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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할 것인가 환대할 것인가
기윤실 ‘예멘 난민 세미나’ 리포트
[333호] 2018년 07월 30일 (월) 10:42:51 최진호 goscon@goscon.co.kr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2018년 7월 6일(금)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나그네를 사랑하라:난민/그리스도인/하나님”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세미나는 제주도에 찾아온 예멘 난민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한국 사회와 교회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도와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토론의 자리였다. 발제는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와 이호택 대표(사단법인 피난처)가 맡았다. 이일 변호사는 “대한민국 난민에 관한 법률과 처우”에 대해, 이호택 대표는 “예멘 난민들의 상황과 그리스도인의 반응”에 대해 발제했다. 이 글은 발제 및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썼다.

제주도에 찾아온 예멘 난민들
“나그네를 사랑하라”는 주제로 난민 세미나를 홍보했을 때, “예멘 난민들이 나그네가 맞는가” “세미나 제목이 편향적이다” 등등의 전화를 받았다. 또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청년은 “사회통합 문제나 성폭력 증가 사례들을 볼 때 난민들을 받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 내에 ‘난민’에 대한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실 난민 이슈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난민 문제는 유럽과 중동만의 문제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난민 소식을 안타깝게 여기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문제가 갑자기 우리 사회의 현실로 닥쳐왔고, 아직은 난민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 및 정책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런 혼란은 한국 사회와 교회 내에 존재해온 반이슬람 정서와 결합하면서 더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낯선 이방인인 난민을 환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난민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테러 위험성’ ‘성폭행 증가율’ ‘일자리 문제’ ‘한국교회의 이슬람화’ 등 부정적 표현은 무의식적으로 거부감부터 생기게 한다. 그중 다수의 거짓 정보들은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메신저와 온라인을 통하여 편향된 정보를 (이를테면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면 한국교회는 급속히 이슬람화가 될 것” “스웨덴은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였더니 강간천국이 되었다” 등) 퍼뜨리면서, 난민들을 긍휼의 대상이 아닌 경계와 혐오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일 변호사 “한국의 난민 보호 시스템, 독립성과 전문성 등 부족”
대한민국의 난민 보호 의무는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1967년 의정서(이하 ‘난민협약’)에 1992년 가입함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난민제도는 1994년부터 출입국관리법에 일부 조항을 삽입하는 형태로 시작했고, 2012년에는 아시아 지역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 2013년 7월부터 시행하여 심사와 처우에 적용하였다. 그렇지만 첫 발제를 맡은 이일 변호사는 “아직 대한민국은 난민에 관하여 국제사회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대한민국의 난민 관련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한국은 난민 인정 심사제도와 재정착제도의 이원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난민 인정 심사제도’는 난민 신청을 하게 되면 심사를 한 후 난민/인도적 체류/불인정 결정 중에 처분을 내리게 된다. 처분 후에도 이의신청 및 소송으로 다툴 수는 있다. ‘재정착제도’는 정부가 TO(Table of Organization, 인원편성표)/국적 등을 정하고, 유엔난민기구의 추천과 IOM(국제이주기구)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일정 수의 난민을 정착시키는 것이다.(3년 평균, 매해 30명)

   
▲ 이일 변호사 (사진: 기윤실 제공)


‘난민 신청자’(난민 신청이 접수된 사람)는 6개월간 생계비 선별 지원 이후 체류자격외활동허가로 취업허가(4대보험 제외)를 받으며, ‘난민 인정자’는 국민에 준하는 사회적 혜택과 동시에 여행증명서, 가족결합권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할 권리 및 강제송환되지 않을 권리만 보장받는다.

