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스무 살의 인문학]

   
▲ "기계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앞으로도 기술과 공존하며 기계와 존쟂적으로 협업할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입니다." (사진: www.pixbay.com)

냉장고를 부탁해
10년 만에 냉장고를 바꿨습니다. 무언가 한 번 집에 들여놓으면 단단히 고장 나기 전까지는 버리지 않는 우리 집의 분위기가 짐작이 되시나요? 이번에 냉장고를 바꾼 것도, 몇 번이나 작동하다 말다 반복한 끝에 큰맘 먹고 구매를 결정한 것입니다. 덕분에 아래 칸에 있던 과일이 꽤나 상했지요. 새로 들어와 부엌을 차지한 큰 냉장고를 보면서 부모님께 물었습니다. 처음 냉장고를 집에 뒀던 게 언제냐고요. 기억을 더듬던 두 분은 중학생 때라고 회상했습니다. 대략 1980년 언저리일 것입니다. 그때부터 가정에 냉장고가 놓였나 봅니다. 부모님은 냉장고가 없었던 때도 기억했습니다. 조금씩 장을 봐서 항아리에 넣어 두거나 얼음을 사와서 보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춘기와 함께 냉장고를 맞이한 중년의 제 부모님은 냉장고 이전의 삶을 잘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냉장고가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때를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하시는 분은 많겠지만 개중 누구도 냉장고가 없어지는 삶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음식의 부패를 막는, 이 단순한 목적의 가전제품이 40년 동안 사람들의 일상을 얼마나 크게 뒤바꿔 놓았나요. 냉장고가 충분히 보급된 이후에 태어난 제 삶에서 냉장고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존재입니다. 냉장고가 없다면 제 일상의 적잖은 부분이 변하겠지요. 더운 여름에 얼음을 가득 탄 커피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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