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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치학자가 본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그후’
[341호 커버스토리] 멀고도 힘든 평화의 여정
[341호] 2019년 03월 29일 (금) 14:21:47 박문규 goscon@goscon.co.kr
   
▲ 하노이 북미 회담 첫 날, 두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코먼스/백악관)

1. 들어가는 말
2019년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 없이결렬되었다. 회담 이후 예정되었던 오찬도 취소되었고, 공동성명 발표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기자회견을 한 후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8개월 전에 열린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 두 나라 수뇌부들은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그에 이르는 방법에 대한 견해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깨질 것 같던 판을 다시금 살리는 작업 을 힘들게 이어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어떠한 합의를 하기에는 서로 입장이 많 이 다르고 불신의 벽이 굉장히 높다는 점을 이번 회담에서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회담은 유익했다’면서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협상의 판을 아주 깨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결렬을 보면서 북미 화해의 길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은 확실히 감지되었다. 그리고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우리 정부는 민족 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북미관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이번 회담의 결렬로 인한 민족의 좌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회담 결렬의 이유
2차 북미 정상회담 초반 흐름을 보면 양측 정상의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발언들이 나왔고, 이로 인해 모종의 합의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회담이결렬되었을까? 이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두 가지 이슈를 짚어볼 수 있다.

① 비핵화 문제
우선 미국이 회담에 임했던 태도와 이해관계를 살펴보자. 미국은 공화당 정권이건 민주당 정권이건 ‘북한의 핵무장은 막아야 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으나 이 점에서는 지금까지 철저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이미 북한은 핵무기 사용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고, 당연히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면 엄청난 희생을 감당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적대적 대치관계를 계속한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 분명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하면 경제대국을만들어주겠다고 유인책을 썼지만 이미 미국은 그렇게 해줄 경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북한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북한을 위해 쓸 돈이 없다고 공언했다가 뒤늦게 북한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미국을 철두철미 불신해온 북한이 미국이 보여주는 환상적 미래상에 현혹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북한은 설사 비핵화로 간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그 외의 나라들로부터 받을 것은 다 받아 챙긴 후에나 미국이 만족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지금 갖고 있는 핵무기와 핵시설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북한은 ‘적국이 공격할 수 있는 목표물의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냐’고 완강하게 거절했음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은 그 리스트를 요구했으나 북한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빅딜’이라고 언론이 말하는 완전 비핵화의 내용이나 일정을 합의하는 것은애당초 불가능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전에 오래 진행된 사전 물밑 협상은 무엇이었던가? 미국은‘단계적 비핵화’라는 북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북한의 비핵화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나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거듭한것이라고 해석됐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했고, 이번에는 영변의 핵실험 기지를 해체하겠다고 나섰다. 회담이 결렬된 후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영구 폐쇄할 것을 제안했으나 미국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미사일 핵탄두 무기체계 등이 남아 있다. 여러 요소에 대해 미북은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며 “목록작성 신고 등도 미국이 요구했으나 북한이 동의하지 않아 이번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화학무기 등 다른 대량 살상 무기의 폐기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미국이 최근에 감지했다는 우라늄 비축시설을 폐기해야 한다고 밀어붙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자기들은 많은 것을 양보했기에 미국이제재를 해제해야 다음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 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실험의 완전 중단을 문서 형태로 확약해줄 수 있다고도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이번 제안은 현재 단계에서는 최대로 양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도 영변 핵실험장 폐기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이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입장이었고, 미국은 북한이 그 이상의 과감한 조치를 통해 핵무장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것을 요구했을 것이다.

