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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현실에서 출발한 기독 사회운동, 희년은행
[337호 커버스토리]
[337호] 2018년 11월 27일 (화) 17:05:00 김덕영 goscon@goscon.co.kr
   
▲ "시작한 지 2년 7개월이 넘은 희년은행은 조합원 417명, 출자금 3억3천만 원, 누적 대출금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희년재무상담사 네트워크 '동행' 모임에서. (사진: 희년함께 제공)

희년함께는 2014년 처음으로 부채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이후로 희년 실천운동의 일환으로 부채탕감운동을 다방면으로 모색해왔고, 현재는 희년은행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희년은행은 2016년 4월 29일에 출발한 무이자 대안은행입니다. 무이자 저축으로 자본을 모아 고금리로 고통받는 청년에게 무이자 전환대출을 해주자는 것이 희년은행을 시작한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작은 시도라도 용감하게 실천해보자고 출발한 희년은행은 현재까지 조합원 417명에, 출자금 3억3천만 원, 누적 대출금 1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희년은행의 핵심 가치는 ‘청년에게 희년을’입니다. 오늘날 고금리 부채와 높은 주거비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청년을 살리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희년은행이 출발하기까지
희년은행은 아이디어 하나로 갑자기 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분들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연대은행 토닥 친구들과의 만남이 소중했습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청년들이 협동을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자립과 구체적인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금융생활네트워크입니다. 청년들끼리 자본을 모아 소액 대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닥과의 만남은 2015년 희년함께가 부채탕감운동의 방향성을 청년부채탕감운동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토닥과 희년함께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여러 단체들과 함께 ‘청춘희년운동본부’를 만들어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희년함께는 토닥의 대안은행 활동을 접했고 청년 부채 문제를 지속 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대안은행 활동을 통해 확장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토닥 활동가들은 새롭게 대안은행을 모색하는 희년함께에 그동안 대안은행 운영의 시행착오, 행정 및 운영 방식, 참고할 수 있는 활동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주었습니다. 희년함께는 토닥을 시작으로, 자치·공유·환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들의 금융 협동조합 ‘공동체은행 빈고’, 쪽방에 사는 사람들끼리 정부나 기업의 도움 없이 돈을 모아 만든 금융협동조합 ‘동자동 사랑방 자활공제조합’ 등 대표적인 국내 자조 금융 단체들을 찾아가 희년은행의 기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자문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자체 세미나를 통해 해외 대안은행의 사례를 함께 공부한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러 사례 중 희년함께가 핵심적으로 참고한 단체는 스웨덴의 무이자 은행 JAK였습니다. JAK 무이자 협동조합은행은 1931년 덴마크 농부들이 농장 압류를 막기 위해 시작했고, 조합원들의 예금을 공동출자해 무이자로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합니다. JAK의 문제의식과 운영방식 등을 참고하면서 희년은행의 기본 아이디어를 확장하기에 가장 좋은 모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2016년 11월에는 JAK 실무책임자와 만남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주최한 국제 사회적 금융 세미나에 희년은행도 참석했다가, 문서로만 접했던 JAK 사례를 실무책임자와의 미팅을 통해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희년은행 내실을 다진 2018년
희년은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을 훌쩍 넘기고 있는 2018년은 무엇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해입니다. 희년은행은 고금리 부채를 가지고 있는 청년에게 지속 가능한 회복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금리 부채를 무이자로 전환하는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측면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부채 문제는 삶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하기 때문에 돈의 논리로만 단순히 설명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희년은행은 고금리 전환대출을 신청한 모든 청년들에게 재무상담을 필수로 진행합니다. 재무상담을 통해 지속 가능한 회복을 함께 모색합니다. 희년은행 활동에서 재무상담 역량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희년은행은 사회적 기업 ‘희망만드는사람들’과 협력하여 재무상담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했습니다. 서경준 희망만드는사람들 가계부채 전문 상담위원과 희년은행은 2018년 2월 ‘희년재무상담사 양성 과정’을 열었습니다. 희년정신에 입각한 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다루는 교육 과정입니다. 재무관리, 채무조정 안내, 합리적인 보험 선택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진 강의로 본인뿐 아니라 주변에서 부채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희년재무상담사 양성 과정은 매년 개최할 계획입니다. 부채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주변의 이웃은 부재한 현실입니다. 희년재무상담사는 부채 문제를 지속 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해주고 더 깊은 채무자 중심 상담으로 안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희년재무상담사 양성 과정에 이어 희년은행에서 2018년 중요하게 추진한 프로젝트는 ‘재무상담사 네트워크 동행모임’입니다. 재무상담 역량은 부채탕감운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재무 상담 역량을 강화시키고 운동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했고, 그 결과로 희년재무상담사 양성 과정 이후 희년재무상담사 네트워크 모임인 ‘동행’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희년은행에서 만나고 있는 청년부채 상담 사례를 문서화해서 가계부채 상담위원 서경준 선생님과 ‘슈퍼비전’을 진행합니다. 익명으로 문서화된 상담 사례를 확인하며 채무자에게 어떤 방향성으로 안내하는 것이 좋은지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재무상담사들이 함께 공유하며 재무상담 역량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또한 오늘날 청년들의 구체적 현실에 깊이 공감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모임 마지막 시간에는 늘 청년들을 위해 함께 중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무상담사 네트워크 동행 모임은 3월부터 시작해 올해 11월 모임까지 매월 진행하였습니다.

