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민통선 평화 특강]

   
▲ 2018 아시안 게임의 한 장면 (사진: 위키미디어코먼스/ Hamed Malekpour)

평화의 메신저, 스포츠
한반도가 전쟁 위기 상황에서 평화로 전환하는 데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남북관계는 갈등과 단절로 이어졌고, 단절된 관계는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여 급기야 전쟁 위기로 치달았습니다. 이럴 때는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만나 오해와 불신을 풀고 전쟁의 파국을 막아야 하는데, 그것이 정치의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는 그럴 능력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정치가 나서면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뿐이었습니다. 정치는 갈등을 풀 수 없는 ‘평화 무기력 정치’가 되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이때 스포츠가 그 단절된 소통을 잇는 역할을 했습니다.

정치적 단절과 군사적 대결의 긴장 상황에서도 남북은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만나고 있었습니다. 남쪽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요청하는 비정치적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스포츠 행사입니다. 세계 올림픽 관계자들은 북한의 참가를 위해 노력했고, 남북한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은 만남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스포츠 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북한 최고지도자는 2018년 새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낸다고 선언했습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의 만남과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절되었던 남북관계는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비정치적 스포츠로 시작된 연결과 대화는 정치 군사적 갈등 해결의 대화로 발전했습니다. 동계올림픽 이후 두 달여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고, 다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졌던 전쟁의 그림자는 거둬졌습니다. 스포츠가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입니다.

단절과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만나서 대화해야 합니다. 만남과 대화는 ‘평화 건설’(Peace-building)의 기초요 핵심입니다. 정치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인데, 능력 없는 정치 지도자들은 갈등을 악화시키는 말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독재 권력자들은 갈등 상황을 조장하고 이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정치는 갈등을 평화로 만드는 평화예술입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권력 투쟁의 장이 되어 평화의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정치적 평화 엔진이 작동하지 못할 때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만드는 스포츠의 역할은 현대 평화학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운동을 목적으로 ‘스포츠와 평화’란 국제기구가 2007년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