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호 다르거나 혹은 같거나] 지적장애인 청년 박시원 이야기

▲ 뭘 물어봐도 웃음으로 먼저 대답하는 박시원 씨 (이하 사진: 김영준·박시원 제공)

#01
멀리서도 웃는 얼굴이 보인다. 시원 씨는 스물두 살 지적장애인 청년이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원 씨는 이미 웃고 있다. 사람들의 인사에 웃음으로 대답한다기보다, 시원 씨의 웃음에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반응한다. 새솔학교 전공과에 다니는 시원 씨가 33번 버스를 타고 카페 ‘민들레와달팽이’에 왔다. 새솔학교에서 점심으로 먹은 스파게티가 맛있었고, 멸치볶음이 고소했고, 오징어 무국은 시원했다고 한다.

특유의 웃음으로 점심 메뉴를 소개하는 시원 씨에게 곤란한 질문을 대뜸 해봤다.

“지금껏 살면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어요?”

힘들었던 때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시원 씨의 표정이 환했기 때문에, 고통으로 기억될만한 힘들었던 때가 없을 것이라 짐작됐기 때문에 그따위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물었지만, 시원 씨 특유의 웃음을 기대했던 것이다. 혹 힘들었던 순간마저도 시원 씨는 웃음으로 대답할 것이다. 예상대로 시원 씨는 찬찬히 웃었지만, 마냥 환하진 않은 얼굴로 “자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처음엔 불면이 있다는 건 줄 알았다. 아니면 자고 싶지 않다는 것인 줄 알았다. 둘 다 김 목사의 오해였다. 시원 씨에겐 고통 같은 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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