② 경제제재 해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1년 이상 군사 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북한을 압박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군사적 압박은 북한과 대 화를 시작하면서 풀었지만, 대북 경제제재 는 계속되어 왔다. 트럼프는 경제제재만이 북한에 대해 미국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이고 이 제재 때문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대북정책이 옳았다고 자부하는 근거는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경제제재가 북한을 움직였다는 그의 믿음이다. 그가 급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은, 경제제재를 계속한다면 다급해진 북한이 결국은 미국의 말을 들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였다고도 보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적 경제제재로 인해서 경제개발 정책에 상당한 차질을 받고 있어서 이번에 경제제재를 최대로 풀어야 한다고 작심하고 온 것 같다. 그러나 트럼프는 경제제재를 다 풀어주면 미국이 북한을 향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어진다는 계산에서 제재를 풀지 못하겠다고 버틴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남북경협을 양해하고 국제적 제재의 틀은 놓아두고 싶어 했으나, 북한은 국제적 제재의 일부라도 풀어야 한다고 완강히 고집하여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에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중요 물자를 수입하고 수출하는 자유를 되찾기를 간절하게 바라서 국제 제재의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이에 관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은 제재의 완전 해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민간 수요와 민생에 관한 제재만이라도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이 영변시설 해체 외에 추가 요구를 내놓아 회담이 깨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러한 북한의 요구는 석탄·철광석·해산물·금속제품의 수출, 원유·정유의 수입,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금지 그리고 남북합작과 개성공단 관련 사항에 대한 해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렇게 해주면 무기 거래 외에는 전면 해제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 목소리로 ‘북한이 전면 해제를 요구해서 회담이 깨졌다’고 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북한이 경제적으로 다급하기 때문에 결국 비핵화 속도에서미국에 양보할 것을 기대하고 여기서 협상을 중지하고 경제제재를 계속하겠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리용호 외상은 현재의 상호 간 신뢰 수준에서는 영변 기지의 폐쇄 이상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정책 결정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밀어붙일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거래 방식보다는 원칙과 자기 나름의 일정표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 국무 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았는가?”라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 몰아붙이기식 외교를 에둘러 비난했다. 어떻든 이번 하노이 회담 결과를 볼 때, 앞으로도 북한과 미국의 줄다리기는 비핵화와 경제제재 사이의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 북한의 경제개발과 체제보장 의지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미국과 대화해야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동기는 북한의 확고한 경제개발 의지에 있다. 북한은 사상대국, 정치대국, 군사대국의 꿈은 이미 이루었는데 아직 경제대국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인정하고 있다. 또한 남한과의 경제 격차가 너무나 커서 실질적으로 남한으로 흡수통일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에 경제 발전은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한 목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경제개발을 위해서라도 북한은 정치적 군사적 안전보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비핵화로 가는 길은 점진적이어야 하고 단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할 수만 있으면 핵국가로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적 안전보장을 해줄 것이라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더구나 미국은 대통령 임기가 4년밖에 안되는 나라이고 대통령이 바뀐 후 과거의 정책과 약속을 모두 폐기해버리는 것을자주 보았다. 그러니 북한은 튼튼한 무장력만이 체제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장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협상장에 나왔다고굳게 믿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마도 비핵화로 가는 일정은 그들의 시간표에 의해서 진행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도 이를 쉽게 바꾸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앞서 지적한 대로 미국 정부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원조할 수 있는 여유를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지라 북한과의 평화를 미국보다 더 바라는 대한민국의 문재인 정부가 대북 경제협력 파트를 맡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남한이 북한 경제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작고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알고 있어서 ‘경제 협력의 가장 큰 파트너는 남조선이어야 한다’는 유훈을 남긴 바 있다. 이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할 때 왜 삼성, LG, SK, 롯데, 현대 등 재벌총수가 함께갔는지를 알게 되었다. 특히 북한은 IT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과 대한민국 대기업의 투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문재인 정부도 그 점에서 협조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빠른 시기에 한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4. 대한민국의 역할
① 협상중재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민족이 평화 통일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과 한 민족 전체의 이익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를다지는 북미 협상에서 대한민국이 중재자 역할을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며, 그 역할을 다른 나라에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이다.

남한은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오랫동안 한 나라를 이루었고, 남한에서는 북한연구도 비교적 활발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도 원활한 소통을하고 있어 북한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양보할 수 없는가를 미국에 전달할 가장좋은 위치에 있다. 그뿐 아니라 해방 이후 남한은 미국의 지대한 영향력을 받았기에 미국 정부의 협상 방법에도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그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게 도와줄수 있는 최적의 중재자일 뿐 아니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국가이다.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 유감스러운 일이나, 이제부터라도 북미 협상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관여 해야 한다.