청년들을 회복시키는 재무상담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는 국가자격증 신용상담사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신용상담사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가 자격증입니다. 신용상담사 준비를 하면서 청년 부채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채무조정의 다양한 제도적 지원 내용을 익히고 채무조정 상담에 필요한 기본적은 법적 권한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준비 과정에서는 희년함께 상근자를 포함해 2명이 신용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희년은행의 상담 능력이 좀 더 공신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 희년은행 출범식 기념 사진. (사진: 희년함께 제공)

교회가 ‘희년함께’와 함께 희년을 실천하는 방법
희년은행은 협동조합입니다. 조합원은 기본조합원, 출자조합원, 단체조합원으로 나뉘는데 기본조합원은 조합비를 내면서 저축을 하는 조합원이며, 출자조합원은 저축만 하는 조합원이고, 단체조합원은 교회나 공동체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단체조합원 제도를 둔 것은 교회나 공동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부채탕감운동을 확장하고자 한 의도였습니다. 희년은행은 기본적인 무이자 전환대출, 재무상담 활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개별 단체조합원과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펼치고자 합니다. 올해는 희년은행 단체조합원으로 가입한 내수동교회와의 협력 프로젝트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내수동교회는 교회 내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희년선교회’를 조직했습니다. 희년선교회는 희년은행 활동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당회를 설득하여 희년은행 단체조합원 가입했고,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내수동교회 희년선교회는 희년은행과 협력프로젝트를 통해 내수동교회 자체 자조 금융활동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었습니다. 희년은행은 내수동교회에 희년은행의 운영 매뉴얼과 방침 등을 공유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구상했습니다. 약 300여 명의 내수동교회 청년들에게 희년은행의 프로세스를 먼저 소개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부채 문제는 워낙 개인적이고 예민한 사항이라서 청년들은 교회 공동체에서조차 자기 부채 문제를 나누기 어려워합니다. 때문에 목회자도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수동교회 청년들에게 익명으로 부채 문제를 상담받고 전환대출 등의 지원 사항이 가능함을 알렸습니다. 당회에서는 부채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이 우리 교회 청년부에는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지만, 실제로 신청을 받아보니 10여 명의 청년들이 심각한 과다 채무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희년은행은 먼저 1차 재무상담으로 청년의 구체적 부채 스토리를 확인했습니다. 1차 채무상담에서는 소득과 소비 현황을 통한 현금흐름, 부채 규모, 채무자의 심리 상태 등을 확인합니다. 이후 2차 전문가 채무조정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상담에서는 신용조회와 함께 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 개인회생의 각종 채무조정 진행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 외 금융복지지원 여부를 확인합니다. 상담 결과는 구체적인 현금흐름의 예상 변동흐름을 담은 보고서를 채무자에게 공유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희년은행은 내수동교회 청년 지원자 모두를 1차, 2차 상담하여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내수동교회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희년은행 실무자와 내수동교회 청년부 목회자, 희년선교회 실무 책임자가 함께 만났습니다. 목회자는 청년들의 맥락을 아는 공동체 목회자로서 희년은행의 구체적인 재무 상태 보고서를 함께 공유하며 청년의 회복에 더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희년은행 역시 재무 상태만 알고 있을 때의 한계를 넘어 청년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목회자와 상의하면서 청년의 지속 가능한 회복에 더 깊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팅을 통해 재무 지원이 필요한 최종 7명을 선정하고 향후 지원 로드맵을 내수동교회와 희년은행이 함께 결정하였습니다.

