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호 3인 3책]

세속성자

양희송 지음
북인더갭 펴냄 / 2018년                                            

《세속성자》는 저자가 ‘가나안 성도’를 위한 ‘세속성자 수요모임’에서 함께 고민하고 질문했던 문제들을 담은 책이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 밝히지만 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 이들은 묻는다. 교회가 무엇인가? 신앙이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기독교 신앙 전반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질문들이다. 책에 그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 있다.

저자는 1부에서 ‘세상 속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세속성자’라 칭하여 개념을 설명하고,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성속이원론에 문제를 제기한다. 거룩과 세속을 공간적 개념으로 보는 성속이원론은 우리를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데, 이를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상황으로 묘사했다.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거룩함을 지키기 위해 더 높은 성벽을 세우고 안에서 머물며 게토를 형성하는 모습이 지금 한국교회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세속성자’의 신앙생활에 대해 논한다. 믿음, 기도, 예배, 전도 등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핵심적 실천들은 애초에 불가능한 범주라 이야기하고, “신앙생활은 가능한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는 문제”로 인식한다. 불가능의 시도로서 신앙생활을 보면 각 실천들은 달리 이해된다. ‘나’ 중심에서 ‘신앙의 대상’이 중심이 되는 활동으로 말이다. 믿음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 예수의 믿음의 본, 그 신실함을 따르는 삶임을 깨닫는다. 우리의 기도는 ‘응답하는 기도’여야 하고, 주기도의 핵심은 그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길 바라는 것이다. 선교와 전도 역시, 제임스 패커의 말처럼 “회심이란 결과는 우리의 능력에 달린 문제가 아니며,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다만 신실하게 선포하는 것”이다. 신실한 선포를 위해 먼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마지막 3부에서 저자는 하나님 나라, 교회, 영성, 공공선 등에 대해 다루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신앙과 삶을 재고하게 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받아들이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임재가 있는 곳이기에 하나님의 선교가 나타나는 곳에서 기존 교회의 틀을 넘어서는 ‘에클레시아’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방식의 ‘기체교회’ 개념을 사용한다.  

‘가나안 성도’ ‘세속성자’의 질문과 고민들은 기성교회에서 금기시되거나 무시되었으나, 교회 밖에서 대안을 고민하게 한다. 이 물음에 담긴 진리를 한국교회가 듣고, 신실하고 진실하게 답해야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기체교회’라는 개념은 잘 소화되지 않았다. 저자는 ‘물리적 공간’(space)이 아닌 시간의 흔적이 쌓인 ‘장소성’(place)을 말했다.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각 삶의 자리가 거룩한 곳이 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일본과 한국의 무교회주의자들,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토대에 기독교적 가치와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을 들지만, 이것이 기체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한 예인지는 의문이다. 일본과 한국의 무교회주의자들은 어쨌든 ‘모여’ 있었다. 함께 성경을 연구했고, 사회문제에 대응했다. 북유럽 국가들의 기독교 영향도 종교개혁 속에서 ‘모였던’ 이들의 삶의 고민에 대한 결과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지금 북유럽의 ‘고체교회’에서 이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해서 물리적 공간을 배제할 수는 없다.

나는 진정한 ‘에클레시아’를 찾기 위해 담대히 교회 밖으로 나간 사람들, 바로 세속성자가 따로 또 함께 모여서 이루어질 두 가지 일을 꿈꾼다. ‘에클레시아’가 곳곳에 나타나고, 이를 통해 기존 교회가 개혁되기를. 루터의 종교개혁이 가톨릭교회의 반종교개혁의 불씨가 되었듯, 깨지고 상한 교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이것은 세속성자들의 물음에 진지하게 답해갈 때 가능하다. 상호관계 속에서 한국교회가 새롭게 되길 소망한다. 


김재신
침례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구 기쁨의교회에서 청년사역을 하고 있는 전도사. 로고스서원 ‘글밥집’에서 글쓰며, 청소년들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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