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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버티기’다
[335호 쪽방동네 이야기]
[335호] 2018년 09월 20일 (목) 16:10:49 이재안 goscon@goscon.co.kr
   
김ㅇㅇ 아저씨 방 (이하 사진: 이재안 제공)

6시간의 행복
여전한 폭염이다. 8월 20일, 박◯◯ 선생님과 6시간 정도를 동행했다. 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하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선생님은 옆에 있어 주는 게 고마웠는지, 검사와 검사 사이 잠시 쉬는 시간에 카페에서 간식 대접도 해주신다. 암으로 투병하는 외로운 이와 그저 여섯 시간 함께 있는 것이 좋다. 행복이란….

열흘 뒤, 복숭아 한 상자를 나눠 드렸다. 3주 전에 구입한 복숭아는 맛있게 잘 드셨단다. 까칠한 분이다. 무른 복숭아는 싫단다. 개중에 가장 딱딱한 복숭아를 골라 드렸다. 다시 항암을 시작한다. 잘 이겨 내시길 바란다. 아니 내가 잘 버텨야 한다. 바라보고 함께하는 게 동정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행복은 때로 ‘버티기’라는 생각이 든다.

추울 땐 연탄 같은, 더운 날엔 시원한 열무김치 같은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나 하나 올곧게 서기 힘들다. 힘들 땐 그저 침묵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뿐이다. 고통 속에 애통하는 절규로 죽음에 대면하여 나아간다. 살아가기 너무 버거운, 살기를 버린 이들이 허다하지만, 그저 농담 한 마디 던지며 살아가는 우리네 군상을 본다. 부활의 꿈을 다지며, 먼저 가신 이들을 돌아본다.

지난 7월 31일 새벽 6시경, 홀로 잠자듯 가신 김씨 아저씨. 수도 없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날락하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신과의 그 기억들 제가 잊지 않을게요.”

닷새 전에도 뵈었지만, 애써 외면한 나를 이해하실 거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요.”

본의 아니게 자주, 죽음에 다가가셨거나, 죽음 이후에 뵐 수밖에 없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가시는 분들을 가만히 보자면, 본인들이 겪을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면, 주변 공동체 지체들이 곁에서 함께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어지는 그 직전까지 그저 눈을 마주치고 “잘 가라, 그동안 사신다고 수고하셨다,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하고 이야기를 건네는 그 자체가 의미이고 생명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시 성찰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 늦은 밤 3층까지 귀뚜라미 속삭임이 울려 퍼진다. 또 날이 밝아온다.

폭염 중 내 눈의 들보
국가재난사태인 2018년의 여름, 쪽방동네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겨우 버텼다. 정부로부터 긴급구호금을 편성 받아 선풍기, 쿨매트, 대나무 돗자리가 좁은 방을 채워가고 있다. 허한 마음이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배급이 아닌 베풂으로, 전달이 아닌 전심으로, 물품이 아닌 성품이 좋아지는 시간들이 되기를 빈다.

슬프고 애처로운 이들을 멀리서 보면, 동정심이 들다가도 죄 타령을 하며 정죄하기 일쑤다. 그런데 주님의 활동하심을 떠올려 보거나,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듣고, 베드로가 제자 시절 예수께 고한, 일곱 번 용서에 더한, 사백구십 번의 용서를 떠올리면, 질겁할 정도로 더 극단으로 밀어붙이시는 주님의 모습에 당황할 때가 많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소한 사건들이 너무 많기에…. 그저 애통하는 마음, 갈급한 심령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 나라가 일구어지도록, 생명평화의 감수성을 유지하려 수련할 뿐이다. 은총이다. 오직 은혜로 나아간다.

거의 매일 만나는 김준◯ 형님. 재판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과오를 깊이 깨닫고 몸부림치며 살고 있는 분이 글을 하나 쓰셨다.

“내 눈에 들보를 보다”

얼마 전 알바 삼아 일용직 건설 현장에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고되게 일을 했다.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정말 개같이 일 시킨다”고 투덜대며 짜증 냈다. 관리자에게 잘못된 태도임은 분명하다. 보호 장구 없이 일하다가 눈에 작은 파편들이 들어갔나 보다. 견디고 일하려 했으나 통증이 심해 사무실에 사정 얘기를 하자 젊은 막내 과장과 함께 근처 안과에 가서 치료를 잘 받았다. 덤으로 작은 다래끼(?) 치료까지 받게 되어 좋았다.

치료 잘 받고 감사하는 맘으로 돌아오면 될 것을, 욕심이 생겼다. “며칠 일 못하니까 (할 수 있는데) 이틀 정도 일당은 주셔야 하지 않느냐”며 추가 일당을 요구했다. 명백한 과한 욕심이다. 하루치라면 모를까!

젊은 과장 왈, 하루만 기다려 달라, 전무 승낙이 필요한데 해외 출장 중이다. 안 되면 자기 돈으로라도 주겠다고 한다. 다음날 과장의 태도가 바뀌자 노동청 지인을 들먹이며(물론 거짓말) 회사로 가겠다고 협박 비스무리한 말을 했다. 가진 않았고 추가로 하루치 일당을 더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10만 원 때문에 추한 모습 보이고 게다가 꼼수까지…. 10만 원을 받았다. 유용하게 썼을까? 아니다.

