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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핵무기보다 강하다
[336호 민통선 평화 특강]
[336호] 2018년 10월 29일 (월) 16:11:53 정지석 goscon@goscon.co.kr

민(民)의 평화운동
우리는 지금 북한 핵무기 문제를 둘러싼 남북미 정치 협상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느냐 다시 갈등과 전쟁의 위기 상황으로 곤두박질 치느냐 하는 두 갈림길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 협상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보면서 우리는 이 일이 단지 정치인들의 일이 아니며 평범한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일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지켜볼 뿐입니다. 마치 경기장의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환호하거나 아니면 분노하는 관중 같습니다.

플라톤은 깨어있는 관중의 역할을 중시했습니다. 경기장 안에는 선수와 심판과 관중이 있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는 관중이라 했습니다. 지켜보는 관중이 있기에 심판도 선수들도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미 정치 협상 과정에서도 제일 중요한 역할은 깨어 있는 시민정신입니다. 텔레비전과 신문 뉴스는 정치 지도자들을 주인공으로 보도하지만, 실상 이들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은 깨어 있는 시민정신입니다. 민의 힘(People’s Power)이 평화를 결정짓는 제1 요인입니다.

민의 힘을 중시하는 평화운동은 현대 평화학의 핵심 주제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민의 힘으로 결정됩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도, 미국의 이해계산도, 남북미 정치 지도자들의 판단도 모두 민의 힘에 달려 있습니다. 민의 힘은 본질적으로 평화입니다. 평화로울 때 민의 힘은 강합니다. 평화정신이 민의 힘을 일으키고, 민의 힘은 평화정신을 역사에서 실현합니다. 이 융합이 한반도 평화 시대를 결정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가 북핵 문제 해결의 묘책을 찾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결정 요인은 민의 힘입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시민들이, 지켜보는 관중에서 행동에 나설 때 문제는 해결됩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평화협상은 민심이 뒷받침될 때 성공합니다. 남북미 정치 지도자들의 평화협상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 시민들이 한반도의 평화에 관심을 갖고 북미 평화협정을 지지하면 북미 평화협상은 성공합니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이 반대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촉진자 역할을 지지하고 응원할 때, 북한 시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정책을 지지할 때 남북미 정치협상은 성공하고 한반도 평화도 실현될 것입니다. 정치 지도자 중심의 평화 프로세스는 민 중심의 평화 프로세스로 발전해야 할 것 입니다. 

윈·윈 프로세스(win·win process)
민심(民心)은 평화협상에서 중요한 바로미터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협상에서 충돌하는 문제가 있으면 민심에 물어보면 됩니다. 북한 핵무기 폐기와 북한 안보 보장, 북한 경제 제재 및 봉쇄 해제 문제가 핵심 쟁점입니다. 북한 핵무기 폐기는 한국민과 미국민들이 바라는 일입니다. 북한 안보 보장, 즉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는 일 또한 한국민과 미국민들이 바라는 일입니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징벌로서 내려진 경제 제재는 핵무기를 폐기하는 조치와 함께 풀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한국민과 미국민들은 찬성할 것입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 핵무기 위협이 없는 평화, 경제적 개방을 통한 평화는 세계 시민들이 찬성하고 지지하는 평화입니다. 비록 한국민과 미국민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많은 시민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지지합니다. 이것이 민심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 민심을 바탕으로 정치적 협상을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협상은 어떤 문제를 어떤 절차와 순서로 풀어갈 것인가, 운용의 묘를 잘 살리면서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성공적 협상은 모두 승리자가 되는 윈‐윈 프로세스(win‐win process)입니다.

남북 정치 지도자들은 윈-윈 프로세스를 진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 하면, 남북의 두 정상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남북의 시민들에게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서로 만났을 때 포용하는 장면, 얼굴 표정, 친구처럼 어울리고 대화하는 모습, 그리고 이번 평양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들에게 직접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남한 대통령에게 주는 일 등은 신뢰감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을 호의적으로 전하는 평화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남북한이 적대적이었던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북미간 평화협상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북 DMZ 공동 지뢰제거 작업
남북한 관계 과정이 윈-윈 프로세스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최근 판문점과 백마고지 인근 화살고지 지역에서 시작된 남북 공동 DMZ(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과 유해발굴 사업입니다. 이 일은 제3차 남북 정상 평양회담의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입니다. 평화협상의 진정한 성패는 합의 사항 실행에서 결정됩니다. 이번에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공동으로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한 것은 군사적 평화 작업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군사주의와 관련하여 평화는 군비감축과 군사력 경쟁 중단으로 표현되는데, 이 남북 공동 작업은 한국전쟁 이후 분단 65년만에 처음으로 전쟁과 군사적 대립을 제거하는 평화 작업입니다. 이 일을 동시에 같이 하게 되었으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단순히 말의 성찬이 아닌 실천하는 평화 프로세스가 된 셈입니다. 평화는 실천으로 자라는 나무와 같습니다. 