이일 변호사는 이런 제도가 있긴 하지만 아직 한국이 국제사회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며, 소극적 정책으로 인한 극히 낮은 난민 인정률, 난민 인정 절차 전 과정에 대한 처우 보장 부족, 사회통합 관련 제도 불능 등으로 인해 난민들이 한국 땅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도, 정착하기도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온 예멘 난민들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제도 및 문화 그리고 전문성 들이 발전할 좋은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호택 대표 “예멘은 전쟁터, 2018년 최악의 땅”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호택 대표는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찾아오게 된 불가피한 상황과 그로 인한 한국 사회의 오해를 바로잡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잠시 예멘 내전의 배경에 대한 이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1990년 통일을 이룬 예멘은 초대 대통령으로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가 선출되어 22년간 통치하였지만,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으로 실각되고, 친미성향의 압드 라부 만수르 하디(Abd Rabbuh Mansur al-Hadi)가 집권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혼란이 계속되자 2015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후티(Houthi) 반군이 예멘 북부 사다(Saada) 주와 그 주변을 점령하게 된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수니파계 아랍국가(UAE, 쿠웨이트, 바레인,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수단, 세네갈)는 후티 반군이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고 간주하고, 반군 척결을 위한 연합군을 결성 후 예멘에 대해 공습 및 지상군을 투입함으로써,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대리전 성격의 내전이 발생하게 된다.”

이 내전은 3년 반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예멘은 국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전쟁과 테러가 일상인 땅이 되어버렸다. 지금 2,900만 예멘 인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2,200만 명이 원조와 보호를 필요로 하며, 100만 명이 콜레라에 감염되었고, 전투로 1만 명이 피살되고 4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쿠테헤스(Antonio Guterres)는 예멘 전쟁을 “2018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humanitarian crisis)”라고 부를 정도였다.

지금 제주 예멘 난민들은…
이호택 대표가 전하는 제주의 예멘 난민 상황을 짧게 정리하자면, 예멘 내전으로 인해서 제주도에 온 난민 549명 중 486명(출도한 사람 제외)이 체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약 45여 명, 아동이 있는 네 가정과 아동이 없는 여섯 가정, 17세 미만 아동 26명 등이다. 제주도는 2002년부터 관광 목적의 한 달 무비자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17년 12월부터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와 제주 간 ‘에어아시아’ 직항이 개설되어 2018년 4-5월에 집중적으로 예멘 난민이 입국했다. 이에 법무부는 4월 30일부터 제주도로 무비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의 활동 범위를 제주도로 제한(출입국관리법 22조)하여 육지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고, 6월 1일로 예멘을 무비자 예외국가로 지정하여 추가로 입국하는 것을 막았다.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들은 제주시 올레호텔 등 5군데의 호텔(2인실에 5명가량 입주 조건으로 1인당 하루 5천 원 이하 가격으로 협상하여 1개월 거주나 7-10일 단위로 계약)에 거주하다가 인근 게스트하우스나 민가, 외곽 지역까지 퍼져나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숙박비를 내지 못해 신산공원이나 이호테우 해변, 협재해수욕장 무료캠핑장 등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발생했고, 주민 신고로 이 사실이 알려져 출입국사무소에서 취업 후 변제를 조건으로 이전에 거주하던 숙소 주인들을 설득하여 외상으로 숙박하도록 하는 등 노숙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난민법상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 취업을 허가하게 되어 있으나, 정부는 예멘인들을 위한 주거나 생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했기에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의한 특별조치로 제주도에 한해 양식업, 어선원, 식당 업종에 취업을 허가하여 6월 14일에 257명과 6월 18일에 131명, 총388명의 취업 연결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의사소통, 종교, 주거, 임금, 근무 환경 등의 이유로 80여 명가량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해고되어 실제로는 300명가량이 취업되고, 150명가량은 미취업 상태에 있다.

이후 제주이주민센터에서 취업을 알선하고 있으며 제주도에 한해 양식업, 어선원, 식당 이외에도 수산물가공업, 농업 등 한국인의 취업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없는 영역에 취업을 허가하였다. 법무부는 난민 심사를 최대한 신속히 2-3개월 안에 진행하여 난민 인정 혹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는 경우에 출도를 허가할 예정이다.

오해와 루머 너머의 진실
이호택 대표는 예멘 난민이 짧은 기간에 500여 명이 입국하였기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으며, 이에 대해 안 좋은 시선과 오해 그리고 가짜 뉴스들이 전파되었다고 말한다. 먼저, 젊은 남성, 스마트폰, 패셔너블한 옷, 브로커 존재 등의 소식이 퍼지면서 ‘취업을 목적으로 한 가짜 난민 아니냐’는 루머들이 도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이렇게 반론한다.