부장, 젊은 과장은 나 때문에 불쾌했을 뿐 아니라 짜증과 스트레스도 많았을 터. 부끄럽다, 내 눈의 들보여! 주제도 모르는 무지한 자여, 망각하는 자여,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 돈, 타오르는 욕심…. 10만 원? 부끄럽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받아낸 돈, 아닌 건 아닌 거다. 아주 아니다.

오늘 형제의 티를 보게 되었다. 다그치듯 흥분해서 말했다. “결과는 돈 때문 아닙니까? 욕심 때문 아닙니까? 너무 이기적인 것 아십니까? 꼼수 아닙니까?” 책임 전가와 책임 회피로 미안해하는 구석 하나 보이지 않는 그 모습….


‘내 들보와 형제의 티’를 생각한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 반성하고 남도 생각하고 배려하고 살아가기를. 독.불.장.군 그리고 ‘마이 웨이’만 하지 마시고. 그 “같이” 나 자신도 한없이 부끄럽다.

   
공동체 나들이 단체 사진

한몸으로 살아가는 행복
쪽방주민 교우 두 분과 둘째아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 가나안농군학교까지 신앙 나들이를 다녀왔다. 은색 마티즈에 남성 네 명이 타니 빽빽하다. 게다가 더운 여름이라 낮을 피해 밤에 운전하기로 결정했다. 11시쯤 출발, 새벽 4시에 도착했다. 가나안농군학교 입구다. 캄캄하다. 모두가 곤한 잠을 자고 있을 게다. 우리 일행은 차에서 나와 깊은 밤 별들을 바라보았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바라본 밤하늘은 싱그러웠다. 메뚜기 소리가 우렁차다. 미명이 밝아와 우리는 주차장 한적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아침을 기다렸다. 5시 정도 되니 새들이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돗자리에 누워서 강아지풀이 한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아진다.

무박 3일을 함께 보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여 일요일 오후가 다되어 부산 집에 도착했다. 함께 기도회에 동참하고 가나안농군학교의 역사를 되새겨보았다. 끈질기게 살아온 신앙 선배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함께 마음을 부여잡는 시간이다. 부산에서 함께한 아이교회 기척 목사네와도 종종 만나다 보니 같이 다녀오게 되었다. 공동체에서 한몸살이 하는 첫째아들과도 오랜만에 만나고, 둘째아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예수원까지 왕복했던 게 너무 피곤해서 가나안농군학교 교육 수련회 숙소에서 서너 시간을 자고서야 부산으로 향했다.

가난하지만 더불어 삶을 나누고 한몸되어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걸 다시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들이었다.

지난 8월 폭염이 심했지만, 부산 사나이들은 바다를 놓칠 수 없었다. 다대포해수욕장 근처, 영구임대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형제 집을 방문하여 예배와 모임으로 함께했다. 짧게 예배를 마치고 저물녘 해수욕장 분수대로 찾아갔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분수가 아닐까 한다. 아이스박스에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서 돗자리에 앉아 교제를 이어갔다. 창원에 사는 신혼부부가 수박 화채를 준비해서 맛나게 먹고 근처를 간단히 산책했다.

18일에는 송도해수욕장에 가서 주민 노래모임 하나두리 단원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부산에 사신 지 20년이 넘었는데, 15년 만에 해수욕장 바다에 발을 담근다는 50대 중반 박씨 아저씨, 흐뭇한 미소로 웃으신다. 권씨 형님은 혼자서 모래 마사지를 즐기셨다. 곤한 잠에 드시기에, 그냥 확 파묻으려다가 작은 모래성을 쌓아드렸다. 한 시간 정도 푹 주무셨다.

8월 중순에는 이주노동자를 돕는 로뎀나무교회 최인석 목사님의 도움으로 김해 L사 대형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인공 파도가 엄청나다. 나도 생전 처음 이곳에 왔다. 둘째아들은 재밌게 삼촌들과 즐긴다.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두 삼촌은 좀 피곤한 모양이었다. 폐장 전에 벌써 샤워를 마치고 대기 중이다. 함께 몸을 부대끼고 워터파크 첫 경험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입장료가 비싸서 일찍 나오는 게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 글이 독자께 읽히는 날은 이미 시원한 어느 날, 추석 전날 즈음일 것이다. 쪽방, 여인숙에 사시는 분들은 폭염도 힘들지만 날씨가 시원해져도 건강에는 적신호가 오기 쉽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 8월 두 번째 일요일인가, 폭염으로 인한 당직 근무로 상담소에 근무한 적이 있다. 그날 두어 분과 함께 짜장면에 탕수육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그중 한 분은 ‘다음에 꼭 대접하겠다’며 계속 전화를 주신다. 50대 후반 대장암 2기 치료 중인 이씨 아저씨다. 가을에는 꼭 ‘치맥’ 하자고 그렇게 종종걸음이시다. 잘 버텨주시기를!

 

이재안
잠자리 눈물만큼의 정(情)이라도 찔끔찔끔 나누며 살아가는 작디작은 풀꽃강물교회 식구이며, 부산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혼살이’ 아저씨 아줌마 할매 할배들과 찌지고 뽂고 욕먹고 욕하며 살아가는 40대 유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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