   
▲ 사진: 국경선평화학교 제공


이런 윈-윈 평화 프로세스는 민심의 지지를 받기에 넉넉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는 반대하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남남갈등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현재의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사람을 ‘평화파’라 부른다면,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안보파’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안보파들은 현 한국 정부와 평화파를 친북주의라고 비난하고, 재산을 다 빼앗긴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안보를 포기했다고 분노합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당파적 반대와 비난입니다. 우리나라가 당파싸움으로 망해 일본 식민 통치를 당했는데, 지금도 똑같습니다. 독일 정치인들은 민족 문제, 즉 동서독 관계 발전에 관한 한 당파적 차이를 넘어 일치된 입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동서독 통일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북 관계를 당파적 이해득실에서 합니다. 그로 인해 남북 평화통일은 요원한 일이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민심이 해결할 일입니다.

미국을 넘어서는 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넘어야 할 큰 산은 미국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 휴전협정 당사국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북미 관계는 전쟁의 적대국으로서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관계입니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의 열쇠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만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잘못 방향을 잡으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자신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무장지대 남쪽 지역을 관장하는 미군 사령관은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한 비무장지대 출입을 불허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으로 추진중인 남북 철도와 도로 잇는 작업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 정상의 평화 프로세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형편에 놓인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처지입니다. 미국은 북한 핵무기 회복 불능의 완전한 폐기를 먼저 실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것을 한다고 약속했고 일부 폐기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핵무기 보유를 통해 보장받았던 국가안보의 약속, 즉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종전협정에 이어 평화협정을 맺자는 것입니다. 공은 다시 미국에 넘어가 있습니다. 미국이 진전된 응답을 하면 북미 평화협상은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평화 촉진자로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의 길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을 것입니다. 정치 지도자로서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것입니다. 남북 정상들은 평양에서 만났을 때,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는 논의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두 정상이 전 세계 민심을 얻는 평화 정책을 세운 것이라 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의 평양 초청을 수락할 것입니다. 그러면 전 세계인의 17.7%, 12억 8,500만 명의 가톨릭 신자들의 민심을 얻는 데 성공하는 셈입니다. 미국 가톨릭 신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DMZ 민(民) 평화행동 – 손에 손 잡기
우리나라 남북녘 시민들이 평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평화행동이 꼭 필요한 때입니다. 남북 정치 지도자들만이 뛰는 평화운동으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민이 평화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남북한 비무장지대 인접 마을은 이제 평화지역으로 불립니다. 평화지역의 동서 500km 길 위에 남녘과 북녘에서 각각 50만 명, 총 100만 명이 손에 손을 잡고 세계 만방에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민의 의지를 펼치는 날 한반도 평화는 실현될 것입니다.

2019년은 3·1운동 백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통치로부터 민이 일어나 독립만세운동을 벌였습니다. 비폭력 평화행동이었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난 것 같이 2019년 한반도에서는 민의 평화만세 운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비폭력 평화행동일 때 민은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민심은 비폭력 정신입니다. 비폭력 민의 힘은 핵무기보다 강합니다. 간디의 이야기입니다. 인도 민중들이 비폭력 행동으로 대영 제국의 속박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냈으니, 민의 힘이 핵무기보다 강하다는 말도 과언은 아닌 듯싶습니다. DMZ 남북 평화지역에서 남북민의 평화행동이 일어나면 제국 미국도 민심을 따를 것입니다.


정지석
휴전 상태인 한반도를 비롯, 전 세계 분쟁지역을 섬길 ‘평화 일꾼’(peacemaker)을 키워내는 국경선평화학교 설립자이자 대표. 한신대 신대원에서 신학(M.Div.)을 공부했고, 아일랜드 평화에큐메니칼대학원에서 에큐메니칼 평화학 석사(M.Phil in Trinity College), 영국 버밍험 우드브룩 퀘이커대학원에서 평화학 박사(Ph.D in Sunderland Univ.)를 마쳤다. 이후 한신대 신대원과 성공회 대학원에서 평화신학을 강의하고 새길교회 등에서 사역했다. 2010년 새로운 소명의 삶을 찾고자 미국 퀘이커 영성평화학교 펜들힐(Pendle Hill)로 갔고, 기도 가운데 ‘철원으로 가서 남북한 평화를 일구라’는 소명을 받고 2011년 9월 무작정 철원으로 들어와 2013년 3월 1일 국경선평화학교를 열었다. 본지 315호(2017년 2월호)에 인터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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