“사실 남성이 504명이며, 제주 예멘 난민의 대다수는 20, 30대이다. 이렇게 젊은 남성이 주를 이룬 이유는 내전으로 소년병이나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강제 징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피해 도망친 남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항공료가 상당히 큰 부담이기에, 전 가족의 항공료를 지불하기가 어렵고, 가족이 돈을 모아서 가장 활발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남성을 해외로 보내 차후에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스마트폰과 브랜드 옷을 입고 다니기에, ‘가짜 난민’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으나 난민은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임을 뜻하기에 그들이 쓰는 장비와 옷에 따라 ‘난민’의 정체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다음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이나 일자리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보수 매체들은 난민들이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납세나 의무 이행 등 기여 없이 권리나 복지혜택만을 향유하며 세금을 축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한국 사회는 너무나 낮은 난민 인정률과 수용률(인구 1,000명 당 난민 0.04명으로 세계 139위)을 보이고 있다. 또한 2017년 전체 난민 신청자 중 4%만이 지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남용적 난민 신청은 분명하게 차단해야겠지만, 보호가 필요한 난민은 너그럽게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4.1%로, 전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8%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율에 대해 이일 변호사는 “정부와 견해차가 크다”며 “정부는 난민이 아닌데 신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정률이 낮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심사하는 주체의 전문성이나 독립성 부재, 경험 미숙,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난민법 자체는 좋은 법”이라며 점차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할 텐데 그러려면 “한국에 난민이 왔을 때 평화의 상징으로서 환대하고 잘 보호하는 일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그네를 사랑한다는 것
이호택 대표는 몇몇 기독교인들의 난민에 대한 오해도 지적했다. 그중 하나는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면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무슬림화되리라는 우려다. 또한 알카에다나 IS 같은 단체의 테러리스트들이 유입되고, 여성 인권이 경시되고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오해와 가짜 뉴스에 근거한 경우가 대다수라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형사정책연구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다. 특히 난민들의 경우 ‘처벌’은 물론 ‘본국으로 송환’을 두려워하기에 구조적으로 범죄에 휘말리거나 문제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또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공식적인 난민 절차를 통해 입국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의 난민 인정 심사가 매우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만약 진짜 테러리스트가 한국에 입국하려고 할 경우에는 신분 세탁 등의 방법으로 비자를 만들어서 들어올 것인데, 어떤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가족, 개인정보, 과거, 학력 등을 난민 신청서에 상세하게 써야 하고 실제로 5-6시간씩 면담 조사를 받는 방법을 택하려 할까. 

난민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배척 분위기를 두고 이일 변호사는 “지금 청와대 청원은 1인 1반대 청원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난민 반대 청원에 오늘 기준 60만 명 정도가 동의하였다”며 혐오와 배척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에 맞서 교회에서 난민을 환영하고 환대한다는 신앙적인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호택 대표는 그리스도인들이 ‘무슬림 난민들이 과연 우리 문화권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몹시 우려하는 이유는 교회가 무슬림 난민들을 향한 선교에 있어 성공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무슬림 난민을 아예 배척해야 한다거나 인접 이슬람 국가에서 수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차라리 이 대표는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른 예멘 난민을 중심으로 무슬림 난민에 대한 교회의 성공적 사회통합과 선교 모델을 개척하라”고 조언했다.

난민은 난민이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도 아니며, 한국교회의 이슬람화를 꿈꾸는 자들도 아니다. 그저 생존을 위해 한국에 찾아온 이들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가족을 두고 온 그들의 상황과 절박함을 알아야 한다. 살기 위해 온 이들의 간절함을 느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타자를 향한 공감과 내어줌이 없다면, 그 신앙은 실상 헛된 것이다. 야고보는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죽은 것이라” 하였다. 예수는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라고 물으셨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진호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 그리고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기독시민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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