 자도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며 누구든지 이 여인과 동침하여 그의 불결함에 전염되면 이레 동안 부정할 것이라 그가 눕는 침상은 다 부정하니라”(레 15:19-24). 구약성경은 월경을 부정한 것으로 본다. 월경하는 사람, 그 사람과 닿는 모든 것을 부정하다고 말하며 그를 사회에서 격리시킨다. 이러한 격리를 “병원균의 감염을 차단하고 불결한 신체적 상태를 청결하게 하여 환자가 조속히 회복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김경열의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친절한 해석인 것 같다. 이에 대해 한 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레위기에서 특히 산모나 월경하는 여자를 ‘부정하다’고 선언한 것은 단순히 병리학적인 기원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더 원초적으로 성기에서 흐르는 피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더 나아가 피에 대한 혐오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촉발시키고 유지시켰으며, 종교적이고 신학적으로 ‘부정하다’고 평가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사회적 제의적 삶에서 여성의 소외, 배제, 단절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러나 흐르는 것에 대한 이러한 혐오는 일정한 기간 후 정해진 의식에 의해서 깨끗해지고 정결해질 수 있다는 규정을 통해서 종교적으로 극복해나가려고 한 것이 아닌지 추정해본다.
- “구약성서에 나타난 비체, 흐르는 것에 대한 혐오”, 이은애, 《혐오와 여성신학》에서

성경을 근거로 오랜 기독교 역사에서 여성은 피 흘리는 불결한 존재로 여겨졌다. 최초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했던 히에로니무스는 월경을 “신의 저주”라고 말하면서 “월경 중인 여성보다 더 불결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월경을 더럽다고 말하며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를 낳을 때에는 더러운 월경혈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종교개혁가 칼뱅도 ‘월경은 더러운 병’으로 간주했다.* 그렇다면 현대 교회는 월경에 대해 더 이상 부정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한 목사가 신학대학교 설교 시간에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라고 말했던 일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몇 년 전의 발언이기는 하지만 그 교단에서는 아직도 목사 안수가 여성에게는 금지되어 있다니, 생각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일상적으로 겪는 월경에 대해 신앙이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나는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을까? 교회가 나를 더럽고, 어딘가 이상하고, 생리할 때 예민한 존재,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존재라고 본다면, 혼자 감당해야 하고 끙끙 앓아야 한다면? 나는 오랜 시간 나의 피에 대해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월경을, 내가 여성이라는 것을 긍정하지 못했던 것에 교회의 책임은 없나? 우리는 피 흘리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조차 ‘2등 시민’이어야 하는가. 이제 교회 안에서 더 자유롭고, 쾌적한, 더 노출된, 긍정적인, 다양한 월경을 꿈꾼다.
 

* "월경하는 여자와 장애인들은 신부가 될 수 없다??"(<오마이뉴스> 2009-07-06)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70978


새말(필명)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했고, 간호사도 잠시 했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진로와 적성, 행복, 먹고사니즘에 대해 고민한다. 사람 만나는 일과 하나님 만나는 일에서 삶의 힘을 얻는다. 현재 ‘믿는페미’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남성 하나님’이라는 허구에 눈 뜨다· 성 역할을 은사라 말할 수 있을까?
· 제사와 교회의 비슷한 점· 부르심(calling)과 ‘부리심’(handling) 사이
· 여성에게 무례해도 괜찮은, 교회?
새말의 다른기사 보기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복음과상황 기사제보 광고문의 제휴안내 오시는길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06-10 산성빌딩 104호 우)120-836 | 전화 : 02-744-3010 | 팩스 : 02-744-3013
발행인 : 김병년 | 이사장 : 박종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년
Copyright 2008 복음과상황.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con@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