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호 다르거나 혹은 같거나] 지적장애인 청년 전윤정 이야기

   
▲ 전윤정(한가운데 앉은 이)과 슈퍼스타 (사진: 이미선 제공)

#01
교실은 내무반을 닮았고, 운동장은 연병장 같다. 학교와 군대는 분명 다른 기관이지만 건물과 공간의 짜임새가 비슷하다. 교도소 구조 또한 학교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학교가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75년생 김 목사’는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연병장 같은 운동장에서 총검술을 익혔고, 학우들의 ‘소대장’이 되어 베고 찌르라며 구령을 외쳤다. 병영 담장을 넘어서는 안 될 얼차려 문화가 중학교과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넘어와 피도 마르지 않은 머리를 땅바닥에 꽂기도 했다. 초등학교 체육대회 때는 식전 행사로 연단에 있는 교장 선생님을 향하여 사열을 하기도 했는데, 열세 살짜리 세 개 반을 합친 ‘중대장’이 되어 변성기의 생목으로 ‘교장선생님을 향하여 우로~~ 봐!’ 하는 따위의 제식 훈련을 지휘했었다. 당시 대통령이 전두환이었다. 아동·청소년기에 중대장과 소대장을 역임한 김 목사는 구청 교통지도과에서 불법주정차를 단속하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필한 예비역 이등병이다.

이제 학교에서 군사 훈련은 사라졌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사열 따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의 구조는 병영 시설과 지금도 닮았지만, 군대도 학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나 보다. 변화 중이지만,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 학교에 스민 군대 문화는 완전하고 충분하게 제거되진 않았다.

윤정 씨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에도 군대식 문화는 다소 남아있었다. 윤정 씨는 82년생이다. ‘82년생 전윤정’이 초등학교 4학년 체육대회 때 일이다. 학생 전체가 줄지어 나와 있는 운동장은 복잡했고, 운동장엔 담임선생님만 나와 계신 게 아니어서, 어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운동장에 이는 먼지로 전두엽 속까지 뿌옇게 흐려진 것만 같은데 어디선가 쩌렁하게 울리는 구령 소리가 몸에 닿았다. 구령 소리는 학생들에게 ‘전체 앉아’ 하며 명령했고, 학생들이 앉으면 다시 ‘전체 일어서’라고 명령했다.

서 있지만 다리가 아프지 않았던 윤정 씨는 앉아야 하는 이유를 몰랐고 앉아서 더 쉬고 싶은데 굳이 일어서야 할 까닭이 없어서, 다른 사람이 앉을 때 그대로 서 있었고 다른 사람이 설 때 그냥 앉아 있었다. ‘82년생 윤정 씨’는 구령을 따라 앉고 서는 게 아니라, 쉬고 싶을 때 앉았고, 앉아서 충분히 쉬고 난 후에 일어섰다. 학교가 왜 군대 같은지, 운동장이 왜 연병장 같은지, 지적장애인 윤정 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우뚝 서 있으면 민망했고 서 있는 사람들 속에 쪼그려 앉아 있으면 갑갑했지만, 지적장애인 윤정 씨는 다른 이의 구령이 아니라 마음속 울림을 따라 앉기도 하고 서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체육대회 때 구령 소리를 따라 하지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께서 윤정 씨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장애 진단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윤정 씨를 지적장애 3급으로 규정한다. 김 목사는 윤정 씨를 잔존 군사 문화에 저항하는 인권감수성 풍부한 ‘프로테스탄트’ 1급으로 이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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