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호 반디마을 한몸살이]

   
▲ 고엘 공동체의 염색 공장(좌)과 '가보자 고엘' 3기 팀 모습 (사진: 정동철 제공)

난데없는 해외 비즈니스?
4년 전 어떤 선교사 부부가 카페 잇다를 찾아왔다. 캄보디아에서 의료선교를 하는 이들이었는데 최근 그들과 협력하게 된 고엘 공동체라는 흥미로운 단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나를 찾아왔다. 아니, 카페 잇다라는 흥미로운 조직에 대해 알아보러 찾아왔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인 것 같다.

그 선교사 부부가 협력하게 된 고엘 공동체는 10년 전 평신도 선교사 부부가 시작한 캄보디아 전통 직조 및 봉제 사업을 하는 NPO(비영리단체)라고 했다. 최근 그들이 수도 프놈펜에 있는 봉제공장을 개조하여 매장을 오픈하려고 하는데 인테리어를 할 만한 사람을 찾는다는 거다. 수소문 끝에 이들은 카페 잇다와 디자인 잇다, 그리고 몸된교회의 기이한 연대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대화 끝에 그들이 간단한 질문을 해왔다. “혹시 해외 비즈니스는 안 하시나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우리 땅에서도 겨우 먹고사는 판에 해외 비즈니스라니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했으나 그들의 요청은 집요했고 시공은 불가능해도 조언만이라도 해주길 바랐기에 생각해보겠노라고 거절 같은 보류를 하고 헤어졌다. 당시 우리는 벌여 놓은 일에 비해 수입이 적어 매우 위축되어 있던 형편이었다. 일을 벌이고 사람들을 모으면 응당 뭔가 대단히 잘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때 우리의 상황은 그로 인한 투자 대비 수익이 저조했고 관리에 쏟는 에너지가 많아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날의 대화 이후에 그 선교사 부부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분들이 얘기했던 해외 비즈니스라는 게 우리 생각과는 다른 형태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이 일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왕복 항공료만 제공받는 봉사활동이었다. 그럼에도 생각해보겠노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동체에 안건을 상정했으나 한결같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도무지 안 될 일이라며 만류했다.

이미 예상한 당연한 결과인데도 마음이 개운치는 않았다. 한편에선 알 수 없는 부담감마저 일었고 무시하려 해도 기도할 때마다 마음에 떠올랐다. 급기야 내가 엉성한 논리로 공동체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겨울철이 되면 비수기라 공사가 뜸할 것이므로 그 기간에 봉사활동 삼아 단기선교를 가면 어떨지, 나 혼자가 아니라 교회에서도 함께 갈 사람을 지원받고 교회가 함께할 선교사역을 찾는 것은 어떤지를 제안하였다. 그럼에도 동의는 쉽지 않았다. 결국 내 마음에 품은 큰 부담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아주 어려운 지경인 줄 잘 알지만, 우리의 어려움이 저들의 부유함보다는 낫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는 전 세계 10%만이 누리는 환경 속에 있으니 우리의 어려움을 핑계로 더 어려운 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제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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