7명의 청년들은 희년은행 재무보고서와 내수동교회의 목회적 판단이 결합된 최종 지원 결정 안을 바탕으로 부채 탈출 프로세스를 제공받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자활 의지로 스스로 합리적 선택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희년은행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매월 1회 해당 청년들 재무상담을 실시해 구체적으로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코칭했고, 회복 의지를 독려하기 위해 내수동교회의 추가 지원이 있었습니다. 청년들의 생활비 지원, 두 배 통장 지원, 채무조정 상담비 지원, 자조 여행비 지원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모두 내수동교회 담당자들과 희년은행 실무진이 청년들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입니다. 이런 협력 사례는 결과보고서를 통해 향후 다른 교회들과의 협력을 위한 참고 모델로 제시하는 데 유의미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채 문제를 넘어서는 청년들의 어려움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방해하는 것은 부채 문제만이 아닙니다. 높은 주거비 부담 또한 자본금이 없는 대다수 청년들의 삶을 높은 월세와 보증금 부담에 허덕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희년은행이 무이자 전환대출과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공동주거 지원 대출 사업입니다.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사는 주거 공동체에 보증금을 지원 대출해줌으로써 청년 주거비를 경감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거 공동체가 희년은행의 단체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청년들이 공동주거 네트워크에 다양하게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기독교 디자인 업체인 ‘나음과 이음’ 단체조합원이 공동주거지원 대출 3,000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나음과 이음은 청년 문제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희년은행을 알게 되어 단체조합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직원 청년과 주변 청년들을 모아 공동주거 하우스를 만들어, 개별 월세로 살던 청년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희년은행은 무이자 저축을 통해 조성된 자본을 청년 회복을 위해서 쓰고, 운영비는 조합비로 조성됩니다. 기본 조합원과 단체 조합원의 조합비입니다. 조합비는 후원 성격의 회비인데, 417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현재 희년은행은 1명 이상의 인건비를 확보해서 연중 상시 재무상담과 홍보에 필요한 대부분의 인건비를 충당합니다. 이후 운영비가 확충되는 대로 청년들의 회복을 구체적으로 돕는데 필요한 인건비, 행정 비용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희년함께는 지난 30년 동안 구체적인 부동산 문제에서 기독교 희년정신에 입각한 대안 정책운동에 매진해 왔습니다. 지금도 주요 부동산 이슈로 구체적인 정책홍보와 교육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희년은행 활동에 역점을 두고 새로운 귀납적 운동의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안 정책을 만들고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일은 이 시대의 가난한 자들과 만나지 않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만나지 않고서는 구체적인 현장성을 담지할 수 없으니까요. 연역적으로 희년의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운동을 펼쳐가면서, 동시에 귀납적으로 현장의 이야기에서 실제적인 회복의 역량을 쌓아야 합니다. 희년함께가 주목한 현장은 바로 이 시대의 고립된 청년들이고, 해결 과제는 청년 부채와 주거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기에, 이를 위해 희년함께는 앞으로도 개인과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려 합니다. 청년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느 누구와도 만날 생각입니다. 그 만남에서 희년은행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희년은행의 출발은 그 만남을 상시적 협력 네트워크로 조직화하는 비전이었습니다. 이렇게 희년은행은 교회 공동체 청년들과 지역 청년들이 지속 가능하게 회복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청년들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이 운동의 주체입니다. 그동안 무이자 저축으로 희년은행에 십시일반 모인 돈을 통해 무이자 전환대출과 공동주거지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 대출을 받은 청년들에겐 의무 저축의 과제가 있습니다. 청년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저축한 자본은 다시 다른 청년의 지원 대출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공익성을 잃고 과도한 수익률 경쟁을 좇는 규모화 된 자본이 우리의 모든 일상을 침범하였지만, 이런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희년정신으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희년정신의 급진적 실천은 단순히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혁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희년은행의 장기적 목표입니다. 2019년에는 이러한 비전을 사회적 금융의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전파하려 합니다. 희년은행의 계속되는 도전에 뜻과 지혜를 모아 주시고 함께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덕영
희년함께 사무처장. 희년의 비전을 오늘 여기서 이루기 위해 함께 땀 흘리고 함께 도전하는 삶을 꿈꾸는 기독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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