② 경제협력 파트너
북미 협상뿐 아니라 북한의 경제개발 과정에도 가장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주체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이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의 자본이 북한에 투자되면 북한 사회는 급속히 변화할 것임이 틀림없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은 장마당, 종합시장 등이 생겨 교환 수단은이미 자본주의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남한의 투자를 통해 생산수단마저자본주의화되면 북한 경제는 실질적인 자본주의 경제로 변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은 결국 다원주의적 사회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유엔(UN)을 설득하여 남한 정부, 남한 기업만이라도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협력하고 경제 인프라 구축에 기술과 자금을 제공해주고, 민간 차원의 다방면 투자를 통해 그 경제 구조를 바꾸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에게이러한 대북 경제협력을 남북 평화 체제 구축과 통일을 향한 일관성 있는 정책의기조이고 긴 안목의 투자라고 이해시켜야할 것이다. 이제는 고임금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상실한 남한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북한 프로젝트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③ 종전선언과 대한민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에 대해, 특히 동맹정책에 대해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가 기업가 출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직접적으로는 미국이 처한 재정 적자, 무역 적자, 외환 적자라는 경제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그의 현실주의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한을 방어하는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필요가 북한의 이익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버리게 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싶어 한다. 이번에 회담이 결렬되어 성사되지 못했지만, 미국과 북한은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를 이루었으며 이 내용이 이번에 발표하지 못한 공동선언 초안에 포함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고 평화체제로 들어갔음을 공식화하여 전 세계를 향해 선언해달라고 요구하고있다. 북한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중 하나인 ‘38 노스(North)’를 운영하는 스팀슨 센터의 조엘 위트 연구원의 말대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북미가 협상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그동안 아무리 전쟁이 없었다 하더라도 군사적인 대치 상태가휴전선에서 있었던 만큼 그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하여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줄이고 군사비도 절약하여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도가 있다. 나아가,이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북한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종전선언이 북한에 더 중요한 이유는 휴전 상태가 소멸된 이상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금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겠지만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점차 그 주장을 강하게 할 것이고, 미국도 해외 군사비를 줄여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가 있기에 북한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저지한다는 명분이 있기에 주한미군 철수는 지연될 가능성이 크지만, 어쨌든 대대적인 주한미군 감축은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감당해야할 문제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만큼 가까이 왔다. 이전 글들에서도 거듭 강조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미군의 철수나 감축에 대비하고 설사 그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말고 당당하게 한반도의 역사를 만들 주역으로서 자부심을 지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신한반도체제론”과 “우리 국민의 주도권론”도 이런 예측과 현실 인식을 근거로 한 것이리라. 이제 대한민국은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할 만큼 약한 나라가 결코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 그때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한반도 내 힘의 지형이 대한민국에 불리해질 것이고, 한국은 북한에 대해 모든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은북한에 뒤지지 않는 군사력을 확보해야 하고 외교력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과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면 대등한 군사력은 물론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와 오랫동안 자주적 외교 교섭을 하며 쌓아온 북한의 외교력을 상대할 만한 외교력을 지녀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는 평화다운 평화를 누릴 수있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통일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한다는 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우선 군사주권과 외교주권을 튼튼히 하면서 통일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활발한 대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내야한다.

5. 전망과 교훈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되었지만, 한반도 정세가 전쟁의 위기로 치닫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회담을 기대한다”고 언급했고 북한이 미국과의 충돌을 통해 얻을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북한은 핵실험을 한다든지 하는 이른 바 도발 행위는 당분간 자제할 것이다. 아직 협상의 판이 깨어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협상팀을 보낼 수 있게되기를 희망하고, 어떤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까지 말하였지만, 하노이에서 엄청난 좌절을 맛본 북한 당국이 즉시 가시적인 협상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담 결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북한과 미국 간의 평화 정착은 쉽게 이루어지거나 단시일에 성취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일부 보수 언론이평가하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협상 실무팀에서 이루지 못했던 합의를 자신의 협상술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정은이 생각처럼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은 김정은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타임스〉의 논평대로 이 회담의 결렬은 두 정상의 과도한 “에고”(ego)에서 원인의 일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속도와 핵시설 해체 범위 그리고 대북경제제재의 해제를 놓고 물밑 협상을 계속할 것이고, 그 시간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대보다 훨씬 오래 걸릴지 모른다. 1차 정상회담이 있은 지 8개월 동안 북한과 미국은 협상에서 평행선만 달려왔고 두 정상이 만나서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최선희 부장이 “우리가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되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과거 미국이 반응하지 않으면 자기들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한 주장의 연장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 최선희 부상은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고도 말했는데, 일차적으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북한의 으름장이라고 읽히지만 미국과북한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을 예표하는 것이 다. 아마도 두 나라가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인내 그리고 평화를 향한 집념 어린 노력이 필요하리라.

다음으로 생각해야 하는 변수는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다. 트럼프의 임기가 2020년에 끝나는데 내년 초만 되면 미국에서는 대선 정국이 전개된다. 국내 정치에서 고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이 후속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북미 회담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만약 그가 2020년 재선에 실패하면 북미 회담은 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경제개발을 해야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조감과 자금에 대한 절실한 필요, 그리고 경제제재로부터 오는 고통의 극심함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통 큰 양보를 하게 할 것인가? 북한 사회는 고통을 견디고 인내하는 데 아주 익숙한 사회이고 김정은 정부는 상당히 안정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핵실험의 재개 혹은 장거리 미사일의 실험 발사 등 초강경 자세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북한 당국자 그리고 북한 언론의 태도는 판을 깨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거듭 강조할 것은 이 힘든 여정에 중재자와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과 그 평화가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을 묶어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역사의 큰 동력이 되도 록 국민들의 단결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박문규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 아이다호주립대학에서 공부한 정치학자다. 오랫동안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대학(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가르쳐 왔고 지금은 학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한의 현대 정치를 논한 ≪뜻으로 본 한국정치≫가 있으며, 최근엔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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