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호 반디마을 한몸살이 24] 주영이네, 자매들, 그리고 아이들

   
▲ 주영이네 (이하 사진: 정동철 제공)

주영이네의 합류 : 비전은 사람이다
연재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 비전, 희망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마지막 남은 A4 세 쪽에 미처 담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마음이 급하다. 뒤늦게 합류한 주영이네 이야기부터, 못다 한 자매들의 이야기, 그리고 아직도 새로운 이야기를 끝없이 만들어 내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아깝고 아쉽고 그리울 이야기들이다.

주영이네는 올인 멤버 네 가정 중 가장 늦게 합류한 가정이다. 그들의 합류 자체가 공동체의 큰 지각변동이었지만 그들의 합류를 기반으로 새 플랫폼 건설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으므로 그들도 큰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 셈이다. 나는 내내 이들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견디고 있는 것인지? 행복한지? 아님 후회하는지? 글을 쓴다는 핑계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데 중간고사를 치듯 괜히 긴장이 되었다.

주영이는 포항의 한 국제학교 교사로 임용되어 포항으로 왔다. 아내 혜진은 이전에 다니던 학교의 동료였으며 슬하엔 선율(6세), 화음(5세) 두 딸을 두었다. 6년 전 겨울,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베들레헴을 헤매던 요셉처럼, 그는 배부른 혜진을 데리고 포항 시내의 한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던 몸된교회를 찾아왔다. 그 후 교회에 정착하고 공동체의 소굴인 유금리의 한 아파트에 겁 없이 정착했다. 이래저래 몸 붙여 함께 살아온 지 3년여가 지날 무렵 주영이의 뜻밖의 심경 고백으로 그동안 그가 올인 멤버가 되고 싶었음을 알게 되었다.

주영이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국내 공동체 탐방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농촌과 산골에서의 삶과 교육에 대한 동경과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자신 없는 마음이 앞질렀다고 했다. 혜진이는 직장(학교) 선배였던 교장 선생님이 공동체살이를 경험하신 분이었는데 공동체 내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어렵게만 생각했었다. 그런 그들이 어쩌자고 덜컹 전 재산을 털어 넣는 공동체에 들어오고 싶었던 걸까? 그건 사실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긴 세월은 아니었을지라도 교회 생활을 함께하며 한 아파트의 이웃으로 살면서 ‘올인’ 멤버들의 삶을 어깨 너머로 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꿈을 꿨다고 한다.

그러나 주영이는 그때 학교에 재임용이 안 되어 위기를 맞았다. 정규직이 되면 올인 멤버로 합류를 고대했었는데 계약 만료로 타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을 내게 토로했다. 공동체 식구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정식으로 올인 멤버로 합류할 것을 권하게 되었다. 주영이네는 주저하지 않았다. 주저한 것은 오히려 기존의 올인 멤버들이었다. 석 달이라는 긴 시간을 문밖에 세워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의 삶이 과연 권할 만한 것이 맞는가, 라는 짧은 질문에 그렇게 긴 시간을 허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은 그동안의 우리 삶을 회고하고 평가하고 희망을 발견해야 하는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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