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쪽방동네 이야기]

집착의 끈을 놓다
작년 1월 말, 설 명절 기간에 부산지역 언론에서 ‘사하구 막걸리 청년’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다. 20대 청년이 배가 고파서 막걸리를 훔쳤다. 상담소 소장님과 면담을 통해 우리가 이 친구를 돕기로 결정하고, 직접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2월 1일 언론사 기자와 함께 이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와의 만남은 1년 6개월 동안 이어져 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제, 이 친구를 놓고자 한다. 어찌 보면 집착(?)이었던 시간이었다. 모 재단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술값과 유흥비로 나흘 만에 소진한 모습을 보며, 이제는 정리하고자 결정했다.

내막은 이렇다. 지원금 300만 원은 심리상담치료비 100만 원과 전월세 보증금 200만 원으로 지원된 것이었다. 그러나 용도 외 유흥비로 소진한 것이다. 구청 관리계를 통하여 불이행 등의 사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탈락 처리되었다. 이제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며칠 뒤 천연덕스럽게 고깃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녀석을 잡아 한 시간 동안 대화를 했다. 단란주점도 가고 그랬단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에게 전달한 내용은 상담소 등록 제외, 수급 탈락, 고시텔 퇴거 및 부산에서 추방, 고용센터 지원금 300만 원 갚을 것. 김 선생을 통해 연결한 상담 치료 100만 원도 취소했다. 이상 종결.

절망만 가득하다. 부디 이 친구에게 주님의 은총이 있으면 좋으련만, 글을 쓰는 지금은 할 말이 없다. 지난 7월 9일 늦은 밤, 이 친구에게 분노를 터트리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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